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종합선물세트는 바로 여행
베스트셀러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의 신간 ‘굿 라이프’를 읽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보다는 내가 가진 생각을 확인시키는 데 있다고 하는데 그런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행복은 무엇인지,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을 사는 것 (또는 살려고 하는 마음가짐)인지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연구와 조사 그리고 실험을 통한 인사이트를 알려주며 더욱 중요하게는 문화나 상황이 다른 외국 어느 나라가 아니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저자는 행복 사람들의 삶의 기술에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2.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3. 비교하지 않는다.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5.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6.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7. 돈으로 시간을 산다.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9.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10. 비움으로 채운다.
이 중 가장 맘에 와닿는 것이 5번 ‘소유보다는 경험을 산다’ 입니다. 사실 이 말은 5~9번에 모두 관련이 있습니다. 소비에는 소유를 위한 소비, 즉 옷, 자동차, 시계 등의 물건이 생기는 소비와 소비의 결과물로 경험과 추억이 생기는 소비를 말합니다. 여행, 스포츠 활동, 뮤지컬 관람 등이 해당되겠죠.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 연구팀의 소유와 경험에 대한 차이의 연구에 따르면, 소유보다 경험이 행복한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소유물은 비교를 불러일으키지만 경험은 비교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경험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경험은 비교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둘째, 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합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험목록을 보아야 하고 경험은 우리의 의식과 철학과 가치를 구성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진정한 자기 (authentic Self)를 만나게 되는 것이랍니다. 행복한 사람은 소유 리스트를 늘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이력서 (experiential CV)를 채워 나가는 사람입니다.
저자가 연구한 행복 칼로리표에 의하면 ‘재미’와 ‘의미’를 양 축으로 놓고 우리의 활동에 점수를 매기는 연구를 했더니 재미와 의미가 모두 높게 나온 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여행이 큰 행복을 주는 이유는 많은 경험들, 즉 먹고 수다 떨고 걷고 노는 행위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4번 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욱 그렇겠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은 무언가를 사기 보다는 소득에 비해 여행에 더 많은 비용을 써 왔습니다. 빈도도 그렇고 가끔은 멀리 가기도 했었지요. 중학생인 아이들이 여태 가본 나라 숫자가 10개 정도 되고 또한 국내에서도 많은 곳을 다니고 보고 듣고 웃고 떠들고 먹으며 하는 경험을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여행을 갈 때 마다 꼭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는데 바로 여행노트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게임시간을 주면서도 매일 짧게라도 쓰게 했더니 이제는 여행에서의 장면을 그림도 그리고 입장티켓을 붙이기도 하면서 스스로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행노트와 사진을 가족이 함께 보면서 추억을 더듬고 또 웃는 것은 여행의 덤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가족 밴드에 가끔 사진을 올리며 간단하게 그 때의 감정을 적어보거나 우리의 여정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여행 가기 전에 어디를 갈 까, 무엇을 가지고 갈까 계획 하는 것도 참 좋은 시간들입니다.
여행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것이 최인철 교수의 책을 보면서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어 흐뭇해집니다. 물건을 사기 전에는 너무 사고 싶던 것도 막상 구입한 이후에는 몇번 쓰다가 시들해지곤 했지만 여행은 기억은 희미해져도 그 감정은 빛이 바래지 않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힘든 시간을 버텨주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요즘 코로나로 여행에 제한이 있고, 저 또한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시간이지만 예전 여행의 좋은 추억으로 버티며 가끔은 혼자라도 국내 어디 좋은 곳에 여행을 가곤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