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시험관 아기 시술
이번 배아는 상태가 좋았다. 중상급에 3개를 이식하였고 의사도 기대해봐도 좋겠다고 잘 쉬고 오라고 했다.
회사에는 오후 반차를 내고 배아 이식을 한 후, 집에 돌아와 그날 저녁은 꼼짝하지 않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였다. 이전 차수와 다르게 배아상태가 좋다는 말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번이 기회라 생각하고 회사를 쉬고 싶긴 했는데 배아 이식일은 수요일이라서, 휴가를 이틀을 내기에는 해야 할 일들도 많았고, 사실 부담도 스러웠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라 그 정도의 회사생활은 괜찮겠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출근을 했다.
'일을 과도하게 하지 않고, 너무 앉아만 있지 않고 적당히 쉬면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출근하여 집중하다 보면, 마음처럼 쉬는 건 잘 되지 않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만 하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녹초가 되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건 역시, 무리가 안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이틀만 출근하면 주말이니깐 본격 착상이 되는 시기에 쉬는 건 괜찮을 거야.
이식한 다음날은 식욕이 미친 듯이 폭발하였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먹고 싶다'로 시작해서, 회사 퇴근할 때까지 뭐든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계속 무언가를 먹고 있으면서도.
퇴근을 하고 집에 일찍 도착해서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손에 잡히는 걸 먹으면서도 저녁밥 먹기를 기다리면서 퇴근 소식이 없는 기다림에 남편에게 갑자기 미친 듯이 화가 솟구쳤다. 아무 일도 아닌 걸 알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너무 쏟아지면서 서러워지는 것이다.
한참 후에 퇴근길이라는 남편의 전화에 참아왔던 화를 쏟아냈다.
남편이 잘못한 것이라곤 평소보다 살짝 늦은 퇴근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평소에 서로 화도 나지 않고 삐치는 일도 없어서 싸우는 일이 없는데,
이 날따라 정말 호르몬의 장난인지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화가 나는 걸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남편은 당황하긴 했지만 미안하다고 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각하니 남편도 그러려니.. 했다고.. 그 날 밤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또 다른 내가 그랬다고.)
드디어 주말이 되자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머리로는 배아 이식을 한 몸이지만, 몸에 큰 변화는 없어서 그런지 성격상 집에 누워 가만히 있기가 쉽지 않았다.
'적당히 집안 청소하면서 움직이는 건 괜찮지 않을까?'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나도 좀이 쑤셔서 조금 집안일을 했다.
집안일을 끝내고, 몸을 생각해서 음식을 조금 한다는 게 또 서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실 배아 이식과 관계없이 평상시와 똑같이 일상생활을 한 것이다.
이렇게 다르지 않은 나날들을 보냈다.
이번에도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긴 하지만, 피검사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두 번째의 기다림은 첫 번째의 혹시나? 하는 마음보다는 조금 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엔 걷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음식도 좀 더 신경 써서 먹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리고 실천하는 것들을 자연 임신 시도 때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오전 일찍 병원에 들러 검사를 위한 피를 뽑았다. 채혈실에서 피를 뽑으며 미쳐 그전에 놓았던 주삿바늘의 흔적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 옆에 다시 주삿바늘이 놓아졌다.
간호사는 저번에 채취한 난자를 배양하여 냉동배아 개수가 3개가 된다고 전해주었다.
이번에 임신이 혹시 안된다면 다음엔 냉동 배아를 이식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냉동 배아를 보관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얼마 기간 내에 해동해서 이식하게 되면 보관비용은 환불이 된다고 하는데,
'환불 안 받아도 되니 해동 안 하게 되면 좋겠다.'
그로부터, 4시간 후에 점심을 먹고 날씨가 좋아서, 회사 동료들과 산책을 하고 있는 도중, 병원에서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넘어 간호사가 아닌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도직입적으로 의사는 이번엔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했고, 난 남의 일인 양 "아, 그렇군요."라고 대답을 했다.
"이번에 배아 상태가 좋아서 기대했었는데..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이번에 냉동배아가 있으니 채취 없이 할 수 있으니 좀 더 쉽게 이식하실 수 있어요. "
배아 상태가 좋아서 기대를 했지만, 마음속 깊이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상실감과 실망감이 생각만큼 휩싸이진 않았다. 하지만 나를 스스로 다독이는 시간은 필요했다.
'이제 두 번째인데..
쉽지 않을지 알고 있었는데..
근데 진짜 쉽지 않구나...
여러 번 실패해도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되는걸.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지..
근데 이식을 하고 기다리는 건 괴롭다.
퇴근 후에 속상한 마음보다는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그동안 핫도그, 닭강정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튀긴 음식이라 꾹 참고 있었는데,
'에라 나도 모르겠다. 오늘만큼은 삐뚤어질 테다. 오늘은 실컷 먹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핫도그를 손에 쥐고 한입 베어 물었다.
하아, 오늘따라 핫도그를 잘못 튀겼는지 기름이 너무 많아서 너무 느끼해서 먹다가 버렸다.
'당분간은 핫도그 생각은 안 나겠다. 잘됐지 뭐. '
맛없는 핫도그로 입맛을 버리고 나니,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세 번째 시험관 생각을 하니 닭강정 생각은 건너뛸 수 있었다. 비록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지.. 끝이 아니니까..
'아가야, 너를 만나기 정말 힘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야. 우리 꼭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