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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Sep 05. 2024

뭉크 그리고 절규

10. 나에게 북유럽 - 오슬로 뭉크미술관

 자박자박 내리는 빗줄기 따라 뭉크미술관 왔다. 죽음과 우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뭉크의 삶처럼 오늘의 날씨도 뭉크를 닮은 듯하다.   

   

 뭉크 탄생 ‘100주년'을 기념으로 개관한 미술관은 지하 1층과 지상 13층 중 뭉크의 절규가 있는 4층에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다. <절규>는 30분마다 파스텔, 판화, 수채화 버전으로 열리는데 우리가 입장할 당시 판화 버전이었다. 현지 가이드의 작품 설명이 끝난 후 30분 후에 다른 버전이 열리니 다른 작품 구경하다 이 자리에 와서 감상하라고 하며 자리를 뜬다.      

<절규> 판화버전 - 오슬로 뭉크 미술관
<절규> 오슬로 뭉크 미술관 (사진제공-이은심)
<절규> 채색 판화버전 - 한가람 미술관 뭉크전
<절규> 한가람 미술관


  몸과 마음이 바쁘다 짧은 시간에 다 감상할 수 없는 그래서 뛴다.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망대 오르니 흐린 하늘에 펼쳐진 오페라하우스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조각조각 이어 붙인 듯 오슬로 시내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절규>의 다음 버전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때문이다. 평생 불안을 껴안고 남긴 수많은 뭉크의 작품들 다 볼 수 없지만 <절규>의 다음 버전은 봐야겠다는 그러나 주어진 시간은 짧다. 오슬로의 피오르를 배경으로 한 <절규>의 첫 제목은 <자연의 절규>라 한다.  

   

 전망대에서 한 층 한 층 내려오면서 감상하는 재미 기억에 없는 층에서는 원목테이블에 새겨진 그림틀을 따라 색연필로 그려서 가져가는 체험을 해보기도 하고 작품 <병실에서의 죽음>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긴다.      

오슬로 시내
오페라 하우스
<병실에서의 죽음>  뭉크 미술관
<병실에서의 죽음> 뭉크 미술관
<죽음과의 투쟁> 뭉크 미술관
<병실에서의 죽음> 뭉크 미술관


 <병실에서의 죽음>은 뭉크가 다섯 살 때 결핵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린작품으로 이 작품을 그릴 때는 현재의 모습으로 그렸지만 어릴 때 죽은 누나 모습을 그릴 수 없어 대신 이모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모는 스물아홉, 누나가 살아있다면 서른두 살이었다고 하니 어쩜 누나와 닮았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이모를 만나곤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를 보는 것 같았으니 뭉크 또한 누나의 그리움이 이모와 겹쳐졌을 것이다.      


 <병든 아이>는 다섯 남매의 둘째인 뭉크는 어머니 대신 가정을 돌보던 한 살 위 누나가 뭉크가 14살 때 결핵으로 사망하자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병든아이> 뭉크미술관
<병든아이> 한가람 미술관
<병든아이> 한가람미술관
뭉크미술관
<병든아이> 뭉크 미술관
<병든 아이> 한가람미술관

 

 <생의 춤>은 오스코르스트란에서 자주 열리는 댄스 축제의 모습이라고 한다. “나는 첫사랑의 여인과 춤을 추고 있다.”라고 뭉크는 말한다. 빨간 옷, 흰 옷,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남자의 소망, 경험, 환멸과 연관이 있다. 뭉크는 세 번의 사랑을 하지만 모두 실패한 후 8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았다.      


<생의 춤>  뭉크 미술관

 <흡혈귀>, <키스>는 20세 뭉크가 첫 번째로 헤이베르그 부인인 밀리 탈로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뭉크만 바라보지 않았다. 순진한 뭉크가 첫사랑의 실패로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을 갖고 그린 작품이다.

    

<흡혈귀> 뭉크 미술관
<키스> 뭉크 미술관
<키스> 뭉크 미술관
<키스> 한가람 미술관
<키스> 한가람 미술관
<키스> 한가람 미술관
<머리카락에 키스를> 한가람미술관

 

  <마돈나>는 서른 살에 어릴 적 친구 다그니 유을을 만나 사랑으로 봤지만 유을은 뭉크의 절친 프리시비세프스키와 결혼으로 두 번째 사랑도 상처뿐 아니라 우정까지 멍울졌고 고통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러나 유을은 프리시비세프스키와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다. 만약 뭉크와 결혼하였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돈나> 오슬로 뭉크 미술관
<마돈나> 뭉크 미술관
<마돈나> 한가람미술관

 

<미돈나> 한가람 미술관
<마돈나> 한가람 미술관


 <마라의 죽음>은 사랑의 불균형이다. 서른다섯 살에 만난 툴라 라르센의 권총 자살소동으로  이를 말리다 권총 한 발이 뭉크의 왼손가락 중지를 관통한다. 손을 관통했던 기억을 숙성시켜 그린 작품이다.   

