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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노트 Oct 12. 2023

첫 커피 한 모금

2023.10.10.TUE / 14:00 / 내 책상



둘째 아이가 낮잠에 든 오후. 드립 포트에 물 온도를 설정해 두고, 원두와 저울, 그라인더를 챙겨 서재 방으로 왔다. 18g의 원두를 가는 데에는 약 20초에서 30초가량의 원두 갈리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문을 닫고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그라인더를 돌리며 원두를 갈았다. 이 방은 아이가 자고 있는 안방과 가장 거리가 먼 방이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방금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음악을 틀고, 노트를 펼쳐 메모를 하고,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 이 시간을 절대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아이가 깰만한 여지를 조금도 남기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이의 리듬은 나의 루틴을 이내 흔들어놓고 만다. 



어쩐지... 오늘따라 순조롭다 싶었어. ㅎㅎㅎ



배고픈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커피 속을 헤엄치고 있던 얼음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수고했으니 목이라도 축이라는 듯 커피의 농도는 물처럼 묽어졌고, 한 잔의 커피는 그렇게 벌컥벌컥 몇 모금의 순간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커피를 내리자마자 마셨던 그 한 모금마저 없었다면, 오늘이 너무 아쉬울 뻔했다. 







☕️ Today's coffee :    -  CENTER COFFEE  -


✔️ Ethiopia Yirgacheffe Aricha Amy Washed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에이미 워시드


✔️ Tasting

: Mandarine / Peach / Honey


적당한 산미와 깔끔함

상큼한 감귤의 아로마

홍차 같은 바디감

복숭아, 꿀 같은 단맛으로 밸런스를 잡아주고 감귤 플레이버가 선명하게 느껴짐





2023.10.10.TUE.

@ 나영노트의 커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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