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은 Mar 26. 2024

면접 망하는 비법 1. 스크립트 만들기

내가 대화하는 사람이 면접지원자인지, 심심이인지...

1. (믿었던) 스크립트 너마저


보통의 취준생(과거의 저를 포함한)이 면접 준비를  할 때, 순서는 아래와 같을 것입니다.

(1) 예상 질문을 모은다.(나도 이런 걸로 조회수 뽑아볼걸)
(2) 답변을 만들어서 달아준다.(스크립트 만들기)
(3) '툭!' 치만 '탁!' 하고 나올 때까지 달달 외운다.

같은 회사, 같은 직무에 면접을 본 사람이 남긴 후기를 참고하여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정보를 수집해야 감을 잡기 수월합니다.

저도 면접 준비를 할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예상 질문과 답변 만들기 었으니까요.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3) '툭!'치면 '탁!'하고 나올 정도로 연습하면, 대답은 이미 체화되었으니 좀 더 자연스럽게 외우지 않고 대답하는 척 연기도 가능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 과정과 연습에는 아주아주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과 의도에 내 경험을 끼워 맞추고, 면접관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에 사로잡혀 정작 내가 어떤 점을 부각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즉, 전 편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던 일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어렵게 됩니다.

두 번째, 스크립트를 완성했다는 사실 하나에 안도하고, 얽매여서 그 이상의 유연함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예상한 질문과 조금만 다르게 나와도 어버버 하게 됩니다.

세 번째, 내가 했던 경험을 답변에 맞춰 부분 부분 쪼개놨기 때문에, 한 경험에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이 통일되지  않아 있을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즉, '족보'라는 템플릿에 갇혀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면접관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그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답변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않고,

들은 질문이 내가 만들었던 리스트 중 어떤 것에 부합하는 지를 찾느라 애를 먹게 됩니다.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인 '동문서답'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2.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냐...!


대표적인 예상질문으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가 준비한 예상질문 : 성공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내가 준비한 답변 : 공모전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
면접관의 실제 질문 : 팀프로젝트에서 성공했던 경험과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은 어떤 사건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나의 분석력/창의력/역량 등으로 해결한 경험을 말해줌으로써 업무에 투입됐을 때도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달라는 질문입니다. 즉, 나의 문제해결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 면접관의 질문은 성공경험 + 역할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문제해결력뿐만 아니라 지원자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소통하고 조율해 나가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슷한 질문이지만, 평소처럼 나의 스크립트 속 질문 중에서 가장 유사한 것을 골라 그에 매칭되어 있던 답변을 꺼내놓으면, 궁금한 것을 잘 긁어주지 못하는 답변이 되는 것입니다.






3. '심심이' 상태 탈출하기

요즘 애들은 심심이 모르나...?


인터넷 몇 번 두드리면 나오는 유명한 질문 리스트를 면접관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이미 꼼꼼하게 준비해 올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지게 되면 그 사람의 실제 본모습이 아닌 준비된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자신의 단점도 1가지가 아니라 2~3가지, 최대 5개까지 준비해 가라고 하더군요(...)

면접관이 “준비한 것 말고 다른 건 없나요?”라고 물을 수 있는 것이 같은 맥락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해야 하는 급박한 면접 현장에서 이런 널리 알려진 질문들은 자칫 잘못하면 서로에게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관들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이런 유명하고 노멀한 질문만 하기보다는, 면접자를 약간 당혹시켜 본모습을 볼 수 있는 질문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예상 질문 리스트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항상 예측 밖의 질문을 만날 수 있으며, 스스로 답변의 유연성을 가지지 않으면 당황스러움과 동문서답의 콜라보로 합격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면접관들이 어떤류의 질문을 해도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게 뭔 소리여...'싶은 답변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했던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연도별로 나의 경험을 탬플릿화하여 정리하는 것


입니다. 그 경험이 여러 항목(배경, 과정, 결과, 깨달은 점, 아쉬웠던 점 등)으로 나누어 분석하여, 템플릿화 하고,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그 템플릿 속 마인드맵의 꼬리를 물고 부드럽게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템플릿의 형식은 내가 보기 쉽게,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장땡입니다.)


이 과정의 장점은

(1) 질문이 들어왔을 때 그에 부합하는 경험이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되어 떠오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서술을 줄이고 일목요연하게 말할 있습니다.

(2) 남의 경험을 훔쳐다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덜 합니다.(외워서 말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보세요... 꼭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습니다.)


질문을 기준으로 하나, 내 경험을 기준으로 하나, 어차피 면접 멘트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자동차 번호판이라도 예전의 초록 번호판은 뒤 4자리로 외워지고, 지금의 하얀 번호판은 앞 3자리와 글자로 외워지기 쉬운 이유를 아시나요?

정말 단순하게도, 배열과 폰트 크기 차이가 가장 핵심이라고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요소들이 사람들의 기억 범위에 관여하지요.


면접을 준비하는 것 또한, 의식적으로 질문이 아닌 내 경험이 메인이 되도록 해야 기억이 잘 되고, 어필이 잘 됩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했던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대학교 1학년때부터 연도별로 내가 했던 모~~든 경험들을 템플릿에 맞춰 정리한다.
   - 배경 (5초 분량)
   - 문제의 원인 or 필요한 분석 (10초 분량)
   - 과정 (10초 분량)
   - 결과 (10초 분량)
   - 깨달은 점 or 보완하고 싶은 점 (15초 분량)

2. 예상 질문과 꼬리 질문을 만들고, 정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을 작성해 본다.

3. 작성한 답변을 외우지 말고, 정리된 경험의 흐름을 떠올리며 말해본다.

4. 어떤 질문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을지, 혹은 내가 어떤 질문을 받으면 나한테 유리하게 작용할지 고민해 본다.

꼭 한 번 생각해 보고, 실행해 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원동기는 '퍼스널 브랜딩'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