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맞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
가끔, 생각이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지 않나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만 떠오르는 것처럼.
자주 올라오는 불안감을 억누르다 보면,
그건 더 커지기 마련이에요.
사람을 ‘하늘’이라 하고,
그 위에 비, 구름, 천둥, 번개, 눈, 해, 바람 같은
‘날씨’를 마음이라 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꼭 ‘맑은 하늘’만 하늘이라고 믿어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날씨는 매일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하루 한 번이라도 마음이 쿵하고 무너지면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스럽죠.
저는 오늘도 그 맑음에 집착했습니다.
어제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을 샀어요.
《나와 맞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에 끌렸거든요.
첫 단락을 읽자마자 마음이 끌렸습니다.
“나로 살기가 어렵다”는 그 한 문장에서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상대가 나와 맞지 않음을 느꼈을 때
물속에 담갔던 손을 빼듯 매끄럽게 멀어지면
참 이상적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부분에서 너무 공감해 버렸어요.
저도 이렇게, 부서지듯 관계를 맺습니다.
부드럽게 거리를 둔다면 참 좋겠지만,
꼭 내 마음을 표현해야 끝이 납니다.
그간의 나의 마음, 노력, 쌓아둔 감정들…
말해야만 관계가 정리된다고 믿는 제 방식은,
조금은 파괴적이에요.
그리고 결국 그 말 이후, 관계의 지속 여부는
상대가 참고 참다 표현한 내 마음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어요.
모 아니면 도… 인 것 같기도 해요.
유연함이 필요한 순간인데도,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돌려 말하며 유지하는 관계는,
돌리고 돌리느라 나도 상대도 지치고 맙니다.
쏟아야 할 에너지가 너무 많거든요.
작가도 그런 말을 해요.
“어영부영 흘려보내고, 옥신각신 없이 스르륵 사라지듯이 헤어질 수 있다면…”
하고 바라지만, 결국엔 반드시 부딪친다고요.
지금 저는, 오래된 관계와 멀어졌습니다.
너무 많이 인내하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잘잘못을 떠나서, 상황을 떠나서…
이제는 상대를 이해하려고 너무 애쓰는
상황을 안 만들고 싶어요.
불편함을 말하고 나니 멀어졌고,
한동안은 ‘내가 잘한 건가? 잘못한 건가?’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밀려왔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덜 하기로 했어요.
오래 생각해 봤는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전 말했을 겁니다.
그게 저의 방식이니까요.
물속에 담갔던 손을 조용히 빼는 방법도 있지만,
전 빼서, 그 관계가 끝났다고 손을 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제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내가 불편하게 만든 그 장면조차,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마음의 날씨니까요.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수용되고,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서로에게 모두 좋은 상황,
좋은 기회는 많지 않죠.
풀리지 않는 마음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
그게 어쩌면 인생의 몫 아닐까요?
그리고 저, 비오는 날을 많이 좋아해요.
이제는, 비를 기쁘게 쳐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