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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ug 15. 2019

감정존중. 못 다한 이야기들...

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감정존중을 발간하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에 '감정.존중 -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리학적 단상'이라는 책이 2019년 8월 21일 오후 3시에 맞추어 세상에 나옵니다.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 나오도록 도와주신 플랜비디자인의 최익성 대표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책을 세상에 내 놓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임상가로서 내담자의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저작물을 내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분들이 과연 그것을 원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이 책을 세상에 내 놓는 이유는 더 이상 나의 내담자들과 같은 심리적 아픔과 문제를 겪는 분들이 줄어들고 서로를 존중하고 마음을 소중히 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공적으로 이 책이 발간되고 활용되는지라, 한장한장 채워나갈 때마다 매우 신중한 접근을 취하기는 했으나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조심스러움으로 인하여 함부로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1.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제 인생의 몇가지 핵심원칙 중 하나가 바로 "무소식이 희소식"입니다. 제 직업의 특성 상 좋은 일 보다는 안 좋은 일들이나 혹은 마음이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저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내담자를 비롯하여 지인들의 경우에도 별 소식이 없으면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잘 지내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그래서 제 고객들 중에는 주로 마음이 힘들 것임이 충분히 예상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일반 직장인들과 아이 키우느라 맘고생 및 몸고생을 하는 부모님들이 일차적 고객이지요. 이에 더하여 CEO나 임원들처럼 업무량이 많고 다사다난할 수 밖에 없는 분들, CS나 영업직처럼 사람을 상대하면서 지치고 힘들 일이 많은 분들(by JS & KJS 고객들), 그리고 병원근무자나 소방관 등과 같이 일 자체에서 마음고생이 극심한 분들이 주요 고객이랍니다.


제 박사논문 주제가 "해외파견자"입니다. 이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게 된 이유도 결국에는 엄청난 '마음고생'을 하는 직업 혹은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게 된 계기는 중국에서 해외파견자 배우자로 10년 넘게 살아온 제 동생과의 전화통하였습니다. 어느 날 안부 차 전화를 했던 제 동생 왈, '오빠, 상해에 좀 놀러와~ 여기는 오빠 고객들 천지야!!'. 무슨 얘기냐는 질문에 대해서 '여기 아빠들(파견자 본인)은 일 많아서 스트레스 받아 괴로워하고, 부인(파견자 배우자)들은 다 우울증이야!(중국의 경우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가 많아 생활인으로써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음) 게다가 애들(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지로 끌려간 파견자 자녀들)은 다 언어장애다!!'라고 답하더군요. 듣고 보니 정말 제 고객들, 즉 여러모로 스트레스와 마음고생이 심한 사람들 천지였던 것이죠.



2. 나의 내담자분들에게 진지한 감사를 전합니다. 


이 책이 발간되는데 큰 기여를 해주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까이에는 이 쉽지 않은 주제를 과감히 수용하시어 발간을 결심해주신 출판사 대표님과 그 직원분들, 그리고 좋은 주제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신 팟캐스트 '심리만만' 멤버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항상 저를 뒷바침해주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시는 제가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저희 회사 직원분들 및 제 가족들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렇지만 이 책에 가장 큰 기여를 해주신 분들은 바로 제 내담자분들이십니다. 용기내어 저를 찾아오셨고, 힘들게 자기 얘기를 꺼내셨고, 스스로 이겨내고 극복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하셨던 그 분들이 가장 큰 기여자입니다. 만약에 이 책이 "대성공"을 한다면 그 공은 온전히 저의 내담자분들의 것입니다! 그 분들 덕에 지금의 제가 있으며, 그 분들 덕에 지금의 책이 나온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단, 여기에서 말하는 "대성공"이란 책이 얼마나 팔리고 그로 인해 유명한 작가가 되는지 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전제합니다. 제가 말하는 "대성공"이란, 이 책을 읽고 단 한분이라도 울컥하는 공감을 경험하셨거나 다친 마음의 위로와 힐링을 얻으셨다면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대성공"입니다. 또한 단 한분이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 기초하여 주변 사람의 아픔에 대해서 "감정.공감"하고자 노력한다면 그 또한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3. 나의 내담자들이 다시금 행복한 웃음을 되찾기를 바라며...


