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가 주인공인 도서전, 그래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대교체 그리고 굿즈란 무엇인가....

by 꿈꾸는왕해


오늘 아이랑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다.


아이에게 "책을 좋아하는 지성인들의 파티야" 라며 근사한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굿즈를 향해 뛰어다니는 젊은이들만 보고 왔다.


도서 전인데 책보다는 굿즈에 집중된 느낌을 받았다.

굿즈에 열광하는 젊은 관람객들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여성 관람객이 많았는데,

아기자기한 굿즈나 체험 부스를 좋아하는 성향도

이번 전시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굿즈 참여 열기가 특히 뜨거웠다.


누군가는 “요새는 텍스트북이 오히려 힙해서 인스타 올리기 좋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오히려 힙한 거, 남들이 많이 안 해서 더 귀하게 느껴지는 걸까?


나는 오늘 도서전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늘 행사장안에 많은 사람들을 보고 진짜 궁금했다.

저 많은 사람들 중에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얼마나 될까? 하고 말이다.

꼭 책을 자주보고, 좋아하는 사람만 와야하는건 아니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아마 이번 도서전을 클래식이 나오는 평일의 한적한 서점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국제도서전 느낌은, 도떼기시장 같았다.
사람이 끝도 없이 있어서... 뭘 할 수가 없더라.


그리고 가기 전에,
내 세계를 확장시켜 줄 만한 새로운 책을 사보자는 다짐은 정작 책을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한 채 무색해지고 말았다.


남편, 나, 아이는 각자 한 권의 책만 사 왔다.

나는 무제출판사에서 『첫여름, 완주』 한 권만 샀고,
아이도 궁금해하던 감정 시리즈 중 한 권을 골랐다.

남편은 좋아하던 나태주 작가의 신간,

『나태주 그림일기』를 구매했다.

-'첫 여름, 완주' 김금희 작가의 싸인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 익숙한 취향의 책만 골랐을 뿐,
새로운 책이나 출판사와의 만남은 경험하지 못했다.


오늘 내가 기대한 건 도서전에 대한 환상이었을까?

차분하게 새로운 책을 천천히 펴보면서 몇 페이지 읽어보기도 하고, 출판사 직원분과 스몰토크도 하면서

정보도 얻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바라는 것은 사람과 책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도서전은 빠르게 흘러가는 인파와 굿즈 줄사이에서, 책이 잠시 뒤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책보다는 굿즈에 쏠려 있는 관심이 안타깝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굿즈도 '책을 좋아하는 방식'의 하나일 수 있겠다.


우리 때는 책이 우선이었지만, 세대가 교체되면서 굿즈 때문에 책을 살 수도 있는 거다.
누군가는 캐릭터 엽서로 책을 기억하고, 노트나 텀블러를 통해 문장을 간직할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나는, 책 그 자체가 주인공이길 바랐던 거다."


오늘 경험해 보니,
다음 세대는 책을 대하고 즐기는 방식이 분명히 달랐다.

낯설었지만, 그 다름이 꼭 틀린 것은 아닐 거다.


이제는 우리와는 다른 리듬으로 책을 만나고,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 같다.


세대가 바뀌고 있었다.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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