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로 세상을 리뷰하기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지금, 세상은 전보다 더 간접적이다. 삼삼오오 모여 얼굴을 맞대는 대신 화면 너머로 인사를 나누고, 누군가의 편집된 일상을 관람한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그 연결 때문에 고통은 배가 된다. 여러 필터를 통해 가공된 인물들은 그럴싸하고, 괜찮고, 멋진 자신을 보여준다. 댓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기사 등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말이 이어진다. 초단위까지 포착해서 타임스탬프를 찍어 토론을 펼친다. 토론이나 논쟁의 중점은 가치판단이다. 이것은 옳다. 아니, 옳지 않다. 아니, 잘 모르겠지만 다수가 욕을 하니 옳지 않은 것이다. 아니, 옳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 아니.
세상은 발전을 도모하는데 인간은 곪아간다. 타인을 촘촘한 기준에 넣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가며 잘잘못을 끄집어낸다. 여기서 누군가가 잘못했다는 전제를 깔고서. 물론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있다. 자극, 롤모델, 목표, 자신감, 즐거움, 신선함. 다만 먹고사는 생존 자체가 각박해진 데다가 외부활동마저 꽉 막힌 요즘,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 모든 문제는 타인을 관찰하고 관람하는 것에서 시작할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괜찮다. 그 삶을 가까이 가져올 때 상황이 달라진다. 타인을 샅샅이 살핀다. 나와 다른 점을 찾고, 비교하고, 평가한다. 컨트롤할 수도, 해서도 안 될 타인의 영역을 제 것처럼 여긴 결과다. 요즘 자주 쓰는 말로 '과몰입'이다.
그럼 가상의 인물을 접해보는 건 어떨까?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매체 속 캐릭터라서 몰입력이 덜하다. 나와 캐릭터를 분리하고, 캐릭터만 관람해 보는 것이다. 비교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않으니, 앞서 말한 얻음의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이 책은 하나의 제안이다. 저자가 어떤 관점으로 인물을 바라보고, 무엇을 느끼고, 의미를 찾아내는지 안내한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하나의 예시다. 때로는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결론을 내고, 때로는 방법을 고안한다. 해당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든 보지 않았든 쉽게 따라올 수 있게 이야기를 풀었다. 모든 스토리를 늘여놓지 않고,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어 눈에 띄는 이야기만 꺼냈다.
다름, 주체성, 삶, 의미, 열등감.
우리의 큰 축을 이루는 9개의 영화/드라마를 가져왔다. 위의 다섯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세상을 리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