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쉼'을 찾은 것 같다.
2박 3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올초부터 여행을 너무 가고 싶었는데 나도 바쁘고 남편도 바빠서 시간이 안 났다.
아니, 시간은 있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어서 진행을 할 수가 없더라
7월, 내 대학병원 수술을 앞두고 아이와 남편에게 놀러 가자고 졸랐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는 처음엔 귀찮아했지만,
가기 전날엔 엄청 설레어하며 여행을 기대하는 모습이 보여서
‘가자고 하길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서 셋이 떠나는 첫 가족여행이다.
원래는 친정, 시댁 가족들이나,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가족과 함께 큰 숙소를 빌려 여행을 갔는데,
이번엔 우리 가족만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소감은? 정말 좋았다.
누구에게 맞추지 않고, 우리 컨디션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편안했다.
예전에는 아이가 혼자이니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게 해줘야 할 것 같았고,
‘숙소가 큰데 셋이서만?’ 하는 마음에 지인 가족들에게 함께 가자고 권유하곤 했다.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처럼 온전히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인 것 같다.
갈수록, 누군가와 어울리지 않아도 온전하다는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게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현재 삶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좋다.
이젠 이 고요함과 편안함을 즐기기로 했다.
몇 년 전이면 여행 가면 핫스폿이나, 포토존 핫한 카페를 챙겨서 가곤 했는데
갈수록 사람 많은 곳이 쉽지 않아서 이번엔 그런 곳을 찾지 않았다.
로컬맛집을 찾아보기도 하고 , 숙소에서 편리하게 사다 먹기도 하고, 제일 잘 한건
식단을 위한 음식을 조금 싸갔던 노력이다.
구운 계란과 바나나 그리고 현미밥 같은 간단한 것들을 챙겨갔는데 정말 수월하게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 이번엔 처음으로 ‘호캉스’ 다운 호캉스를 제대로 즐기고 왔다.
예전엔 비싼 숙소를 예약해 놓고도 밖으로만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이제야 ‘호캉스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정돈된 공간에서 각자 원하는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넷플릭스 영화를 골라 보기도 했다.
미리 챙겨간 다이어리에 여행 소감도 조용히 적었다.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그렇게 편안하게 쉬고 돌아가려던 참에, 창밖을 보던 아이가 워터파크를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했다.
레이트 체크아웃을 해두었기에, 아이와 남편이 나가 있는 동안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번엔 못 하고 가겠구나 했던, 숙소의 편백나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을 하며 명상을 했다.
따뜻한 물속에서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는데, 오늘의 명상 주제는 ‘내가 그렇듯이’였다.
나 역시 그렇듯이,
남도 사랑받고 존귀한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잠깐, 쉬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동안, 뭐가 이렇게 바쁘다고 달려왔을까? '
'뭐 때문에, 그렇게 예민했을까?'
'이걸 한번 이해한다고 큰일이 나나?'
'상대를 위해 속도를 늦추는 일이, 나에게 많은 대미지를 주는 일인가?'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 생각의 끝은, 부정적인 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나에겐 조금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든, 배움이든,
매일을 사는 나로서도 더 이상 조급하거나 타이트하게 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이사이 휴식을 갖는 것.
며칠의 여행동안 우리 가족은 서로의 느낌대로 잘 쉬었다.
그리고 각자 느낀 것들을 공유했다.
남편도 챙겨 온 엽서에 진정한 쉼이라는 글귀를 적었는데, 무척 공감했다.
이 여행으로 인해 드디어 '쉼'을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