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Dec 26. 2019

꼰대, 정작 본인은 몰라요!

심리만만 25화. 꼰대 심리학

Photo by Taylor on Unsplash



1. 꼰대인 줄 알면 꼰대가 아니다!


'꼰대'라 말할 때 여러 가지 특징이 있으나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 특징은 첫째 '자신이 맞다는 확신이 강하다', 둘째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일방적 결론을 강요한다' 등이다. 예를 들면, 상사가 부하직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의견을 전혀 수용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맞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 무조건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 바로 전형적 꼰대의 행동이다. 


만약 부하직원에게 꼰대짓(?!)을 하는 상사에게 '부장님, 꼰대세요!ㅠ'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당신이 틀렸어요'라는 의미와 '우리의 의견도 인정해주세요', 그리고 '저희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마세요' 등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 그래? 내가 꼰대였어??ㅠㅠ 미안해ㅠㅠ 앞으로는 안 그럴게ㅠㅠ'라고 이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상사라면 어떤가? 이를 과연 꼰대라고 할 수 있는가?


이렇게 자신이 맞지만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귀를 기울이며, 상호적 소통을 하고자 한다고 하면 그를 꼰대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한계와 단점에 대해서 인정할 뿐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에 대해서 객관적인 통찰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하지는 않는다. 꼰대의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 특징 이전에 더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 판단과 인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꼰대인 줄 알거나 혹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꼰대라고 칭하지 않는 것이다!!



2. 나이 먹은 사람이 꼰대?


이상과 같은 꼰대의 정의를 고려해본다면 '꼰대'가 꼭 나이를 먹은 사람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꼰대의 여러 가지 어원 중에는 나이 먹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도 맞으며, 이렇게 대중화되기 전에는 보통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지칭하여 사용해 온 말인 것도 맞다. 그리고 영어로 꼰대라는 말에 해당하는 'OK Boomer'라는 표현도 일단은 나이가 많은 베이비붐 시대의 사람을 지칭한다. 


그런데 만약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는 전제를 제외하고 나면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와 유형을 꼰대를 찾을 수 있다. 타인이나 다른 세대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세대의 의견이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는 확신이 가장 강하여 아예 소통조차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바로 '중2병'의 핵심 증상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판단이나 대응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후배들을 보고서야 깨닫는다. 


또한 기존 직장인들을 모두 꼰대라고 판단해버리며, (아직 업무 파악 자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채로) 자신의 주장이나 접근이 맞을 것이라고 (근거 없이) 고집을 부리는 자기중심적인 신세대 사원 역시 꼰대이다. 아마도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회사 돈을 몇십억 날리고 난 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무조건 나이 먹은 사람이라고 해서 '꼰대'라고 치부하고 아마도 '자기주장만 하고, 남의 의견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소통을 강요할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하는 것도 꼰대질이다. 이와 같은 접근들은 서로의 입장을 비난하면서 서로의 탓만 하는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의 부부들에게서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3. '꼰대'라는 라벨링(Labeling)이 주는 부작용


그런데 이와 같은 꼰대의 정의를 가만히 보다 보면 병원에 있는 의사 선생님이 바로 전형적인 꼰대(?)인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몸이 아파 병원을 방문했다고 치자! 환자를 진찰하고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 후 의사 선생님은 충분한 근거와 확신을 가지고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나) 환자가 이견을 제기해도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비전문가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가 납득할 때까지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사 선생님도 꼰대가 아닌가? 그런데 왜 의사 선생님에게는 꼰대라고 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첫째, '의사 선생님이 가지는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의 결론과 대응은 결국 나 자신의 건강과 이익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셋째, 만약 의사 선생님의 진료가 정 못 믿겠다고 하면 '다른 대안(다른 병원이나 의사)'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의 전문성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도나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나 이익이 될지를 판단하여, 나 스스로가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판단하고 대응하면 되는 문제인 것이다. 굳이 꼰대라고 욕할 것도 없으며, '선생님은 꼰대에요!'라고 비난하여 '앞으로 저 환자는 받지 마!'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 진료 기회 자체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꼰대'에 대한 논의는 감정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너무 심하다는 걱정이 든다. 즉, '꼰대'라는 말은 붙이는 순간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전문성, 그리고 상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가치 등은 싹 무시되고 만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인하여 더욱 사이가 벌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과연 이런 현상은 누구에게 손해인가? '꼰대'라고 불린 사람도, 그리고 '꼰대'라고 부른 사람도, 모두 손해이자 감정적 상처만 남게 되는 쓸모없는 싸움인 것이다. 



