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라고 하기엔.
알람 소리가 연신 울리다 꺼지기를 반복합니다.
친구랑 학교에서 공부하기로 했다더니 그날인가 싶었는데 딸아이는 일어나 부산스럽게 준비를 하더니 알바 면접 보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학원을 다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는 아이는 현재 고2입니다.
그동안 해온 공부는 어쩌고 네가 이런 생각까지 하냐며 욱해서 잔소리 좀 했지요. 그러다 공부가 아니라면 일찍이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허락을 했어요.
오감체험을 해주고 싶어서 타고 나간 배 안에서 뱃멀미라도 할까 봐 아이를 품에 꽉 안았습니다.
(찬란하게 일렁이는 예쁜 바닷물은 나만 보고요)
잔잔해지는가 싶어 아이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고 낚싯대를 쥐여주었습니다. 입질이 온다고 아이가 신나 하며 소리를 치는데 그 작은 힘에 혹여라도 바닷물에 빠질까 싶어 낚싯대를 얼른 낚아챕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말이죠)
작은 물고기가 잡혔다며 이건 네가 잡은 거라고 아이를 치켜세우며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하다며 만져보려는 아이의 손을 냉큼 거둡니다. 작디작은 내 아이의 손가락이 물릴까 싶어서였죠.
(다치면 연고 바르고 밴드 하나 붙이면 금방 낫는데요)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했지만 정작 눈요기만 시켰을 뿐 스스로 하는 걸 알려주기보다는 혹여라도 예쁜 내 아이가 다칠까 봐 말하기 전에 뭐든 다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사랑이라 자부하며 잘 자라겠지 싶었는데 고등학생 두 아이들은 서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부모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합니다. 몇 년째 사춘기인 거냐고 목소리도 높여보고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며 혼자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지내고 보니 어느새 올 해도 반년이 후딱 지나갔고 지금에 저는 여전히 직장과 가정 내의 불안함이 함께 공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뿐인 다짐일지라도 독해지자 마음먹으면서요.
아이가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데 매일 쓰고 다니던 마스크 없이 나갑니다. 깜빡했나 싶은데 아니라면서 씩 미소를 보이는 맨얼굴의 딸아이.
"그래. 그렇게 웃어. 넌 웃는 얼굴이라 분명 합격할 거야. 파이팅!"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내일입니다.
그저 나만 평안하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또 덤덤하게 받아들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