   

<마라의 죽음> 뭉크 미술관

 

 <시계와 침대 사이에 있는 자화상>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부터 홀로 집에서 그린그림이다. 엄마와 누이의 죽음으로 ‘공포’ 세 번의 사랑이 실패로 끝난 ‘고통’ 죽을 때까지 독신을 살아온 ‘존재의 허무함’을 회화로 표현한 화가 뭉크는 알코올 중독, 노이로제, 정서적 강박 관념이 심해져 병원치료를 받을 만큼 연관되지 않았다면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미술에 문외한인 나 또한 뭉크의 작품에 열정적이었을까.  

    

<자화상> 한가람 미술관
<팔뼈가 있는 자화상> 한가람 미술관
<시계와 침대 사이에 있는 자화상>  오슬로 뭉크 미술관
<침대 옆 자화상> 한가람 미술관
뭉크 미술관
<자화상> 한가람 미술관

 

 절규의 방. 30분 후 다시 4층 암막이 서서히 열리면서 <절규>의 파스텔 버전이 펼쳐진다. 작품은 많은 사람들로 가로막혀 자세히 볼 수 없는 깨금발 딛고 찍어보는 사진이다. 다시 30분을 기다리면 수채화 버전을 볼 수 있겠지만 패키지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미련이 남아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마음을 한 달 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을 주재로 열린 뭉크 전을 감상한다.   

  

<절규> 암막 커튼이 열리는 중.  오슬로 뭉크 미술관
<절규, 파스텔버전> 뭉크 미술관

 

<절규>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오슬로 뭉크 미술관 가던 날도 오늘 한가람 미술관 가는 날도 여전히 흐리고 비다.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걸까 뭉크가 비를 몰고 오는 것일까. 자신의 감정을 삶과 죽음, 사랑, 불안, 고독 등 심오하게 표현하기 위해 왜곡된 형태의 강렬한 색감을 사용하여 생명의 순환을 표현했던 ‘생의 프리즈’ 방으로 들어왔다.

     

 오디오를 대여하여 주요 작품 설명을 들으며 싸드락 싸드락 감상하는 데 입장부터 대 여섯의 친구들 모여 온 한 무리가 전시장을 소란스럽게 한다.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면 좋으련만 입으로 감상하는 그들을 보면서 풍경 좋은 자리 차지한 채 눈이 아닌 입으로 풍경을 지우던 뮈르달 행 플롬 열차의 모습을 떠 올리게 한다.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서 내가 보았던 작품과 여기에 전시된 작품은 세계에서 단 두 점뿐인 뭉크의 채색판화 버전 <절규>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관람객이 몰려 있으며 오래 머물고 인증사진 찍고 있다. 뭉크 미술관에서 <절규>를 연상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기 있는 작품을 증명하기는 한다. 노르웨이 뭉크 미술관과 라이탄 패밀리 컬렉션이 소유한 단 2점뿐인 판화 위에 다시 채색해 유화와 동일한 지위를 지닌다는 작품 두 개를 다 감상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멜랑꼴리>는 최소화된 표현과 강렬한 인상과 색채로 노르웨이 바깥 유럽에도 뭉크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이다.     


<멜랑꼴리> 뭉크 미술관
<멜랑꼴리> 뭉크 미술관
<멜랑꼴리> 한가람 미술관
<불안> 한가람 미술관

 역사상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에드바르 뭉크 회고전이라는 이번 전시회는 노르웨이 뭉크미술관 밖에서는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 4점을 소개했다. 파스텔 버전의 <뱀파이어>,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세트 디자인, 표현주의 풍경화 <해안의 겨울풍경>, <옐로야의 봄날>등 뭉크의 독특한 표현주의 기법이 잘 나타난 작품으로 외부에 최초로 소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작품을 감상하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흡혈귀> 오슬로 뭉크 미술관
<흡혈귀> 오슬로 뭉크 미술관
<뱀파이어 2> 한가람 미술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세트 디자인. 한가람 미술관
<해안의 겨울 풍경> 한가람 미술관
<옐로야의 봄날> 한가람 미술관

 뭉크는 몸과 정신이 아픈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생전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화가로 하나의 작품이 팔리면 똑같은 작품을 하나 더 제작해서 자기 자신도 소장본을 지녔으며 덕분에 뭉크미술관에 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천천히 유유자적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전시관을 나와 <다리 위의 소녀들> 마그넷 기념으로 샀다. 예술의 전당을 나오는데 소낙비 신나게 퍼 붓는다. 소낙비 홀딱 맞아도 기분이 좋다. 오슬로 대학 100주년 기념관의 대형 벽화로 그린 작품  <태양>은 뭉크가 우울에서 벗어나 희망찬 내일을 여는 것처럼 소낙비 지나가면 뜨거운 태양이 뜰거니까.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서 할 수 없었던 여유로운 감상이 준 행복한 시간이다.

         

 <다리 위의 소녀들> 뭉크 미술관
<다리 위의 소녀들> 한가람미술관
<다리 위에서> 한가람 미술관
<태양> 뭉크 미술관
7층에서 내려다 본 6층의 작품들
<재> 뭉크 미술관
<재> 한가람 미술관
<여름밤의 꿈, 목소리>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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