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쿠팡 로켓 주문 눈치 작전?

정반대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5

by 엘슈가

회사를 다닐 때는 잘 몰랐다. 사무용품이 넉넉히 비치되어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사무용품이 필요한지. 자영업자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알았다. 사무실 운영에 이렇게 많은 집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자레인지, 밥통부터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 굵직한 전자 제품들은 감사하게도 남편의 지인들이 선물로 해준다고 해서 구매 시 예외였지만 그것들 말고도 필요한 물품이 정말 많았다.


명함꽂이, 양면테이프, 등록증을 걸어둘 액자, 커피 캡슐을 담아둘 트레이부터 박하사탕까지.


"여보 박하사탕 좀 주문해 줘. 사무실에 필요해"

"엥? 웬 박하사탕?"


처음에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부모와 함께 방문한 아이들 주려고 그러나? 그 용도라면 박하사탕보다는 뽀로로나 로보카 폴리 같은 비타민 사탕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 때 남편이 설명을 덧붙였다.


"상담하다가 당 떨어지는 경우 손님들이 찾는대. 돋보기도 그래서 비치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다 이유가 있구나.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나는 사무실살이 초보였다.



알뜰 쇼핑은 내가 남편보다 나았기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는데 이 경우 허점이 있었다.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남편 앞으로 부동산 매출이 잡히는데 내가 지출을 하면 비용 처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들은 알 것이다. 매출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용 처리를 어떻게 잘하느냐에 따라 절세가 가능하다는 것을.


"여보 여보가 쿠팡 주문 좀 부탁해~ 링크 보낼게"


이렇게 말하면 남편은 시간이 걸려도 주문 해줄 사람이었다.하지만 나는 남편에게 주문해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세금적으로 손해인 걸 알면서도. 남편도 쿠팡 와우 멤버라는 걸 알면서도.


"아 좀 더 보고 싶으세요? 괜찮습니다. 집은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어요. 하하..."


"네~ 그럼요. 고가의 집을 매수를 하시는 건데 신중하게 생각하셔야죠. 네 그럼 상의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가계약을 이렇게 바꾸시면 안되는데...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할게요"


"말씀하신 가격이 무리인 것 같지만... 집주인 분하고 조정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네에!"


하루 50통에서 어떨 땐 100여 통까지 연일 그의 통화 목록은 기록 경신 중이었다.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팽팽한 온도 차이를 줄이고 서로 좀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컨설팅을 하는 그가 매일을 어떤 마음으로 일에 임하는지 그의 옆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내가 느낀 건 조금일 것이다. 주 6일 사무실을 지키는 그에 비해 나는 3~4일 근무할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금액이 큰 물건을 구매할 때는 문제가 조금 달랐다. 그의 카드로 결제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했다. 내 카드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도 이 방법은 유용했다. 그럴 땐 나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다 남편이 조금 한가해 보일 때 말을 꺼냈다. 바로 주문할 상황이 아닐 때가 많다는 걸 알기에 가능하면 미리 던지곤 했다.


"여보, 이거 좀 주문해 줘. 비용이 커서 당신 카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알았어"


하고도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남편은 주문을 하곤 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빨리 필요한 건 내가 주문하고 가격이 높은 건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가 그가 주문하도록 했다. 업무에 온 에너지를 쏟는 남편과 19여 년을 살며 얻은 노하우였다. 정반대 부부의 사무실살이에서 쿠팡 로켓 배송에도 눈치 작전이 필요했다.


그에게 쿠팡이 어떻고, 스마트스토어가 어떻고, 어떤 게 최저가이고, 지금 사면 얼마 더 할인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그가 필요한 걸 가급적 빨리 찾아내서 빠른 배송으로 받아 사무실에 비치하기. 그래서 그가 업무에 집중하도록 그 외 제반 업무를 맡는 것이 중요했다. 그게 다른 어떤 것보다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기에 나는 그렇게 했다.


이런 눈치작전은 비단 로켓 배송 시에만 적용되지 않았다. 톡을 보낼 때에도 늘 정중하게(?) 보내고자 했고 그의 일정을 고려해서 좀 한가할때를 기다렸다 보내기도 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필요 이상으로 남편의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친언니들이 나를 두고 ‘혜숙이는 제부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아’ 말한 적이 있다고 지나가는 말로 들은 적도 있었으니까.


내가 택한 방식이었다. 그게 내가 그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생각하며. 가끔 생각해 본다. ‘이런 내 마음을 그는 알까?’ 알지 못하더라도 괜찮았다. 그도 그럴 테니까.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그도 나의 눈치를 볼 테니까. 그게 우리 부부만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조금은 투박한 방식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