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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Dec 09. 2020

앞머리 자르고 영혼 털림

이러지 마세용

오후 5시만 넘어도 어둑어둑해지는 요즘, 8시쯤 퇴근버스에서 내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상가 2층 미용실에 불이 켜져 있다. 


원래 다니던 곳은 아니지만.. 계속 앞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답답해하던 중 마침 눈앞에 문연 곳이 보여 빨리 커트만 하고 나올 생각에 들어갔다.


마감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직원들 5명이서 멀뚱히 서서 나를 일제히 쳐다보는데.. 


왕부담.. 



카운터 담당 직원이 재빠르게 내 가방을 받아 들고 가운을 입히고는 빈자리에 앉혔다. 찾는 디자이너가 있냐길래 처음 왔다고 말하자 옆에 계시던 여자 실장님이 arrange 되었다. 


앞머리를 자르는 것은 5분도 안 걸려 끝났으나.. 갑자기 일어나라더니 샴푸실로 데리고 가는 게 아닌가. 


'앞머리만 자르는데도 샴푸를 해주나..? 서비스가 좋은 곳이네..' 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순순히 따라갔다. 


마감시간이라 그런지 샴푸를 해주는 직원분의 손길에서 급박함이 느껴졌고 평소 내가 다니던 미용실에서 느꼈던 시원함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서 다시 의자에 착석. 그냥 물기만 제거해주면 될 텐데.. 굳이 저녁 8시 반이 된 시간에 롤빗으로 뽕긋 뽕긋하게 드라이까지 하신다. 이 밤에 어디 결혼식장 가는 것도 아닌데..!! 


슬슬 '과한데...' 란 생각이 몰려왔지만 관성에 젖은 직원분들의 무심한 표정에 말도 붙일 수 없었다.



결국 실제 커트는 5분밖에 안 걸렸지만 샴푸하고 드라이하는데만 15분이 걸렸다.. 뭔가 삽시간에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으로 다시 카운터에 섰더니 직원이 해맑게 말한다.


 "2만 5천원입니다."



앞머리 자르는 비용이 2.5만원이라고!? 이건 내가 다니는 단골 미용실 전체 커트 비용인데!?!? 와..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서비스를 다 받은 후라 순순히 결제를 하고 나왔다. (역시 본투비 호갱.. ㅠ ㅠ)



나와서 환하게 불 켜진 미용실을 다시 올려다보니.. 어렴풋이 구미호에게 홀렸던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됐다.  




다들 힘들 때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러지마세용..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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