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May 27. 2020

최악의 훼방꾼. 수동-공격적 성격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Photo by DESIGNECOLOGIST on Unsplash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반복되는 업무 상 과제 처리에 수동적으로 저항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못하고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불평

시무룩하고 따지기를 좋아함

정당한 이유없이 권위를 비난하고 질책함

자신보다 운이 좋은 사람을 질시하고 적의를 표출

개인적 불행을 과장하고 지속적으로 불평

적대적 반항과 참회를 번갈아가며 반복


(발췌 및 인용 From DSM-IV)



1. '초치기'의 대가


상황 1. 모-회사의 신입사원 교육 중 신입사원들끼리의 토론장

신입사원 A. 그동안 취업을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공들였는데, 그래도 원하던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너무 기쁩니다!

신입사원 B. 네! 저도요~ 합격 전화 받고 울컥하더라니까요ㅠ 저희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어요^^

신입사원 C. 좋겠어 다들.. 근데 회사 생활해보면 한달이면 질릴걸.. 저 봐라.. 저런 꼰대들하고 지내려면 앞으로 개고생이야.. 그냥 나중에 상처받지 말라고 해주는 얘기야..


상황 2. 팀내 회의 중

팀장. 이번 프로젝트 우리 최선을 다해서 꼭 성공시킵시다. 우리한테도, 그리고 조직 차원에서도, 큰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될거에요! 우리가 꼭 해냅시다!!^^

사원 A. 알겠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번 개고생해보죠 뭐^^

사원 B. 근데요.. 이렇게 중요한 일이면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죠.. 도움주는 것은 없으면서 자꾸 성과만 만들어내고 성공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성공한다고 저희한테 딱히 돌아오는 것도 없잖아요?

팀장. 그럼 B님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겠습니까?  

사원 B. 저야 일개 말단 사원인데 뭐 큰 영향력이 있겠습니까?! 그냥 다들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는거죠.. 결국 힘없는 말단 사원보다는 팀장님이나 조직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는게 원래 회사잖아요?!


상황 3.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식사

A. 오랫만이네! 그동안 잘들 지냈어? 와 이 식당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좋으네~ 대체 여기 누가 예약한거야? 센스있는걸~

B. 내가 했지! 그래도 우리 오랫만에 모이는데 좋은 곳에서 맛난 거 먹으면 더 좋잖아^^ 아주 오늘 맘껏 즐기자고!

C. 근데 여기 좀 눅눅하지 않아? 약간 쾌쾌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그리고 좀 고기가 질기다...



2. 탁월한 애매함. 찝찝하나 뭐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탁월하게 '애매한 경계에 포지셔닝'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행동이 딱히 틀린 말을 하거나 맹백하게 문제로 삼을 정도의 행동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긍정적이거나 좋은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적을 하자니 그것도 애매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또 찝찝한 그런 경계 수준을 탁월하게 유지한다.


이와 같은 애매함은 양면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일견 순응적이고 협조적이며, 뚜렷한 갈등이나 대립을 초래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원칙이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뚜렷하게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따지고 보면 다 맞는 얘기이기도 하고 틀리는 말 한마디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또 그렇게 기분이 유쾌하거나 말끔하지도 않다. 이들의 표현방식은 '시니컬'하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내적으로는 마음 속에 분노와 공격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내적 분노나 공격적인 태도들이 뚜렷하게(Active) 드러나지는 않지만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교류나 대화에서도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개방적이지 못하고 폐쇄적이고 벽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화를 한 후에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며, 말의 내용이 주는 의미와 행동적 싸인들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즉 내적 분노나 공격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애매하게 표현되기 때문(Passive-Aggressive)이다.


 

3. 과연, 변화할 수 있는가?


일상적 상황에서 이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처음부터 뚜렷하게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가 점차로 늘어난다. 특히 항상 생활을 같이 하거나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 부서 내에 수동-공격적 성격의 사람이 있는 경우 주변 사람들의 의욕을 점차로 꺽으며 힘 빠지게 하는 일들이 쌓여간다. 


