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2.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경험이라고 하기엔.







알람 소리가 연신 울리다 꺼지기를 반복합니다.

친구랑 학교에서 공부하기로 했다더니 그날인가 싶었는데 딸아이는 일어나 부산스럽게 준비를 하더니 알바 면접 보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학원을 다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는 아이는 현재 고2입니다.

그동안 해온 공부는 어쩌고 네가 이런 생각까지 하냐며 욱해서 잔소리 좀 했지요. 그러다 공부가 아니라면 일찍이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허락을 했어요.



오감체험을 해주고 싶어서 타고 나간 배 안에서 뱃멀미라도 할까 봐 아이를 품에 꽉 안았습니다.

(찬란하게 일렁이는 예쁜 바닷물은 나만 보고요)

잔잔해지는가 싶어 아이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고 낚싯대를 쥐여주었습니다. 입질이 온다고 아이가 신나 하며 소리를 치는데 그 작은 힘에 혹여라도 바닷물에 빠질까 싶어 낚싯대를 얼른 낚아챕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말이죠)

작은 물고기가 잡혔다며 이건 네가 잡은 거라고 아이를 치켜세우며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하다며 만져보려는 아이의 손을 냉큼 거둡니다. 작디작은 내 아이의 손가락이 물릴까 싶어서였죠.

(다치면 연고 바르고 밴드 하나 붙이면 금방 낫는데요)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했지만 정작 눈요기만 시켰을 뿐 스스로 하는 걸 알려주기보다는 혹여라도 예쁜 내 아이가 다칠까 봐 말하기 전에 뭐든 다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사랑이라 자부하며 잘 자라겠지 싶었는데 고등학생 두 아이들은 서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부모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합니다. 몇 년째 사춘기인 거냐고 목소리도 높여보고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며 혼자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지내고 보니 어느새 올 해도 반년이 후딱 지나갔고 지금에 저는 여전히 직장과 가정 내의 불안함이 함께 공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뿐인 다짐일지라도 독해지자 마음먹으면서요.



아이가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데 매일 쓰고 다니던 마스크 없이 나갑니다. 깜빡했나 싶은데 아니라면서 씩 미소를 보이는 맨얼굴의 딸아이.


"그래. 그렇게 웃어. 넌 웃는 얼굴이라 분명 합격할 거야. 파이팅!"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내일입니다.

그저 나만 평안하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또 덤덤하게 받아들이겠지요.
































작가의 이전글 요즘 감정이 가을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