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이제 나는 내가 아픈 만남은 하지 않는다.
이제야 적당한 거리 두는 법에 대해 알았다고 할까?
마스다 미리의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라는 책이 있다.
더 이상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결심이 담긴 이야기다.
지금의 내선택과도 비슷하다.
나에게 맞지 않는 걸 멀리하려는 마음.
작년만 해도 모두를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랜 인연이라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울까 봐 무리하곤 했다.
보기 힘들어 눈을 찔끔 감고,
눈 하나를 내어주듯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나는 온전하게 느낄 수가 없다.
그 마음을 안고 갈수록, 나는 점점 더 지쳐갔다.
여럿이 만나면 그 불편함도 희석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 진하게 드러났다.
‘아, 이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
알면서도 만남을 이어갔고,
해가 갈수록 그 다름은 더 선명해졌다.
안 맞는 구두를 신고 벗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애써 감싸 안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안다.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생각은,
사막에서 신기루를 찾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걸.
그러니까, 애초에 그럴 수 없는 거였다.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고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다.
소설에도 갈등은 꼭 나오지 않나.
피할 수 없는 갈등,
그 이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관계가 정립된다.
그러니 싸울 땐 잘 싸우고, 말할 기회가 있을 땐
나와 상대를 위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먼저 살펴야 한다.
내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나와 100% 잘 맞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도 신기루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멀리하고 싶은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 인연을 정리한다고
무슨 큰일이 날 것 같다는 그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오래 참지 말자.
어차피 참다가 터질 거면 하나둘 터트리고 가는 거지, 뭐
그걸 못 했느냐고?
아니다. 했다. 그런데도 안 됐던 거다.
어쩌겠어. 인생이란 늘 아쉬움이 따라오는 걸.
안 맞는 구두를 벗고 나면,
따라오는 감정들이 참 분명하다.
아쉬움은 한편이고 해방감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이 선택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도 아픈 구두를 신지 않는다
편안해 질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