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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세이 Apr 08. 2024

진짜가 되는 법

정체성에 타협 없는 사람


피식쇼에 또 한 명의 월드클래스가 나왔다. DJ 페기 구다.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사탕처럼, 번쩍이는 테크노 리듬 사이로 한국말이 들려서 의아했다. 놀란 것도 잠시. 디제잉 세계에서 영어 가사가 환영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한국어로 노래부르는 그 자신감이 멋지게 느껴졌다. 이후로 정체성에 타협 없는 힙스터로 페기 구를 기억해왔다.



출처: 유튜브 피식쇼



힙스터가 되고 싶은 민수


이날 민수와 페기구의 캐미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가. 민수는 베를린 유명 클럽에 가기 위해, 가죽 재킷을 빼입고 2시간을 기다렸지만 퇴짜 맞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곳은 들어가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이다. 얼굴이나 몸매는 보지 않는다. 옷은 무조건 블랙으로 맞춰 입어야 하고, 줄 설 때 웃으면 안 되는 등 입구를 통과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미신처럼 돈다.  


현재 베를린에 살며, 그곳에서 공연해 본 페기 구는 이렇게 말했다. '준비하고 온 티를 내지 마'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그곳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행동이 뚝딱거리니까 말이다. 이미 몸에 배어 있어야 어색한 티가 안 나는 것처럼, 민수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걸 돌려 말한 게 아닐까 싶다.




출처: 유튜브 피식쇼



가짜의 특징


힙스터가 되고 싶은 민수를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좀 아렸다. 되고 싶은 게 많고, 멋진 사람들을 부러우면서, 남들의 반응에 휩쓸리는 모습이 낯익었다. 일부 나의 내면이 보였다.


특히 페기가 자신감 떨어진 민수에게 힙스터라고 달래줬을 때. 우쭐해진 민수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칭찬을 듣고 냅다 좋아하는 모습이 제3자 눈에 가벼워 보이더라. 만약 자기 기준이 있었더라면? 타인의 반응에 덜 휘둘렸을 것이다. 그 대상에 부합하는지는 본인이 판단하면 되니까 말이다.



출처: 유튜브 피식쇼



그냥 네가 되면 돼


나로 존재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해 봤다. 숨기고 싶은 모습도 모두 받아들였을 때였다. 약점도 장점도 모두 인정했을 때, 비로소 편안했다.


페기 구는 민수에게 '힙스터에 얽매이지 마'라고 말한다. 이 말을 잘 뜯어보면 '진짜가 되라는 뜻'이다. 진짜는 의식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원래 해오던 걸 했을 뿐. 큰 의도는 없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진실되고 이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렇게 때문에 진짜 힙스터는 자아가 있다. 화려하지 않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뚜렷한 생각과 기준이 있는 사람은 힙스터다. 이들은 선택에 있어 두려움이 덜하다. 본인에게 명분과 이유가 있어서다. 그 점이 이들을 인정욕구에서 자유롭게 해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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