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내 것과 네 것

단어마다 다 이유가 있어, 이유가 있지

by Mori

나와 너를 나타내는 말은 영어는 You and I, 일본어도 와타시(わたし)와 아나타(あなた), 말레이어로는 사야(Saya)와 아왁(awak), 중국어만 해도 '사랑해요'가 '워 아이 니' 니까 대부분의 언어는 너와 나를 표현함에 있어 분명 확연히 다른 발음과 글씨로 다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어는 '나'와 '너'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되는 유행가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아니,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애매한 차등을 두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자음은 같아도 모음이 다르니 분명 차이가 나는 거겠지?라는 소심한 믿음을 가져본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인칭대명사 나와 너의 차이는 소유격인 '내'와 '네'를 가르칠 때 '이건 좀 문제가 있는데'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그 애매함이 극에 달한다.


"선생님, 내와 네가 발음이 같아요?"

"응, 발음이 같지"

"그럼 어떻게 구분해요?"

"응,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네를 '니'로 많이 바꿔 쓰지"

"네가 좋아 대신에, 니가 좋아, 니가 있어서 행복해...... 이렇게"


하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여전히 '갸우뚱'이다. 겨우 '나'와 '너'에 이 모음을 하나씩 더해 '내'와 '네'가 되었다고 설명을 덧 붙이지만 택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어를 가르치기 전에는 나와 너의 차이가 점하나 차이라는 이 부분도 인식하지 못했다.

모든 언어의 규칙과 그 단어의 만들어짐에는 이유가 있다. 오랜 세월 서로의 입과 마음을 오가며 수천수만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단어들이기에 각각의 단어에는 역사가 있고,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사람들은 '네 꺼야’와 '내 꺼야’처럼 절대 헷갈리면 안 되는 단어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예전에 일본어를 한참 배우고 가르치던 시절에는 일본어의 띄어쓰기가 없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의미의 모호함이 그 민족성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런 의미라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내와 네를 나와 너의 의미로 사용하는 한국어가 어쩌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모국어 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한국인들은 나와 너의 차이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단어를 비슷하게 쓴 걸 보면 나와 너 보다는 '우리'의 개념을 중요시 하기에 이렇게 만들어졌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얼토당토않은 나만의 생각이다.



오늘 수업시간에 '뚱뚱하다'와 '날씬하다'를 배우는데 2학년 키스티나가 '날씨'가 왜 '날씬하다'에 쓰이냐고 질문했다. 이 역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며 써왔던 단어들인데 외국인 학습자들의 눈에는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냥 발음이 비슷한거야"

“날씨는 날+ 마음씨로 그날의 마음이야”라고

아주 즉흥적이고도 그럴싸한 내가 생각해도 기똥차게 대답해 주었지만 정말 그런 건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이 역시 나만의 생각이다.

우리가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할 때 알고 있는 기억과 연관 지어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것처럼 외국 학생들도 한국어 단어를 맞닥뜨렸을 때 알고 있는 정보를 총동원해 기억하려 애쓴다. 그 모습이 참 고맙다.

한국어는 물론 가르치는 사람마다, 혹은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아요/어요/해요'로 끝나는 -요체를 먼저 배운다. 그리고 '-(으) 세요'가 나오고 존대 표현을 배우고, '-습니다'와 같은 격식체를 배우고 그다음에 반발을 배운다. 이 단계 단계마다 나의 학생들은 마치 호기심 많지만 겁도 많은 고양이가 점프를 시도해 겨우 겨우 소파 위에 안착하고 또 점프를 해서 책상 위에 또 더 높은 어느 곳에 안착한 것처럼 품을 들이고 발음을 해보고 시도해 보며 조금씩 조금씩 언어를 배우고 있다. 이 학생들의 혀에 한국어 발음을 할 수 있는 근육이 생기고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마음과 키가 한 뼘씩 자라는 동안 나 또한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수많은 나의 모국어 단어들을 다시 만나며 그동안 무심했음을 미안해하고 생명을 찾아 주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처럼 날씨가 그날의 마음씨임을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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