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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잇터 Jun 26. 2024

마르게리따 &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따!

저는 피자를 좋아해요. 그래서 2번이나 피자집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알바생들 식사는 보통 피자를 주니까요.

이래 저래  힘든 알바 밥이라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 먹으면 좋잖아요.


어릴 때는 달달한 고구마 무스와 그 사이에 짭조롬한 치즈가 들어가 있는 혹은 

통새우와 웨지감자가 막 숭덩 숭덩 올려져 있는 묵직한 ‘미국 한국식’ 피자를 좋아했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꿀 찍어 먹는 피자라며 고르곤 졸라 피자를 사오시긴 하셨지만

어린 마음에 두툼하고 푸짐한 피자가 좋았더랬죠.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면서 그 화려함이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먹고 나면 피부도 뒤집어지고, 속도 하루 종일 더부룩했죠.

그래서 심플한 나폴리 피자가 좋아졌습니다. 

눅진한 치즈 크러스트보단 바짝 구워진 파삭한 도우를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나폴리/화덕 피자를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사실 먹어본 피자의 종류는 많지 않습니다. 

열에 아홉은 마르게리타를 시켰으니까요. 

마르게리타 피자는 이탈리아 국기를 연상시킵니다. 

빨간 토마토 소스 위에 하얀 치즈, 초록빛의 바질 잎이 올라가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인 피자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음식일 수록, 즉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을 수록 역설적이게도 맛의 차이는 큽니다. 

토마토,치즈,바질,도우 이 4가지로만 맛을 내야 하니 실력차가 금방 드러날 수 밖에요.

재료들 중 하나만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25%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폴리 피자를 좋아해서 맛있다는 곳 이 곳 저 곳에 다녀봤지만, 언제나 마르게리타였습니다. 

처음 가 본 곳은 그 기본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마르게리타를 골라야 했고,

재방문한 곳은 이미 마르게리타 맛이 보장 되어있으니 마르게리타를 골라야 했죠.

세네번 방문 한 곳은 되어야 한 번 쯤 다른 스페셜 혹은 시그니처 피자를 골라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마르게리타가 제일 심플하고 맛있네’ 였습니다.

(제가 마르게리타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 복잡함을 피해서 온 게 크기도 하니까요)  


처음 가 본 피제리아라면 혹은 화덕 피자에 입문하고 싶거든 꼭 마르게리타를 시켜보세요. 

마르게리타가 맛있다면 다른 파스타나 피자도 분명 맛있을 거예요. 

기본을 잘한다는 뜻은 나머지 요리도 보장되어있다는 소리거든요


손웅정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죠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흥민은 기본기가 유명한 선수입니다. 그는 기본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없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습니다.  슛하면 골이 되는 '손흥민 Zone'이 탄생한 것도 결국은 그 기본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을까요.  일을 하면서도, 수영을 배우면서도,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기본은 언제나 중요했습니다.

광고 카피라이팅 일은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광고주에게 팔리지 않았고 

수영장에서도 발차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물잡기와 글라이딩을 한다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의를 지키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편한 관계라고 할 지라도 기본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불편한 관게가 되는 일도 많이 겪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만나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관계는 점점 좁아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기본을 더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고마운 마음은 표현하고, 미운 말 안하고 예쁜 말 하는 그런 기본이요. 

기본만 잘해도 언제나 다시 찾고 싶은 피제리아처럼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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