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닐고 싶은 곳 종로

서울의 느릿한 그 느낌이 좋아요

by 꿈꾸는왕해



나는 경기도에 산다.

가끔 서울을 나갈 때면 마음의 준비부터 한다.

‘경기도인의 하루’라는 말처럼, 서울은 기본 한 시간 반 이상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힘듦을 감수하고 갔을 땐,

그만큼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가장 기대도 되고, 만족스러운 곳은 언제나 종로였다.


인사동에 가서 전시도 보고, 잡채호떡도 먹고, 소화시킬 겸 천천히 걸어가서 광화문 서점에 가서 책도 사본다.


종로를 걸으며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소탈하고 편안해 보인다.

차림새도 화려하지 않지만,

그 담백한 멋이 오히려 더 세련되게 느껴진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은 어떤 복장을 입고, 어떤 걸음으로, 어디를 바라보며 걸어가는지 궁금해진다나도 모르게 그들을 자꾸 쳐다보게 되는데 서울에 갔을 때도 그랬다.


"이곳 사람들은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한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봤다.


내 눈에 들어온 그들은 무척 소탈하다.

과한 치장 없이, 몸과 마음이 가벼워 보이는 옷차림들.
각자의 취행대로 특색 있는 옷을 입고,

각각의 분위기를 지닌 사람들.

나는 그런 모습이 참 좋았다.


에코백이나 백팩을 멘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풍경을 보다 보면,

나도 이곳에 잠깐 들른 사람이 아니라,

매일 이 거리를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이 보이는 순간,
그곳의 하늘은 유난히도 예쁘다.

난 광화문에서 삼청동으로 빠지는 그 골목길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은행잎이 바닥에 소복이 쌓인 거리.
그 길을 친구들과 걷던 그날의 풍경이
마치 사진처럼 눈에 남아 있다.

곳곳의 보이는 카페에는 외국인도 많고 감각적인 사람들도 눈에 띈다.


종로의 사람들은, 강남의 사람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작정 ‘앞으로’만 달리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천천히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소박하고 편안한 모습이 참 좋다.

그리고 이건 내 편견일 수도 있지만...
왠지, 무지 똑똑해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 있다.

“서울에 산다면, 내가 어디에 살고 싶을까?”

전에 ‘서울 집에 관심이 없다’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글로 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단지 ‘지역’의 문제였던 것 같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우리의 삶의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곳이라면,

서울에 살고 싶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종로에 산다면, 나는 매일을 걸어 다닐 것 같다.
광화문 서점에 들렀다가 책도 사고,

따뜻한 분위기에 카페에 앉아 잠깐 쉬어가고,
벚꽃이 예쁘다는 정독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고 싶다


그리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큰 창이 있는 주택에 살고 싶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회색 빌딩숲이 아니라,
낮은 주택들과 멀리 남산이 걸쳐진 숲 뷰였으면 좋겠다.


막연하기만 했던 서울살이에 내 삶을 더해보니,

생각보다 꽤 구체적인 상상이 되었다.

.

나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누군가는 강남의 화려함을 좋아하겠지만,

나는 종로의 편안함이 더 좋다.


어떤 사람들은 강남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종로를 좋아한다. 그건 단순한 지역 취향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방식의 차이 같다.


나는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어떤 사람인가’에 집중한다.

그 사람이 뭘 입었는지보다,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세세한 부분에 궁금함을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내가 종로에 산 다면, 나는 매일 어떤 하루를 보낼까?

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겠지?

가벼운 상상이었는데, 웃음이 난다.


내가 꿈꾸는 서울의 삶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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