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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주 Apr 02. 2024

프롤로그

어릴 적 언젠가, 삶이 너무 힘들고 버거웠던 아빠가, 나를 무릎위에 앉혀 놓고, 


“진주야. 네가 커서 어른이 되고, 이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면, 엄마 아빠를 위해 책을 한 권 써주겠니?” 


라고 탄식 섞인 혼잣말을 내뱉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아빠의 한숨 어린 한 마디가 땅에 떨어져 사라지지 않고 현실이 되어, 나는 엄마와 아빠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이 한 편의 글에 담기 시작했다.


조현병 환자가 어떤 의료적 개입도 없이 증상을 온전히 감당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물론 가혹한 일이겠지만,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케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 또한, 견뎌내기 힘든… 

힘들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기가막힌 시간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그리고 우리 아빠가, 지난 40여년 간 그것을 온전히 감내해 왔고, 엄마를 포기하지 않았고, 이 가정을 해치지 않았으며, 지금도 엄마의 약함을 오롯이 끌어안고 우리는 함께 살아내가고 있다.


우리 가족은 남들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더 작은 것들을 소중히 누릴 줄 알게 되었고, 그 어떤 행복도 거저 오는 것은 없다는 사실, 보이지 않는 손길로부터 오는 도우심과 주변으로부터 오는 실질적 도움, 배려의 존재를 잊지 않고 감사하게 되었다.


엄마의 고통은, 곧 우리 삶에 커다란 생채기를 내어 흔적을 남겼지만, 그 흔적은 고스란히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고, 성실하고 포기하지 않는 삶의 증거가 되었다.


이 글을 통해, 지금 자신의 아픔 또는 가족의 아픔으로 인해 고통받는 누군가가 자신과 가족을 포기하지 않고, 힘겨운 시간을 겪어낼 새로운 힘과 위로를 얻어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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