더 억울한 것은 그 사람과 밀접하게 생활을 하지 않거나 업무 상 관계나 형식적 관계 만을 맺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애매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 괜찮아 보이던데 왜 그래?' 혹은 '나랑은 잘 지내는데 너가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라는 피드백을 받기 일쑤이다. 그래서 이들의 얌체 같은 행동에 본인만 피가 마르는듯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심리치료 등에서도 잘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본인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조망과 리뷰가 있어야 하며,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객관적인 조망과 리뷰를 하더라도 뚜렷한 문제점을 찾기가 애매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특별히 흠잡을 곳은 없는 행동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제를 직면시키기도 어려우며, 본인 또한 자신의 패턴을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변화 의지도 없는 경우가 많다.  



4.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가?


이들의 미묘한 심리전에 말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첫번쨰 방법은 '수동적(Passive)으로 대응하라'이다. 이들이 수동공격적(Passive-Aggressive)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이 능동적 혹은 적극적(Active)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들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고쳐야겠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개입하고자 하면 이들은 받아치기 식으로 공격을 하게 된다. 아예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최소한으로만 반응하고 대응하면 어쩔 수 없이 이들이 '능동적(Active)'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업무에 대해 최소한의 권한과 비-주요 업무를 배당하면(왜냐하면 시켜도 열정적으로 몰입하고 노력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자신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능동적 불만을 표현한다. 이 때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의미이다.


두번째 방법은 그들의 축적된 분노와 공격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내적으로 분노와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를 자극하게 되면 두고두고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만약 잘못을 해서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면 짧고 간단하게, 그리고 행동과 같이 구체적인 점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OO님은 원래 열심히 하지를 않잖아요?!', '그러잖아도 내가 그동안 꾹 참아왔는데...', 'OO님은 기본 태도가 잘못되어 있어! 무슨 얘기냐 하면...' 등의 공격적 언급을 시작하는 순간 두고두고 시니컬하고 미묘한 신경전에 시달리게 된다.


이 두가지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의 특성과 성향을 고려하여 최대한 기대를 낮추고 피하는 것'이다. 이들이 열심히 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이를 요구하는 순간 피곤하고 긴 싸움이 시작된다. 필요한 최소한의 관계 이상의 역동이나 상호작용이 생기면 이들의 미묘한 초치기와 시니컬함에 지치게 된다.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 중에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은 '죽을 때까지 이쑤시개로 찌르기'이다. 딱히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소소하게 괴롭히는 것이 쌓이는 순간 너무도 큰 스트레스와 짜증이 발생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이쑤시개로 코끼리를 찌른다고 해서 잘 죽지도 않는다. 그냥 죽을 때까지 피곤하게 만든다가 더 정확한 의미일 것이다.


수동공격적인 사람들을 비유할 때 이와 같은 '이쑤시개와 코끼리'의 비유를 한다. 그만큼 대놓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조금씩 조금씩 피로감과 지침을 쌓아가게 되며 마음의 평화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대로 딱히 치료나 개선 방법도 없다. 가능하면 멀리하고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럼 막상 피해와 공격을 당한 본인만 억울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내재된 분노와 공격성, 그리고 속시원히 표현이나 발산도 하지 못하여 축적되어 있는 그들의 마음은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실제로는 수동공격의 대상인 당신보다 그들이 훨씬 더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라. 그래야 그나마 이해하고 견디고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18


https://brunch.co.kr/@mindclinic/303




직장인의 이상(異常) 심리학


#1.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반사회적 성격 (Antisocial Personality)

#2. 팜므파탈의 치명적 매력 : 경계성 성격 (Borderline Personality)

#3. 내가 주인공이다! : 연기성 성격 (Histrionic Personality)

#4. 자신만만함을 넘어서는 거만함 : 자기애적 성격 (Narcissistic Personality)

#5. 거절에 대한 두려움 : 회피성 성격 (Avoident Personality)

#6. 죽음이 우리는 갈라놓을 때까지 : 의존적 성격 (Dependent Personality)

#7.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 강박적 성격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8. 네버엔딩 “의심” 스토리 : 편집적 성격 (Paranoid Personality)

#9. 사무실의 로빈슨 크루소 : 분열성 성격 (Schizoid Personality)

#10. 최악의 훼방꾼 : 수동-공격적 성격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