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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YES Feb 19. 2019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지혜롭게 사는 법 3가지

어른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포함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사용하는 지요? 게임이나 동영상, 또는 소셜 미디어 위주로 사용하는 지요? 아이들이 휴대폰을 너무 오래  쓰고 쉽게 절제가 안되니 중독이 될까 걱정을 많이들 하십니다. 많이들 걱정이라고 하면서 방법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뺏으면 아이들이 난리를 치고, 주자니 너무 빠지는 것 같고 그러실 겁니다. 아이폰이 대중에게 소개된 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으니 스마트폰에 어떤 문제가 있고 방법은 무엇인지 롤모델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휴대폰이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지, 휴대폰에 중독되는 아이들에게 어떤 피해가 있는지, 그럼 스마트폰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알아듣게 얘기하면 좋은 지 고민하고 시도해 본 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려 합니다.



일단 스마트폰의 이점이 무엇일까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일단 스마트폰에게 끌려가지 않고 통제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스마트폰이 폐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점도 많으니 좋은 것은 취하고 좋지 않은 것은 최대한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뇌를 자극하고, 적절하게 놀이의 역할도 해주는 면에서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게임 중에서도 특히 해도 좋은 건전한 게임이 있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도구로서도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도구로서도 스마트폰은 훌륭한 교육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적절한 용도로, 과도하지 않은 시간 동안, 갈등은 최소화하면서 사용하게 되면 좋겠지요.



일부러 찾아본 SBS 스페셜 '스마트폰 전쟁'은 스마트폰에 심하게 노출되는 아이들이 있는 여러 가정을 관찰해봅니다. 최장 15시간씩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소개되는 데 처음에는 저도 매우 심하다고 걱정했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엄마와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스마트폰이 대체하게 된 사례들입니다. 심심해서, 할 게 없어서, 엄마 아빠와 놀거나 얘기할 수 없는 환경이라서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노출되기 시작하고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하면서 새로움 즐거움을 느끼고 쉽게 빠져 듭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없는 환경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되지요.


SBS 스페셜 [스마트폰 전쟁 - 내 아이와 스마트하게 끝내는 방법]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쓰면 어떤 문제점과 리스크가 있을까요? 스마트폰에서 웃기고 자극적인 동영상을 (유튜브, 틱톡 등) 보거나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 물질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쾌감, 즐거움 등에 관련한 신호를 전달해서 인간에게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도파민의 분비가 너무 낮아도, 높아도 안 되는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하지만 도파민이 분비될 때의 행복감을 좇으려고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웬만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무기력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도파민




또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게임 등에 중독된 실험자의 뇌가 만성통증환자에게 투여하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인 옥시콘틴 주사를 맞았을 때와 비슷한 신경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지털에 중독될수록 외로움과 불안, 그리고 우울감이 증가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또 스마트폰을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Digital addiction increases loneliness, anxiety and depression 




실리콘 밸리의 유수의 테크 기업의 직원과 임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다른 디지털 디바이스에 노출되는 것에 매우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스마트폰을 늦게 사주거나 아니면 스크린 타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서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테크 기업에서 자신의 아이들은 그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잘 알아서이기도 하겠습니다.


Silicon Valley parents are raising their kids tech-free — and it should be a red flag






그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희 집에서 시도하고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합니다. 과학적이고 검증된 방법은 아니고 주관적이지만 저희 집에서는 나름 먹히고 있어서 소개를 해드립니다. 



첫 째, 게임 시간 규칙을 정합니다.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과 중학생 딸에게는 금요일, 토요일에만 게임 시간을 1시간씩 줍니다. 주중에는 게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죠. 소위 미디어 타임이라고 해서 게임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동영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규칙이 없을 때는 미디어 시간을 주다 안 주다 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많이 시켜 주는 것 같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일관성이 없는 것 같아서 서로 아쉽습니다. 규칙이 없을 때는 식사 중에 (특히 음식점에서) 먼저 먹은 아들이 심심해하면 스마트폰을 쥐어줬다면 이제는 주중에는 아예 기대를 하지 않게 되어 무언가 다른 짓(?)을 합니다. 규칙을 세운 이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밖으로 나가서 뛰어놀거나 누나랑 손으로 게임을 하거나 합니다.

이 게임 몇 분 하다 보면 팔에 불이 난다. 엄마나 아빠가 참여해야 효과가 좋음


게임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 일을 도와주거나,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잘 준비를 하거나 하면 10분~30분씩 모아서 30분 이상 되면 주말까지는 사용할 수가 있지요. 


제가 매우 좋아하는 책 그렉 맥커운의 '에센셜리즘'에도 저자가 활용하고 있는 방법도 제가 쓰는 방법과 우연히 매우 유사합니다. 저자 부부도 태블릿,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들이 가족의 삶에 너무 많이 개입이 되어 있고 무의미한 유희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가족에게 본질적인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아래와 같은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매 주초, 아이들에게 토큰 10개 씩을 지급하고 미디어 30분을 사용하고 싶을 때마다 토큰을 지불하게 하고 일주일 후에 남은 토큰에 대해서는 50센트 씩을 아이들에게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TV나 스마트폰 등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90퍼센트가 줄고 독서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저희 집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은 미디어 타임을 벌기 위해서 고민하고 아빠에게 제안도 합니다. 줄넘기 500개를 하고 와서 미디어 타임 30분을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몸에도 좋은 운동도 하고 하고 싶은 게임도 하게 되니 일거양득이네! 



예외로 할 수 있는 '좋은 게임'도 선정해 놓았습니다. 낱말 맞추기 게임, 체스 게임, 브레인 도트, 영단무시, 한줄 그리기 그리고 노트북으로 하는 타자연습 등은 주중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단 할 일은 해 놓은 이후여야 합니다. 제 기준으로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고민을 하거나, 중독될 가능성이 낮거나, 배워놓거나, 잘하게 되어 나중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 소위 '좋은 게임'입니다. 


