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이트커피 May 29. 2024

네가 슬퍼할 땐 내가 안아주고 싶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손재주가 좋았던 게토 씨는 전쟁에 아들을 보내고 기차역의 시계를 제작하게 됩니다.

하지민 안타깝게도 아들은 전쟁 중에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게토는 시계제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시계를 공개하는데 그 시계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사한 자식들이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전쟁에서 지킨 그들의 영토에서 농사를 짓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행복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지점은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게토 씨에게는 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아간 1차 세계대전이 그러한 지점이었겠지요.


병원에 누워 임종을 앞두고 있는 노인이 이런 게토 씨의 이야기를 해주며 딸에게 일기장을 읽어주길 부탁합니다.

그 속에는 낯선 남자의 사진이 있고, 편지들이 있었습니다.

딸이 읽어주는 일기장의 이야기로 영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일기장을 읽으며 딸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스,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놀라 사내아이를 양로원에 버립니다.

고아원이 아닌 양로원에 버려졌다는 설정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양로원에서 그는 노인들의 지혜를 배우고, 죽음을 지켜보면서 인생을 알게 됩니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벤자민은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사랑에 빠집니다.

늙었던 남자의 머리숱이 많아지면서 차츰 젊어집니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날마다 몸은 젊어지는 남자,

그리고 꽃같이 아름다웠던 데이지도 늙어갑니다.

전쟁이 끝나고

세상이 변했듯,

둘이 함께 한 시간들도 변하고,

운명은 누구도 알 수 없듯 그렇게 살아갑니다.


둘 사이에 딸이 태어났지만 벤자민은 평범하지 않은 자신이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압니다.

그렇게 딸에게 들려주고 말들을 편지와 일기에 남깁니다.

영화의 끝에는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된 데이지의 품에

신생아가 된 벤자민이 안겨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슬픈지 치매에 걸려 벤자민은 기억도 못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있는 데이지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네요.


처음엔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로 죽어간다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같은 영화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또는 시간을 거슬러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느낍니다.

결국 벤자민은 살아가면서 그 시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고 또 보냅니다.

그런 헤어짐 들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이겨냅니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시간을 떠나는 헤어짐을 맞이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 마지막 도착하는 곳은 같다”
"가치 있는 것을 하는 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단다"
"네가 슬퍼할 땐 내가 안아주고 싶다."


벤자민이 딸에게 남긴 말들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벤자민이 관객에게,

그리고 저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