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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me Mar 20. 2019

1- 취준의 시작

학과와 관련된 직업을 꿈꾸는 게 맞는 걸까?

어릴 적부터 나의 꿈은 아주 다양했다.

변호사, 의사, 국제기구 공무원, 외교관 등 웬만해서 멋있는 꿈은 다 꿔봤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한국외대 아프리카 학부 교수님께 메일도 드렸다. 그리고 시사동아리 활동에서도 정치외교부서에서 3년 동안 활동하면서 다양한 정치, 외교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며 물 만난 물고기처럼 힘들어도 열정 하나로 그냥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자연스럽게 이쪽 분야로 학과를 진학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생각한 것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외항사 승무원의 하루를 보고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꽂히게 된 것이다. 


4학년 2학기가 됐을 무렵,

일주일에 며칠 몇 시간씩 구두 9cm를 신고 하염없이 스마일을 유지하며 면접 연습을 했던 때가 있었다. 살도 15kg 정도 두 달 좀 안돼서 감량하는 기적도 맛보았다. 하지만 극한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감량과 건강을 맞바꿨다. 또한 장시간 구두를 신으며 면접 연습을 하면서 힘들긴 했지만 동기들이랑 같이 함께 했던 그때 시간들이 또 너무 소중하기도 했다. 

이렇게 4학년 2학기는 취준이라는 문을 열어주었고 내 인생의 '희'와 '락'은 없는 '노'와 '애'만 맛보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내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시간을 지내며 가장 큰 교훈으로 남았던 것은 세 가지였다.


인생은 상대적이라는 것
마음의 여유의 중요성
부정의 결과는 끝없는 부정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는 더 빠르게 앞서갈 수 있고 누군가는 뒤쳐지게 된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나는 함께 뛰는 달리기에서 뒤처지는 사람이었다. 이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객관적 관점에서 누군가가 멀리서 나를 보고 있다면 뒤에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속도가 있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말이다. 그렇지만 옆에 누군가가 없다면 그 속도가 어떻던 느림, 빠름도 가늠할 수 없다. 그만큼 옆에서 누가 뛰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내가 절대 느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빨리 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느리게 보였다. 결국엔 이것은 마음의 여유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문제가 되어버린다. 왜냐면 난 지금 옆에 있는 친구들보다 느리다고 생각해서 더욱더 조급해 지기 때문이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다 걸고넘어지는 극한 예민함 속에 빠지게 된다. 당시 돌이켜보면 좋게 생각하려 해도 마음은 너무 급한데, 절대 좋게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그런 내 상황에 빠졌다. 굳이 거기서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가끔은 그러한 부정적인 깊은 감정 속에서 나를 방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나인데 어쩔 수 없는걸.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자. 그러고 나니 꾸준히 준비하고 무엇을 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고민에 대한 실행만이 나를 더 수면 위로 끌어올리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간들은

나뿐만이 아닌

딱 그 시기가 찾아오는 모든 취준생의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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