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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맞이하는 새해

스톡홀름 5년차, 눈과 함께 맞이하는 새해

by 라고미

안먹고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아쉬운 차가운 겨울

결국엔 떡국을 챙겨 먹는다.

요즘엔 코인육수가 잘 나와서 멸치육수파인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간편 요리템

한국에서 쟁여와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특히 겨울엔 국물요리가 많이 땡기니까 더 유용한 거 같다.

고기없이 끓여서 간단하게 달걀지단만 올렸다.

고기는 없지만 대신 냉동실에 남아있던 비비고 만두를 탈탈 털었다.

해외에서 부릴 수 있는 사치는 비비고 냉동만두를 사먹는 것과

종가집에서 나온 김치나 떡을 사먹는 것

이번 김치는 김장철을 맞이하여 내가 정성껏 담아 둔 것이지만

평상시에는 종가집 김치를 종종 사다 놓는다.

한국에선 몰랐던 우리나라 음식브랜드, 대기업 손맛이 고마울 따름이다.

눈이 곱게 쌓여서 예뻤던 새해

1월 1일을 맞이해서 눈이 펑펑 내렸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 겨울엔 스톡홀름의 눈이 귀했다.

내리긴 내렸지만 내가 본 이전 4번의 겨울들과는 좀 달랐다.

해가 짧아서 금방 어두워지니까

낮시간이 귀하다.

주말을 맞이해서 남편과 함께 카페에 가고 싶어서

무작정 나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만만한 체인 카페에 들렀다.

둘다 오랜만에 왔는데 그 사이 훅 올라버린 가격에 놀랐다.

경제가 안좋다고는 하지만 정말 먹는 것들의 가격에선 예민해질 수 밖에...

점심을 먹고 나왔던 터라 그냥 커피만 시켰다.

왼쪽은 내 라떼

이상하게 겨울이면 플랫화이트, 라떼, 카푸치노같은 포근한 커피가 땡긴다.

남편은 스웨덴에서 기본으로 파는 필터커피

카페마다 쓰기의 정도가 다른데

기본으로 한국커피보단 쓰고 진한 편이다.


눈이 내리고 해가 나면 얼굴이 아릴 정도로 추운 날이지만

풍경은 정말 끝내주게 예쁜 거 같다.

집 근처 종종 들리는 공원에서 걷는데

파란 하늘과 하얀 눈밭에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이었다.

스웨덴 생선알 2종

왼쪽은 냉장이었고

오른쪽은 냉동이었다.

둘 다 흰살생선의 알인데 생선이름을 한국어로 번역을 못하겠다.

둘다 날치알과 비슷해 보여서 샀다.

알밥을 만들어보기 위해!

참기름두르고 밥깔고

볶은 소시지, 양파, 당근, 김치, 맛살, 단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술에 샤워한 생선알을 올렸다.

야무지게 잘 비벼서

2인분이니까 2그릇으로 잘 나눠서 먹었다.

대학시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알밥을 참 많이 먹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자극적인 맛에 자꾸만 당기던 그맛

그리고 부산사람들이라면 잘 알지도 모를 '우정비빔밥'에서

알밥을 그렇게 많이 사먹었던 거 같다.

지금은 그 가격이 아니고 그 맛도 아닌 거 같지만

추억에 종종 그 가게들이 생각난다.

집 앞에 나오는데

사슴 3마리가 눈밭에서 두리번 거린다.

추운데 뭐하는 건지

발은 시렵지 않을까?

남편 생일맞이 외식을 감행했다.

외식물가가 비싸서 자주 나오진 못하지만

기념할 일이 있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싶을 땐 과감히 나온다.

둘 다 엄청나게 비싼 입맛은 아니라서 다행히...

스웨덴에서 그나마 가성비 좋고 쉽게 외식할 수 있는 곳이 버거집이다.

체인도 꽤 많고 수제버거를 만드는 집도 많은 편이다.

최근에 발견한 가게에 남편을 데려가서 주문했다.

나쁘지 않고 무난무난

감자튀김 대신에 스페인에서 먹었던 고추튀김(?)이 생각나 시켰는데

이건 안시키는 게 나았을 뻔;;

화장실 문구가 인상적이다.

스웨덴에선 보통 화장실이 남녀통합이다.

남녀구분없이 한칸만 있거나

여러 칸이 있어서 그냥 막 들어간다.

그리고 문을 꼭 잘 잠가야 한다.

이 나라엔 노크 문화가 없다;;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려면 그냥 냅다 문고리를 덜컥인다.

문을 잠그는 게 꼭꼭 필수!

밥먹고 후식은 필수.

여기선 피카

일부러 배를 좀 꺼트리려고 한참을 걸어서 왔다.

유명한 빵집이라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자리가 있었다.

스웨디쉬 카다멈번과 라떼, 그리고 필터커피

이 날은 내가 필터커피를, 남편이 라떼를 주문했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었는지 알 수 있는 길

나무에 한쪽면만 눈으로 뒤덮혀있다.

여긴 바람이 한번 분다 싶으면 인정사정없이 휘몰아친다.

스웨덴에 와서 치마를 잘 입지 않게 된 이유도 이런 강풍때문인 거 같다.


남편 생일날

바삐 만들어 본 간단한 생일상

단무지무침,

잡채

남편의 요청에 따라 버섯만 넣은 미역국

곤드레밥

약간 채식밥상 같은 느낌이지만

건강하고 든든하게 잘 먹었다.

Grattis på fördelsedagen!

그리고 생일케잌도 직접 만들었다.

남편이 먹고 싶다는 부다페스트

헝가리의 수도이긴 한데 여기선 케잌의 한 종류다.

롤케이크처럼 돌돌 말린 형태인데

밀가루가 아닌 헤이즐넛가루와 흰자 머랭을 쳐서 만든 시트로

쫀쫀하고 겉면은 파삭한 맛이 매력적인 달달한 디저트이다.

안에 남편이 라즈베리를 좋아해서 생라즈베리를 사다가 넣었는데

빵집에서 파는 건 귤통조림을 넣는 게 보편적인 거 같다.

스웨덴 크림은 한국 생크림보다 좀 더 묵직하고 우유맛이 더 깊다.


달달한 디저트와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한국식 국물요리가 버무려진

한국인의 스웨덴 겨울살이

이렇게 여기서 5번째 새해를 또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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