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에서 잘 쉬는 나로 살아가기.
하루에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함께 한다면 결국 ‘0’이 되는 걸까.
사람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조금이라도 쉬면 잉여인간이 된 것 같아서 불안하다.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자리 잡은 강박이다
그 근원은 본능대로 살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온다.
열심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흩어질까 봐.
나도 잘 쉬고 싶다. 그런데 잘 쉬는 방법을 모른다.
질 좋은 휴식을 꿈꾸지, 내가 취하는 휴식의 방법은 도파민 충전에 가깝다.
쉼보다 ‘즉각적인 위로’를 찾는 시간이 된다.
그래서 진짜 쉬지 못하고, 다시 피로가 쌓인다.
이번 연휴 유난 길었다.
열흘이 넘는 추석연휴라 뭘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나는 또 본능처럼 웹툰에 빠졌다.
이런 시간이 잘 없지, 하면서 정말 신나게 봤다.
오랜만에 아무 스케줄 없이 몰입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며칠을 몰아보곤, 아.. 나 뭐 한 거지? 남는 게 뭐야 하고 또 자책했다.
항상 이렇게 중간이 없는 휴식을 해서 자기혐오에 빠진다.
그러다가 자기 전에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플러스 자산을 쌓으려 노력한다.
'2026 트렌드 코리아' 책을 펴서 좀 읽다가, 글감이 생각나서 글을 한편 쓰고 잔다.
어떻게 보면 자기 전에 마음을 다독이는 시도였지만, 하루의 리듬이 깨져버리니 마음이 또 불안해졌다.
늦게 일어나면 또 자책하길 반복한다.
나는 내 삶의 패턴이 너무 쉽게 깨지는 게 너무 싫었다.
나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챗지피티랑 대화를 했다.
내가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적게 먹고, 책을 읽고
내 삶에 플러스만 쌓아가면 내 가치가 올라갈까?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자산이 늘어나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윳값 그대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럼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야?라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나는 여태 플러스면 위로, 마이너스면 지하로 내려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삐끗할 때마다 구덩이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의 변화였다.
이 사실을 알게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선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던 거다.
플러스 행동을 하면 길이 조금 더 수월해지고,
마이너스 행동을 하면 잠시 쉬거나, 흐름이 멈출 뿐이었다.
결국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내 ‘가치’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의 ‘기분’을 바꾸는 거였다.
기분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내 가치는 언제나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쉬거나, 도파민 충전을 하는 게
가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저 기분이 잠시 탁해지는 거였다는 걸.
내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하는 건
속도나 경로의 차이일 뿐, 목적지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신호를 잘 지키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가면
조금 더 수월하게 도착하고, 자기혐오나 혼란에 빠지면 잠시 돌아가거나 멈출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길을 잃어도 목적지는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사실.
쉬어가도 괜찮다.
다시 출발하면, 우리는 결국 도착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