온라인 체스 게임_아들이 나보다 훨씬 잘 둔다                                               


브레인 도트_선을 그려서 공 두 개를 만나게 하는 것인데 두뇌계발에 좋다고 혼자 믿음



둘째, No Digital Time을 정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오전 12시까지 가족 누구도 디지털 디바이스 (정확하게는 스크린이 있는)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옆에 있으면 언감생심이라 자꾸 마음이 가니 아예 플라스틱 박스에 집어넣어 버립니다. TV도, 컴퓨터도, 패드도 스마트폰도 모두 쓰지 않으니 어쩔 때는 저도 무의식 중에 폰을 찾기도 합니다. 40대 성인도 허전함을 느낄 텐데 10대 아이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이들이 심심하다'라고 할 때가 사실 뇌에 도파민을 더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중인 것입니다. 자극을 원한다는 것이죠. 이럴 때 조금의 인내를 가지고 아이들을 지켜보던가 가이드를 해준 다면 아이들이 창의적인 놀이를 할 수 있는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못 들은 체하거나 '그럼 책을 읽으면 어때?'라고 하면 꼰대를 바라보는 표정을 지은 뒤에 금세 체념합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어디선가 무언가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아이들을 금세 발견합니다. 엄마 아빠가 무엇을 하는 지도 관찰합니다. 보통은 저는 책이나 신문을 보기도 하고 청소나 빨래 개기 등의 집안일을 하기도 합니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아들은 만화책이라도 들고 와서 옆에서 같이 누워 봅니다. 또 그림을 그리거나, 몇 년 만에 레고를 꺼내와 놀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알라딘이라는 중고서점에 가기도 합니다. 서점이지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꽤 잘 되어 있어 책을 사고, 읽고 때론 글을 쓰는 공간으로 자주 애용합니다. 아이들이 툴툴대며 따라 오지만 (어차피 집에 서 할 것도 없다고 하면서), 막상 오면 만화책이라도 집어서 한두 시간 옆에서 보기도 하고, 딸 이현이는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물론 휴대폰은 금지입니다. 만화책은 돼도 스마트폰은 안되죠.



또한 밤에도 스마트폰은 9시 반을 넘으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잘 때는 거실의 충전함에 넣어 놓고 자야 합니다. 가끔 화가 나서 방으로 들어가 있을 때도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문을 닫을 수 없습니다. 딸은 갈등이 있을 때면 스마트폰을 마루에 두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습니다. 우리가 청소년일 때, 부모님과 다툰 뒤에 방에 들어가면 뭔가 불안하고 어색해야 하는데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낼 수가 있으니 그렇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규칙인데 '그 무섭다는 중학생'도 이제 자연스럽게 지키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물리적으로 휴대폰과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현이가 최근 노 디지털 타임 때 심심하다며  상상해서 그린 그림


어쩔 때는 아이들이 소파에 누워서 멍 때릴 때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멍 때리기를 마인드 원더링 (Mind-Wandering)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 시간에 창의성을 담당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뇌의 부위 (DMN, 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릴 적에 해가 질 무렵 방에 혼자 앉아서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우주까지 흘러갔다가 다시 내가 있는 방으로 오는 유영의 경험을 한 것이 지금도 기억이 나곤 합니다. 우리 어릴 시절에는 그럴 기회가 더 많았었지요. 아래 링크는 멍 때리기가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쓴 제 글입니다. 


멍 때리기는 이로운가?



세 번 째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방법입니다. 아이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눈을 보고 대화하고, 몸을 써서 놀고, 아이의 생각을 들어 보고 얘기를 하면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말에 더 귀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SBS 스페셜에서의 조언도 결국 엄마 아빠가 하루에 10분 씩이라도 아이의 눈을 보면서 대화를 하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획기적으로 감소한다는 실험을 보여주면서 결론이 나듯이 말이죠. 최근에 저희는 식탁을 부엌에서 마루로 옮겼습니다. 식탁이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며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다가 아이들이 지루해할 때쯤이면 초성게임, 끝말잇기 등을 하면서 웃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더 자라서 고등학생이 돼도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모르겠습니다. 지금 쓰는 방법도 몇 년 전에 예측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 때 아이들도 웃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시도해 보면 되겠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방법들을 부모님이 찾았다면 이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 까요? 저는 때로는 게임을 아이들에게 소개도 하고 같이 하기도 합니다.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 스마트폰이 나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과도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지에 대해서는 자주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뭔가를 조곤조곤 얘기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딴청도 피우고, 이미 안다며 약한 야유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반복이 되어서 그런지 그 메시지는 그럭저럭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뇌가 자라지 않은 청소년기까지는 과도하게 게임을 하고 동영상이나 소셜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생기고,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고요.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정도가 한국에 비해서 많이 약하기도 하다는 얘기도 자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에 관련 링크를 공유하기도 하고, SBS 스페셜 스마트폰 전쟁과 같은 '메시지 있는' 다큐멘터리를 약간 큰 볼륨으로 그저 틀어 놓기도 합니다. 안 보는 것 같으면서도 아이들이 들으면서 반응도 하고 아는 척도 합니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가져다주는 피해보다는 혜택을 누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규칙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그 규칙 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부모님 또한 그 규칙의 예외가 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될 것인지, 그래서 가족이 자주 갈등을 겪을 것인지, 아니면 지혜롭게 스마트폰과 밀당을 하면서 살 것인지는 결국 우리 부모에게 달린 일인 듯합니다.



*아빠가 쓰고 중학생 딸 이현이가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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