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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Feb 27. 2019

정의 할 순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랑

사랑의 두 가지 특징과 근원적 속성

  길을 거닐다보면 어렵지 않게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오늘도 연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사랑의 매력적인 기능은 자신에게 주어진 치열한 현실을 주변부로 밀어내고, 그 중심부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사랑은 합법적 아편이라는 말은 이러한 기능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연인들을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건 사랑이 지닌 보편성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모습을 바꿔서 사랑을 쟁취하려 했던 개츠비부터 결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장벽 앞에 죽음을 택한 베르테르에 이르기까지, 극단으로 치닫는 열정과 광기의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누구나 서로의 작은 눈짓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사소한 감정까지 배려하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감각적으로 느껴져서 알 수 있지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상대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뭐예요?”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그냥,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왔어요.”와 같은 답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사랑을 정의내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사랑을 ‘그가 내 아픔의 끝없는 기원임을 기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누군가는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수많은 정의가 존재하지만 모든 이들의 충분한 공감을 사진 못한다. 마치 사랑이란 건 반드시 추상적이어야 하며, 그것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오만임을 보여주려는 듯이.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아마도 사랑이 지닌 특수성 때문이다. 나무와 닮은 사랑은 특수성을 지닌다. 나무의 가지 하나 하나는 우리네 사랑을 보여주는 작은 소우주이다. 바라보는 방향도, 가지의 생김새도 모두 제각각인 가지들은 우리의 고유한 사랑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생김새도, 지향점도, 공유하는 기호체계도 모두 제각각인 연인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이들에겐 자신의 사랑이 다른 이들과 견줄 수 없는 더욱 특별하고도 값진 삶의 선물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고유값을 지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도 결국 나무처럼 모두 같은 뿌리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상대와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그래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사랑이 무엇인지를 정의내릴 수밖에 없지만, 감정의 근원이 같기에 사랑이 가지는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의 정의로 틀 안에 넣을 순 없지만, 사랑이라는 근원적 감정에 관한 우리의 앎은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고, 체감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 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머리로 이해하려는 순간 틈이 벌어지고, 이내 균열이 생겨 종국엔 파편처럼 깨지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조건들을 균형 있게 셈하기 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일 때, 그 때 사랑을 인식하고 시작하는 것이 사랑의 출발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반대로 맺고 끊어야 하는 일에 주저함이 가득한 이들도 많다. 처음과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지만 그것이 여전히 사랑인지를 가늠할 방법이 없기에 관성처럼 서로의 곁을 맴도는 연인들.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처음에 느꼈던 근원적인 감정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이유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면, 과감히 종결의 매듭을 짓는 것이 진정 사랑을 아는 자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로인해 깨진 유리처럼 내 삶의 일부가 균열이가고, 그 파편에 살이 베여 피를 흘리는 일을 감수해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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