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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Sep 01. 2022

잘못된 진단

몸이 고장난 거 같아요

움켜쥔 것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다. 단단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억눌렀는데, 사실은 무르다 못해 터지기 쉬운 사람이었다. 32살에 그걸 알게 됐을 뿐이다. 이별 후 힘들 때마다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잘못한 거잖아', '처음 겪는 이별이야?' 상한 마음에 차갑게 고개를 돌리고 굳세지 못해 그렇다고 다그쳤다.


그게 무너지는 날 지키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따뜻한 인정이 필요한 내게 칼을 겨누며 노려봤으니, 마음에 병을 얻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나도 받아들이지 못한 나, 쉴 곳 없는 마음은 길을 잃고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심장 두근거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늦은 밤, 그는 인기척도 없이 무례하게 찾아왔다. 더는 찾아오지 않길 바라며 버텼는데, 이제는 기분 나쁜 그와 밤을 지새우는 게 일상이 됐다. 사흘에 한 번 꼴로 자니 생활이 무너졌다. 직장에서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했고, 일하던 중 갑자기 숨이 막혀 숨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곳곳에 구멍이 나고 있는 걸 알면서도 일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녔다. 몸을 바삐 움직이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진실이길 바랐다. 평소처럼 운동하고, 새로운 학원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상황이 달라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깊은 상처 위 덕지덕지 붙인 밴드가 특효약 일리가 없다. 스스로를 모르고 내린 처방은 오히려 병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한 달 가량이 지나자 두근거림에 이어 두통과 이명이 따라왔다. 그때까지도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혹시 병이 생겼나?' 몸이 고장난 것 같아 병원으로 향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심장 뛰는 느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요. 일상 생활하기도 힘들어요."

"검사 한 번 해봅시다."     


의사는 혈압도, 심전도도 다 괜찮다며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해답을 얻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물었다.


"최근에 힘든 일 있었어요?
아무래도 불안장애 같으니,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시길 바라요."


Photo by Hush Naidoo Jade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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