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글쓰기에 처방전이 있다면
조금 덜 바빠지면
그때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는 J님에게
안녕하세요 엘슈가 혜숙 작가입니다.
요즘 글쓰기가 고민되신다고요? 잘 오셨어요^^
오늘은 글쓰기를 정말 애정하지만 바쁜 일들에 치여 자꾸만 미루게 되는 경우에 관한 처방전 나눠볼게요! 살면서 '아 이 사건은 내가 정말 글로 붙들어 두리라' 생각 든 에피소드 있으셨나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요? 그렇다면 축하드려요! 작가는 그러한 에피소드를 밑천으로 하는 사람이거든요. 에피소드가 있어야 살을 붙여 나만의 글을 쓰죠.
그런데 그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어도 투두리스트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이 일만 끝나면' '이번 프로젝트만 마무리되면' 하고 벼르면서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요? 속으로 뜨끔하셨다면 괜찮아요. 지금부터 처방전을 알려드릴게요. 또 시간이 좀 나면 글을 더 잘 쓸 것 같아서 미루는 '완벽함이 추구미'인 분들도 지금부터 잘 들어주세요! 습작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이야기니까요. 저도 이 개념을 정립하고 미루는 습관을 많이 고쳤답니다!
여기, 다이슨 헤어드라이어를 사고 싶은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냥 사고 싶다가 아니라, 다이슨을 갈망한 지 2~3년은 되었다고 하는군요. 카드 할부가 좀 잘 되어 있는 세상인가요? 비싸다고 하지만 최장 12개월까지 가능한 홈쇼핑 할부 제도를 잘 활용하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는 다이슨 구매를 꺼렸습니다. 그 이유가 '남편을 사랑해서'라고 하는데요. 남편이 안정된 직장을 다녔을 때와 달리 이 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더욱 자신을 위한 소비에 소극적이 되었다면서요.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다이슨을 구매하게 되었어요. 조금 여유가 생긴 모양이죠? 다이슨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홈쇼핑으로부터의 알림을 받자마자 그녀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이슨 없는 여자'에 관한 에세이 한 편을 쓰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네, 예상하셨듯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저는 왜 다이슨을 주문하고 부랴부랴 이 이야기를 글로 묶어뒀을까요? 바로 다이슨이 배송되어서 그때부터 다이슨을 가진 여자가 되면, 잃어버리는 한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바로 '다이슨이 없었을 때의 생생한 감정'이 날아가는 것이지요.
이것은 마치, 한 작가가 기자 시절, 늦은 시각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같이 마실 친구도 딱히 없어서, 집 앞 편의점에서 만원 짜리 와인을 사가지고 와서 잠들기 전 마셨던 에피소드와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기자는 나날이 인정받고 성공해서 수입도 늘어났다고 해요. 그래서요? 비싼 와인을 사 마실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그렇지만 이상한 점은 아무리 비싼 와인을 마셔도 그때, 편의점 와인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글도 편의점 와인을 먹으며 썼을 때가 더 잘 써졌다고 하면서요.
어떠신가요? 글감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그 글감을 글로 붙들어 두어야 하는 이유, 납득 가시나요? 특히 '내가 글을 더 잘 쓰게 되면 그때 써야지' 하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언제 그 시기가 오며, 그 시기가 왔음을 또 어떻게 알게 될까요? 그러니 글 쓸 좋은 타이밍은 언제나 지금, 지금이에요.
내가 애정하는 글쓰기를 자꾸 미루게 된다면 이 다섯 글자를 기억해 주세요! 다이슨 법칙 말이에요.
J님-
글감이 찾아온다는 건 행운이 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글감이 찾아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붙들어 두시기 바랍니다. 계속 나에게 남아있을 것 같은 그 영감은 손에 쥔 모래처럼 스르르 사라지기 쉬우니까요. 또 작가로서 무한한 잠재력은 그러한 습작에서 나오는 뒷배 같은 것이니까요.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뾰족하고도 유니크한 모난 이야기를 이어가 주세요!
다른 작가를 닮으려 하지 말고
나는 더 다르다(different)
나는 더 별나다는(odd) 그 지점을 써주세요!
세상은 당신의 그 모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랍니다!
다음 편에는 K님의 사연으로 올게요!
지금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예술가를 깨워 보세요!
오늘도 사랑을 담아, 엘슈가 혜숙 작가 드림
*이번 연재가 미뤄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연재의 주제처럼, 저 또한 멈추지 않고 부단히 쓰도록 노력할게요.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다이슨 법칙을 적용해 쓴 글 보기는 아래로!
* 매일의 짧은 글과 단상을 스레드에 올리고 있습니다! 스레드에서 뵙는다면 무척 반가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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