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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과 채찍 Feb 10. 2022

의미가 있는 세상에서 쓸모 찾기

내 이름의 의미와 의도를 찾아서

'철수', '영희' 단순한 글자의 모음이다. 이런 글자의 모음을 사물에 붙이면 이름으로 하면 다른 느낌이 든다.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촌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름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지가 사물에 덧칠된다.

글자는 글자일 뿐이다. 글자들이 모여서 우리가 아는 단어가 되면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어는 의미를 넘어서 다른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는 이런 느낌을 이미지라고 표현하겠다. 이미지는 우리가 가진 인식에서 나온다. 인식은 여러 가지에 영향을 받지만 문화도 영향을 주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이 이전 세대에 많이 사용되던 이름이고, 옛날 교과서의 등장인물에게 사용되던 이름이었다. 우리는 이런 문화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인식이 생겼고, 인식을 바탕으로 이미지가 생긴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단어를 보고 비슷한 이미지를 받는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언어 체계와 한국인이라는 문화적 기반이 있다. 단어를 보면 비슷한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이름이 개똥이라고 하면 놀랄 것이다. 왠지 누군가의 이름으로는 쓰지 않을 듯한 구식이면서 느껴지는 이미지도 굉장히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개똥이가 아닌 철수라면 어떨까? 개똥이보다는 괜찮은 이름이라고 느끼지만 어딘가 교과서적인 이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어가 가진 이미지를 바꾸는 방법 다른 방법이 있는데 단어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 다르게 느껴진다. 이런 효과는 이름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내 이름 '박 상 일'은 그냥 평범한 이름이다. 특별한 이미지를 주지 않는다. 오래된 어린 시절에는 '상일 가구'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놀림을 당하고는 했었다. 가구 브랜드라서 그다지 타격감이 없었다. (상일 가구를 아신다면 당신은 저와 같은 연배 시네요 반갑습니다. - 그런데 아직도 있는 브랜드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자로 보면 朴 相 一 이다. 이름의 한자의 의미를 찾아보자.


[相 서로 상] 의 사전적 의미

1. 서로

2. 바탕

3. 도움, 보조자(補助者)

4. 시중드는 사람, 접대원(接待員)

5. 담당자(擔當者)



[一 한 일] 의 사전적 의미

1. 하나, 일

2. 첫째, 첫 번째

3. 오로지


저 한자를 보고 무슨 의미인지 추측 가능한가? 

서로 하나가 되어라? 첫 번째 바탕?

그런 의미가 아니다. 실은 저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 내 이름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집안마다 돌림자(항렬자)로 이름을 짓는 집안이 있다. 우리 집안이 그랬는데. 내가 태어난 세대의 돌림자가 相 (서로 상) 이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7320&docId=1523456&categoryId=47320



 이미 중간 이름은 정해진 상황에서 이름의 마지막 글자만 지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쓰기 편하라고 一 (하나 일)로 지었다고 한다. 누가 이런 이유로 이름을 짓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 이름을 지은 건 아버지셨다. 나중에 내 이름을 짓게 된 의미를 물어보니 한자로  쓰기 편한 글자로 하면 외우기도 편하고 쓰기도 편하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대답을 듣고 장난이라고 믿었는데, 진심이셨다. 뭐지?

내 이름에는 의미가 있는 게 아닌, 쓸모가 있었다. 한자로 쓰기 쉬운 이름이라는 쓸모.



이름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정하는데. 이런 쓸모로만 있는 이름도 괜찮다.

남들이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대부분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꼭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맞춰서 뭔가를 정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이름에 굉장히 애착이 가거나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작자(?)인 아버지의 의도에 맞게 쓰기 쉬운 한자 이름이라는 위치는 확실히 가지고 있다.

제작 의도가 잘 반영된 작품이고 덕분에 나도 그 덕을 잘 보았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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