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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May 09. 2024

60. 예전과 달라진 일상 그리고 나

적극적인 성향에서 내성적인 성향으로 바뀌기까지

오랜만에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자는 남편을 집에 둔 채 혼자 채비해서 나왔다.

공휴일이라 내가 가고 싶은 인기많은 카페를 아침일찍 가야할 것 같았다.


요즘 새벽같이 일어나 인턴하는 중이라 기상은 어렵지 않았지만 카페오픈은 아직 한참 남아서 다시 소파에서 설잠을 청했다가 오픈하고 조금 지난 시간에 도착했다.

전날 하루종일 비가 왔었다.

촉촉한 바닥 나무

아직도 흐린 하늘

아침이라 쌀쌀해서 야외석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실내엔 사람들로 붐볐다.

내가 시킨 것들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페스츄리와 오트라떼

지금 루바브(rhubarb)철이라 여기저기서 루바브를 활용한 디저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인턴 중이고 중간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전과 같은 고민들과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 속을 맴돈다.

어젠 내 담당 선생님이 인턴하는 곳에 찾아왔었는데 그래서 더 생각이 많아진 것도 있고...


학창시절의 난 몇 번의 변천사를 겪었다.

초등학교 때는 소위 잘 나가는 애들 사이에 끼고자 부단히 애쓰며 그러면서도 선생님들 눈에 띄긴 좋아하지 않은 그런 아이였고

중고등학교 때엔 공부욕심이 생겨서 반장부반장을 도맡아 하면서 좀 재수없는(?) 선생님의 애정을 듬뿍 받는, 나서길 좋아하는 아이였었다.

그 당시의 난 질문에 거리낌이 없었고 별의별 질문거리를 만들어서 관심받길 좋아했던 거 같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작은 소도시에 살다 대학을 가면서 더 잘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난 주눅이 많이 들었다.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렸고 주변의 영향에 쉽게 휩쓸려 상처받기 일쑤인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몸도 맘도 힘들었었다.


그리고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차디찬 현실에 직면해서 더 이상의 질문이 없는, 그냥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며 튀지 않는 삶을 지향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했음 했다. 그러다


지금 여기 스웨덴에 와서 살고 있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학창시절 질문봇에 적극적인 아이는 완전히 사라지고 외모도 언어도 완전히 다른 이 곳에서 난 철저히 이방인이 되었다.

주눅이 들고

아무도 뭐라 안해도 그냥 숨고 싶고

지금 인턴이나 학교 같은 반에서도 난 자발적(아마도?아님 타의적?) 아싸가 되어 버렸다.


선생님도 그렇고 일부 내 사수들도 자꾸만 적극적인 태도를 원하지만(때론 강요하지만) 난 그게 너무나 힘들고 버겁고 그냥 다 내려놓고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근성으로 버티고

버티다보면 귀도 트이고 입도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고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뭐라도 해내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쉽사리 그만두지도 못하는 지금이다.


나라는 사람은 하나인데 여러 시기를 거쳐오면서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는 중일지도 모르고 나도 나를 알아가면서 다독이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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