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시험관의 배아 이식을 하고 임신 결과를 기다릴 즈음,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습관을 만들려면 아주 작은 단위로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세우면 달성을 할수 있고 작은 성취감을 자주 느껴 습관 만들기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습관을 만들어보려고 큰 결심을 하곤 했다. 매년 연초의 거창했던 다짐 같은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매번 성공해보지 못한 다짐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연초에 무계획으로 시작하는 해가 늘어나고 있었다.
나에게 습관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만들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1차 시험관이 우리 부부의 기대처럼 되지 않았을 무렵, 그 책을 다 읽고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어떤 변화도 없이 현재와 같을 것이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자궁내막증이 생겼고, 가만히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질리는 없을 것이다.
달라지기 위한 어떤 습관을 갖는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늘 마음속으로 되뇌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란 문구가 그 순간 절박함으로 변하였다.
노력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살고 있는 지금의 나와 헤어지고 싶었다.
결심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나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 졌다.
지금껏 아이를 갖기를 바라는 어떤 목표나 결심 없이 그저 적당한 노력으로 운이 좋기를 바랐었다.
편한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핑계를 댄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 "언젠가는, 언젠가는 때가 되면 생기겠지.."라고 생각하며 아직 아이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시험관 시작 전 병원을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도 절박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이 있는 삶을 바랐지만, 아이가 없는 지금의 프리 한 상태가 내심 너무 편했던 것이다.
책의 조언대로, 하찮아보일 정도의 아주 작은 일을 매일 해나갈 수 있는 것을 하나 정하였다.
매일 달성 여부를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구글 드라이브의 스프레드시트 문서를 생성하고, 제목은 "실천하기"로 정하였다.
첫 번째로 쓴 항목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체중계 재기'로 정했다.
매일 체중계를 재면 하루의 식단에서 지방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었다. 덤으로 지방량이 줄고 근육량이 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좋을 테고.
하루 하나의 작은 습관을 눈뜨자마자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노력이 들지 않았다.
침대 옆에 체중계가 놓여있어서,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체중계 재기' 습관이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하루의 하나 지킬 수 있는 습관이라 그런지 내 생애 처음으로 습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 자신감으로 그다음 주는 항목을 하나를 더 늘려보기로 했다.
"걷기가 최고예요!"란 시험관 선배님들의 후기를 보고 있자니, 걷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천해 보기로 했다. 그때 나의 하루 평균 회사 출/퇴근으로 4000보 정도를 겨우 걷고 있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 걸을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음 도전은 4000보에서 조금 더 힘을 내어 '6000보 달성'으로 정했다.
자심감이 붙어 하루에 달성할 목표의 개수를 조금씩 늘려가는 이런 작은 습관이 5개쯤 늘자 매일 달성 여부를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의 구글 드라이브 앱에 실행해서 달성 여부인 O/X를 문서를 편집하여 타이핑하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글 설문지를 만들었다. 그 설문지에 응답 결과는 스프레드시트에 차곡차곡 하루씩 쌓일 수 있게 되었다.
질문: 오늘 체중계 재기 성공?
답변: O
질문 : 오늘 6000보 달성?
답변: O
질문 : 족욕을 했나?
답변: X
질문 : 유튜브 보며 아침 요가 10분 달성?
질문 : O
....
주로 건강과 관련된 목표가 많지만, 그 외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목표도 세웠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설문지 링크를 타고 O/X만 표시를 하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다.
모두 O를 체크할 때의 그 희열이란! 누가 알까? 시험지에 모두 동그라미를 쳐진 결과를 받아보는 느낌이란!
O/X를 표시한 결과를 한 주 동안 그 작은 습관들을 몇 번 달성했는지, 주간 성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점점 진짜 습관이 되어 가고 있어 스스로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는 한개씩 늘어 15개의 작은 습관들을 매일 혼자만의 설문조사하게 되었고 6000보 시작했던 출퇴근시 조금 더 걷기로 8000보로 늘렸고 10000보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과하지 않게 조금씩 늘리고 큰 힘 들이지 않고 작은 단위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서 갯수는 많지만 모두 달성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는다.
비록 매일 모두 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했을 때도 그 실패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매일 다시 작심하고 재도전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은 일을 결심하고 성과를 이루니, 낮아졌던 자존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1차 시험관 이후에 다시 시작해보고자 하는 결심에 행동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
이 노력들이 모여서 내 미래의 아이가 나에게 오는 발걸음이길 바란다.
그 아이가 왔을 때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어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으로 오늘도 나만의 설문지에 동그라미를 치고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