4. 소통과 교류는 항상 정답이다.


혹시 일견 꼰대라고 분류해버리고 말았던 사람과 후일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렇게 꼰대는 아니네!'나 '알고 보니 꼰대는 아니고만!'이라고 생각하며 관계가 변화하였던 경험이 있는가? 아니면 나는 꼰대라고 생각하고 좋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은 그를 좋게 평가하거나 혹은 잘 지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렇듯 사람 사이의 관계란 관계의 양이나 질에 따라서 서로에 대한 평가도 끊임없이 변화하게 된다. 심지어는 그리도 사랑하고 애정하여 결혼했던 사람과도 이혼을 하지 않던가?! 혹은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서로 원수처럼 지내다가 정들어서 서로 애정하는 사이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란 끊임없는 역동적 상호작용의 화학적 결과일 뿐이다. 평생 좋기만 하거나 평생 싫기만 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꼰대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진면목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색해보고자 노력했는가? 혹은 상대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려고 노력해 보았는가? 아니면 상대에 대하여 90% 이상의 확신을 가지고 꼰대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다양한 상황에서 역동적 교류를 해 왔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생각에는 꼰대처럼 느껴지는 현재 기준) 꼰대'나 '지금은 꼰대 같지만 나중에는 아닐 가능성도 있는 잠정적) 꼰대', 혹은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어 뭐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불확실한) 꼰대'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덜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만 해도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극대화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 또한 그래도 소통과 교류를 할 여지는 남아 있게 된다. 그나마 희망의 끈은 유지되고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만 해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다. 몇 마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이봐, 내 이럴 줄 알았어! 우리 그만 만나요!'라고 말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남자는 여자에게 물었다. '근데 왜 그러세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제가 왜 그러는지 모르죠? 하긴, 꼰대들은 자기가 정말 꼰대인 것을 모른다니까!'라고 답했다. 더 황당해진 남자는 여자에게 되물었다, '제가 꼰대라고요? 어디 가요?' 이에 대해서 여자는 결론짓듯이 대답했다, '나이가 많잖아요, 나이가!'


이 황당한 대화를 본 소감이 어떠한가? 그런데 이 상황은 특정 상황, 즉 여자가 남자에게 나이 때문에 꼰대라고 평가해버리고 화내는 상황을 예시로 들었을 뿐이다. 만약 화자와 청자의 성별을 바꾼다면, 아니면 나이 대신에 출신지역이나 학교 혹은 키나 외모 등과 같은 신체조건을 근거로 비난하였다면 어떨 것인가? 충분한 근거나 정보 없이 타인의 속성에 대해서 평가절하(?) 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확인하였는가? 이 얼마나 비논리적이며 감정적인 잘못인가?


물론 우리가 가지는 편견은 과거 경험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편견을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확신한다면 충분히 꼰대가 아닐 수 있는 사람을 꼰대로 매도해 버릴 수도 있다. 혹은 상대방의 빈정을 상하게 하여 의도적으로라도 꼰대처럼 행동하거나 아니면 다양한 다른 방법으로 복수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 타인을 꼰대라고 판단해 버리는 나의 행동 자체가 꼰대짓(?!)이 아닌지 항상 검토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25


이전 14화 리더의 고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