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는 것도, 지키는 것도 습관이다

누구보다 이르게 준비하는 배려

by 꿈꾸는왕해

오늘 난 시간약속에 대해서 써본다.
정확히는 지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로감에 대해서 쓴다.

자꾸 늦는다는 건 그런 습관을 지속한다는 거다.

내 경험상 우선순위가 타인이 아니라 나 중심으로 돌아갈 때 그러는 걸 안다.

그래서 이렇게 상습적으로 늦는 사람들을 만나면 참 불편하다.


주우재 님이 이런 말을 했다.
자꾸 늦는 친구를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그럴 땐 6시가 약속이면 1초라도 늦으면 그냥 간다.”

“이 사람을 바꾸려고 화를 내거나 싸우지 말고,

그 사람이 늦었을 때 불편함을 직접 느끼게 해 줘야 바뀐다.”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다수가 모이는 자리에서는,

이런 방식은 그걸 주도한 사람만 너무 냉정하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이상,
“그래도 좀 기다려주자~” 하는 의견이 생기기 마련이라,
오히려 더 불편하고 애매해지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하냐고?

일단 만나기 전에 시간을 명시하고 그걸 지켜달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그 부분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면 어느 정도 늦는 거를 감안하고 만나게 되었다.

사이다를 기대했다면 김새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난 현실을 반영한 결론이라고 본다.


그 사람들은 시간에서도 유동성을 두고 편하게 살듯이,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포용력이 높다.

나에게는 이거 하나만 별로인 사람일 수 있다.

그 외엔 대화가 잘 통하고, 만나면 즐겁고, 다른 부분에서 배려도 많이 해주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감안하고 만나는 거다.

그거 말고도 별로인 사람은 진작에 멀어졌을 거다.


우리 가족은 시간 약속에 어떤 스타일이냐고?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남편과 함께 약속에 나가면 항상 30분은 여유를 두고 출발한다.

나도 아침 일찍 약속이 있을 땐 정말 힘들다.

가끔은 이른시간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새벽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잠을 잘 못 자서 엉망인 상태로 약속에 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약속을 지키는 걸 우선한다.


남편과 내가 타인과의 약속에 철저하다 보니,
아이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늦으면 미안하다고 꼭 표현하고, 약속을 디테일하게 조율한다.


우리는 이런 마인드를 갖고 어떻게든 안 늦으려고 준비하는데,

애초에 늦을 수도 있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을 만나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다름을 크게 느낀다.

극과 극의 사람을 만나는 거다.

여유를 두는게 날 위한 배려일까? 그 사람을 위한 여유일까 생각해본다.


약속이라는 건 시간의 명시성을 표현한 걸까?

10시에 만나자 했을때, 10시가 나타내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말한 걸까?

아니면 그 시간에 맞추려는 마음까지 포함된 걸까?


아니다. 지키려는 노력을 요하는 서로의 선언이다.

그래서, 큰 변동성을 전제로 약속을 정하는 사람을 보면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고, 솔직히 조금 불편하다.


어떤 상황이 생겨서 못 오거나 늦을 수는 있다.

그런데 자주 늦는 사람들은, 아예 생각 자체가 다르더라.

반면 평소에 절대 늦지 않던 사람이 늦으면,
걱정도 되고 자연스럽게 관대해진다.


결국, 그동안 나와의 만남에서 이 사람이 어떤 태도를 보여줬는지를 보게 되는 거다.

이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늦을 것 같다고 미리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을 테니까.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남이 봤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혹시 시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꼰대 같은 사람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살다 보니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걸 점점 더 절실히 느낀다.


나한테 쏟을 시간, 가족에게 향하는 시간 그리고 남과 어울릴 때 쓰는 시간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나는 웬만하면 손해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시간만큼, 남의 시간도 존중한다.


이런 내가 가장 원하는 건 쫓기는 삶 말고 시간을 컨트롤하는 삶이다

즉, 여유 있게 삶을 운용하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늦어서 조급하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


이른 시간의 약속이 일찍 일어나서 힘들긴 하지만,

이젠 시간에 쫓기는 스트레스가 빨리 준비할 때의 힘듦보다 더 크다는 걸 안다.

서두름이 여유를 만든다.


그래서 시간에 느슨한 사람들과 약속을 정할 때, 스스로 편해지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사람들과는 미리 계획해서 약속을 잡기보다는, 시간이 될때 만나는 것

각자 편한 리듬대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시간이 겹칠 때만 함께하는 쪽을 선택했다.

즉, 예정된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 자체를 줄이는 거다.


그리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내 선택에 의해 즐겁게 기다린다.

준비해 간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스케줄을 체크해서

기다림의 시간을 값지게 보낸다.


상대가 일찍 오면 고맙고 아니어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만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찾았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는 건 단지 습관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존중이자 나를 위한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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