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세 Sep 28. 2019

여성에게 종교는 없다 6

주님, 배우자는 영앤리치 빅앤핸섬?

 트위터 보다가 배우자 기도에 대한 트윗을 보게 되었고 추억이 모락모락 생각나길래 얼른 글을 써본다.

 옛날부터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할세. 배우자 기도가 탐탁지 않았으나 무튼 하라고 하니 하긴 했다.

 주님, 배우자 기도를 하라니 봅니다. 저는요. 키는 180 이상, 얼굴은 그래도 봐줄만했으면 좋겠고 같은 신앙인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배울 점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분홍색이 잘 어울리고 하이힐 신는 남자가 좋겠네요.(어딘가돌았던할세근데찐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6탄 : 배우자 기도를 아시나요?



 항상 교회에선 배우자 기도를 하라고 했다.

 배우자 기도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하면 좋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키는 어떻고 얼굴은 어떻고 성격은 어떻고 직업은 어떻고 수익은 어떻고... 그렇게 기도를 하면 나중에 주님께서 기도한 것 그대로 배우자를 보내주신다는 이야기. 얼굴이 오늘내일하던 남목사들이 자기가주제도모르고 열심히 기도를 했더니 기도와 똑같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고, "예쁜 아내"를 얻은 것도 다 이 배우자 기도 때문이란다. 정말 최고의 매칭 서비스다.


 배우자 기도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할 것이란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미혼'인 상태로 규정지어 놓고 창조질서에 입각하여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가담시킨다. 교회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 이성애에 미친 곳이다. 신앙은 없으나 이성 만남을 목적으로 교회에 출석 사람(특히 남자)도 많고, 교회 내에선 청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하기도 한다. 전에 있던 교회에서도 그러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여자들의 신청이 미비하다며 매 광고시간마다 여자 청년들의 참여를 강요했다... 으!


 교회마다 다르겠으나, 내가 있었던 교회에선 나잇대 별로 청년부를 나눠놓았다. 청년 1부부터 청년 4부까지 있었는데 4부는 40대 이상부터 결혼할 때까지의 '미혼'인 청년들이 있는 곳이었다. 교회 언니들은 '야, 적어도 4부까진 가지 말자. 3부에서 끝내자'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러한 구조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청년부는 언제까지고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언젠간 떠나야 하는 곳으로 청년 4부까지 간다는 것은 패배자나 혹은 선택받지 못한 자들의 우울한 모임이 되는 것이다.


 갑자기 독신의 은사라는 말이 생각났는데 독신은, 비혼은 은사로까지 주어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세상에...

 은사란 쉽게 말하면 신이 준 신기한 능력치 같은 건데 예를 들자면 예언, 방언 등이 있겠다. 독신의 은사의 대표적인 이는 여혐바울(내가 결혼하지 아니한 자들과 과부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고 7:8). 결혼 못하던 노총각목사나 혹은 남성도들이 발작하며 자긴 독신의 은사가 없다 난리 쳤던 게 생각이 나 이렇게 써보았다. 생각 할수록 어이가 없네.



 이상한 것은 성경 어디에도 배우자 기도를 하라는 구절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결혼은 성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자들이 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라 정욕이 불 같이 타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나으니라 고전 7:9) 다시 말하자면 교회는 성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자들을 열심히 양성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허점은 예쁜 아내와 결혼한 남목사는 있지만(왜 그 유명한 노래 있잖아요 전도사마누라는다예쁘다네 그거) 영앤리치 빅앤핸썸 남편을 얻은 목사님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성에게 종교는 없다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