원래 심리치료 교과에서는 치료자의 개인정보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 핸드폰에는 저에게 24시간, 어느 때이든지 전화를 하셔도 되는 고객분들이 계십니다. 최근에는 그런 특권(?)을 가지신 고객분들이 4분 정도 되시며, 많을 때에는 10여명에 이를 때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바로 '자살 위험군'으로 제가 특별히 관리하는 내담자분들이십니다. 그 분들과는 상담 시 '자살금지 서약'이라는 것을 대 놓고 하며, 너무 힘들거나 자살 충동을 느낄 때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을 하도록 분명히 약속합니다.


얼마 전 제 강의를 듣던 수강생 중 한분이 '대체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거에요? 저는 정말 이해가 안되요!'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정색을 하면서 '그런 애기, 절대로 하지 마세요! 그 분들이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마음을 먹었겠습니까?!'라고 반문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우울감이 높거나 너무 힘들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그에 대해서 "정신차려! 그 딴 정신으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려고 하는건데!'라고 타박을 하거나 '도대체 왜 그러니 정말, 난 이해가 안된다!'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반응의 경우에는 우울한 분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더해주는 것이며, 아예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입니다.


저는 제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즉 "감정"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혹시라도 나도 내 아픔을 간과하고 있고, 마음의 울부짖음을 못 듣고 있는건 아닌지... 저는 제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 상태, 즉 "감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은 조심하고, 대신에 위로가 되는 말을 생각해서 한번 더 건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책을 쓰는 내내 가졌던 간절한 바램이었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책을 쓰면서, 그리고 교정을 보면서 가장 주의하고 조심하였던 것은 '혹시라도, 한분이라도, 그리고 그 어떤 누구라도, 이 책의 내용으로 인하여 마음이 다치거나 상처받는 일이 있으면 어쩌나?'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무리 긍정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그 과정이나 방법 상 마음을 다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저희 같은 직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교육이나 강의 중에 사례를 얘기할 경우에도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며, 글을 기고하거나 발표를 할 때에도 두세번 생각하는 버릇이 생기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스스로 노력하여 누구라도 부러워할만한 회사에 당당히 합격하여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남들이 보기에는 소위 '잘 나간다!'는 평가를 충분히 받고 있던 내담자 분이 계셨습니다. 외적으로는 타인들의 인정과 부러움을 받던 그분이, 내적으로는 심한 열등감과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들로 인한 심한 우울감, 불안감, 그리고 낮은 자기존중감으로 점철된 '누더기'와 같은 마음 상태였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상담 중 제가 칭찬을 하거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면 낯설어하거나 당황해하면서 믿지 않던 그 분이, 어느날부터 '혹시라도 내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분의 인생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웃음을 되찾았으며, 분명하고 확실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한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기초하여 자기-존중감이 향상되었고, 얼굴과 행동에 건강한 자신감이 배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타인들은 위협과 배신의 아이콘이 아니라 협력과 교류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들과의 관계에서도 만족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분과의 마지막 상담을 잊지 못합니다. 그날 그분은 상담 중 가장 많이 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의 눈물은 고통과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과 행복의 눈물이었습니다. 3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현재의 자기 모습에 거의 엉엉 울면서도 반쯤은 계속 웃고 계시는, 정말 '웃긴데, 웃지 못할 상황'이 내내 계속 되었습니다. 그 분이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으면서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박사님, 필요하시면 제 사례 다 가져가 쓰세요~ 아무데나 쓰셔도 되요. 그래서 꼭 저 같은 사람들 많이 도와주시고 구원해주세요!!"


그 말에 저는 '이 분은 이제 정말로 다시 상담을 안 받으셔도 될 정도로 건강해지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이제 자신 뿐 아니라 타인들의 위로와 힐링에도 충분한 관심을 가지시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작은 부분을 희생하여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할 정도의 성숙함까지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도의 분이라면 이제는 스스로 마음의 아픔이나 장애를 잘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돕고 위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마음도 이런 마음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와 힐링을 가지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한 감정.존중 및 상호.존중을 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사례에 대해서 철저하게 윤리적 원칙과 기준에 근거하여 조심하였으나) 아마도 제 내담자들도 이와 같은 제 마음에 동의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제 최고의 스승이시며, 제 소중한 고객이신 제 내담자들분!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거나 제 책을 보시는 여러분들 모두가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원합니다.



저자. 노주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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