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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ug 22. 2022

계절 예찬: 새 계절의 습관

익숙한 새 계절이 온다, 나의 가을


1. 절기 매직

이제 새벽과 아침 바람이 서늘하다. 창을 열고 자면 아침 여섯 시쯤이면 어스름이 추워서

'이불을 두꺼운 걸로 바꿔야겠어'하고 생각한다.

바스락거리는 여름 이불은 이제 빨아서 보관할 때가 되었다.

해도 짧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처서가 지나고 추석도 지나면 비로소 가을,

쾌적하고 바람이 차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벌써 내일이 처서다. 처서(處暑), 더위가 그치는 절기.

내일부터는 낮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진다.

정말 신기한 건 아무리 여름의 한가운데라도 매해 입추가 지나고 나면 꼭 밤의 공기가

조금 더 서늘해진다.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절기 매직.

입추가 지나고 밤에 창을 열어두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낮 동안은 뜨겁더라도.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었다.)


지구가 아픈 요즘 오락가락 미쳐버린 날씨로 보아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절기 매직은 유효한 듯싶다.

날씨가 더 오락가락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새 계절은 어김없이 온다. 찬 바람은 불어올 거고, 머리가 맑아질 거다.

나는 가을이 오면 사는 게 더 정갈해진다.




2. 새 다짐 1: 날씨 타고 출퇴근하기

추석 이후로 완연한 가을이 되면 추워지기 전까지 걸어서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거다.

차는 주차장에 모셔두고 한동안 두 다리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할 생각이다.

날씨가 마법 같던 봄에도 잠깐 그랬었다.

선선하고 쾌적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날씨를 타고 다니는 거다.

아마도 추워서 산책하듯 걷기 힘든 찬바람이 불 때까지 한 달 반 남짓의 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날씨를 타고 다닐 생각을 하니 설렌다.




3. 새 다짐 2: 따뜻한 차 마시는 습관

따뜻한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적당한 계절이 오고 있다.

며칠째 글 쓸 때 그리고 사무실에서

끓인 물에 티백을 우려 따뜻하게 홀짝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여유로운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려고 한다.

얼마 전 친구가 선물한 아로마 롤링 스틱 두 개를 집과 사무실에 하나씩 두고

하루에 몇 번씩 손목과 목에 롤링하고,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향긋하고 따뜻한 차를 천천히 마시며

일을 하고 하루를 보내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려 한다.

차 마시는 습관은 긴장을 푸는 습관이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습관이며

수분 보충을 착실하게 하는 습관이기도 하다. 온통 좋은 점뿐이다.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소화도 잘 되고 긴장도 덜 하게 되고 차분해지고

좋은 영향이 몸으로 느껴진다. 평생의 습관으로 몸에 익힐 거다.

원래는 커피에만 미쳐있는 나였는데 이젠 차 마시는 게 더 좋다. 카페인은 줄여야 하고.

(나이 들어가나.

나이 드는 건 좋은 일 같다.)

그렇다고 아예 커피를 안 마실 수는 없겠지만

이젠 커피를 마시지 않을 땐 수시로 차를 마신다. 커피는 하루 한 잔.


얼마 전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선물해준 브랜드 '올롯(ollot)'의 아로마 롤온 스틱과 탈취 스프레이. 각각의 향이 은은하고 우디해서 취향에 아주 잘 맞는다.


집에 다양한 티백과 티스틱이 종류별로 쌓여있다. 앞으로 더 수집해 볼 생각이다.


차를 매일 마시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 우연히 집에 티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봄에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한동안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고 목이 회복되지 않아서

매일 마시려고 도라지차 티백을 많이 시켜놨었지만 잠깐 마시다 말았다.

밴드 합주를 할 때 한 번씩 도라지차 티백을 꺼내서 텀블러에 우려서 가져가는 정도였다.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할 때 다정한 친구가 보내온 꿀유자차 티스틱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여름방학 전에 학교로 찾아왔던 졸업한 제자들이 선물로 건넨 오설록 티백 세트도 아직 남았다.

내가 밴드 공연을 할 때 자주 놀러 왔던 제자들이 항상 목 관리하시라고 응원하며 건넨 선물이다.

뜨거운 여름이 이제 저물어가는 지금 매일 티백을 하나씩 골라 연다.

삶은 감사하고 몽글몽글한 일들로 가득하다. 작은 다정함들과 작은 결심들이 모여서

나를 이루고 삶을 더 충분하게 만든다.

그런 다정함과 작은 결심들이 삶을 지탱하기도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삶은 정말 재미있고 기쁜 것이다.

  

앞으로 맛있고 건강한 차들을 수집하고 맛보는 것이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 같다.  




4. 가을과 겨울형 인간

대체로 여름에는 힘들고 지난했다. 어떻게든 빨리 지나기만 바라면서 끈적하고 쾌적하지 못하며 모든 것이 빨리 부패하는 계절을 지났다.

서른까지 오면서 여름을 잘 나는 방법도 깨우치고 여름의 매력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을이 항상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을과 겨울이 좋다. 따뜻한 것이 좋아지는 계절. 자꾸 따뜻한 것에 손이 가는 포근한 계절. 좋아하는 색감의 포근한 옷을 입고, 포근한 담요, 이불에 감싸진 채로 포근하게 지낼 수 있는 계절.

따뜻한 걸 먹고 마시는 게 당연한 계절. 몸이 차면 힘들어지는 내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계절이다.

가을이 오면 살아나는 것 같다. 삶이 더 정갈해진다.

겨울이 오면, 곁에  손이 따뜻한 사람이 있다면 핫팩처럼 꼭 쥐고 다닐 수 있다.

뜨거운 붕어빵이나 호떡도 호호 불며 먹을 수 있다. 본가에 가면 유명한 길거리 포차에서 엄마, 아빠와

뜨거운 어묵 국물을 마시며 호떡이나 떡볶이와 순대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음식들을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어묵을 좋아하는 아빠가 엄마와 내가 떡볶이를 먹는 동안 어묵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 것도 놀리면서 웃을 수 있다.   

연말의 반짝임을 한 해 내내 기다리면서 산다. 연말의 그 들뜸과 설렘, 온통 반짝이는 풍경이, 여름의 끝자락부터 벌써 눈에 선하다. 또 기다려진다. 금세 오고 금세 지나겠지만.


익숙한 새 계절이 온다.

여름 내내 기다렸다.

가을 동안은 피크닉도 자주 할 거다.

가을의 여행도 떠나고 단풍도 보겠다.

겨울에는 향이 좋고 따뜻한 차와 핫초코를 더 애틋하게 마시고

눈 오는 풍경과 성탄절의 풍경도 만끽하겠다.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더 다정한 매일을 살겠다.


다정해지기에 좋은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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