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보호소
유기견을 발견하거나 구조하는 경우:
1. 발견/구조한 지역 자치구에 신고
2. 해당 지역 유기견 보호소에 입소
3. 7일 경과 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입양 공고
4. 10~20일 이후 입양이 되지 않을 경우 안락사
그 녀석을 데리고 와서야 알게 된 새로운 것.. 유기견은 발견 및 구조 후 신고를 해야 한다.. 법이라고 한다.. 나는 다음날 이 녀석을 유기견으로 신고해야 했고, 신고 후 분당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동물병원에서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에 입소시켜야 했다.
보호소에 도착 하자 수의사 한분이 나오셨다.
"어떻게 오셨어요?" 선생님은 다소 피곤한 모습이셨고..
"치석이 거의 없는 걸 보니 한 살 남짓이네요"
"7일 동안 주인이 안 나타나면 연락드릴 까요?"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보셨다..
"네 꼭 주세요.. 혹시라도 입양이 되면 그때도 연락 부탁드립니다."
"10일 지나서 까지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는 경우 안락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녀석은 대형견이라 입양이 될지 모르겠네요"
라고 말씀하신 후 그 녀석에게 목줄을 채우시고는 벽 뒤의 조그만 공간으로 끌고 가셨다.
그 벽 뒤에서는 여러 마리의 개들이 시끄럽게.. 사납게 짖어대고 있었고 그 녀석은 머리를 돌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선생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끌려들어 갔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꼭 이렇게 해야 하나.. (그 당시에는 내가 임시 보호를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게 죄다.. 알았더라면 보호소에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을 거다..) 병원을 나와 주차장에서 담배 세네 개비를 연거푸 핀 것 같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오만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보나 마나 주인은 안 나타날 것이고.. 입양이 될 가능성도.. 아참.. 혈뇨..
혈뇨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걸 까먹었다.. 병원에 다시 올라가니 간호사로 보이는 여자분이 계셨다.
"저기.. 좀 전에 유기견 보호소에 맡긴 사람인데요.."
"네?"
"박 XX이고 전화번호는 010-XXXX-XXXX입니다. 좀 전에 제가 데리고 온 유기견이 보호소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녀석이 소변에 피가 나오는데.. 이걸 까먹고 말씀 안 드렸어요.."
간호사는 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에 뭔가를 쓰더니
"네 원장님께 말씀드릴게요" (나중에 알아보니 이야기를 안 하셨더라.. 왜지?..)
집에 돌아오니 급하게 사놨던 사료 봉지와 간식거리들.. 그리고 사료그릇과 물그릇이 눈에 들어왔고.. 화장실에는 그 녀석을 씻겼던 흔적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샴푸, 린스.. 그리고 그 녀석의 어마어마한 털들..
하루정도 밖에 같이 있지 않았는데.. 뭐가 이리도 허전한지..
너무 허전했다.. 뭔가 정말 허전했다.. 보호소에 들어가며 고개를 돌리던 모습이 지워지질 않았다..
집에 남아있는 그 녀석의 잔재들 때문인지.. 너무 허전했다..
일주일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고.. 일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은 그 누런 녀석으로 꽉 차 있었다..
혹시나 주인이 찾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주일 내내 인터넷 검색만 한 것 같다.. 한 번은 비슷하게 생긴 실종견 포스터를 보고 가슴을 졸이며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사람들이 잃어버린 반려견은 진짜 레트리버였지만.. 그땐 모든 누런색 개들이 수수로 보였던 것 같다..
뭔가가 씌었음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