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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26. 2024

붉은 뱀의 반격

취객들은 비틀거리며 밤거리를 걷고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한국의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영범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풍경이었고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렇다. 정말 몇 년 만에 돌아온 한국의 거리 풍경이었다.


아내와 자식들이 떠나고 이제 돈 한 푼 남지 않은 영범에게는 한국에서 잠자리를 구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학창 시절에야 술 마시고 취해서 하숙하는 친구들을 찾아가는 일도 자주 있었지만 21세기에 그런 풍경은 더 이상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영범은 간신히 한국에 들어오는 항공권을 살 수 있었지만 첫날밤만 모텔에서 잘 수 있었을 뿐 두 번째 날에는 이미 잘 곳이 없어 밤거리를 헤매었다. 새벽녘에 편의점 바깥에 내어 놓은 의자에 앉아 간신히 쪽잠을 잤지만 이제 견디기 힘들었다. 잘 곳을 구해야 했다.


지친 영범이 술집 거리를 지나쳐 나오다가 눈에 띈 것은 안마시술소 간판이었다. 지난 세기에는 술집 골목마다 있던 이런 업소들은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지금 영범이 헤매고 있는 지방 소도시에나 어쩌다 눈에 띄는 지경인 것이다. 영범은 지갑을 내 남은 돈을 확인했다. 25만 원. 이 돈이 전부였다. 갑자기 자포자기가 된 영범은 안마시술소로 향했다. 

"얼마요?"

영범이 묻자 카운터의 아줌마가 연애하면 25만 원이요라고 TV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영범은 마지막 남은 지폐를 꺼내 주며 열쉬를 받아 들고 들어섰다. 


안마시술소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낡은 곳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알 수 있었다. 영범은 이제 자신은 한 푼도 없는 신세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이 낡은 안마 시술소의 방구석도 너무나 따뜻하고 귀중한 곳으로 여겨졌다. 이제 이 방에서 나가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아가씨가 들어왔다. 날씬했다. 영범은 잠시 한국은 안마 시술소 아가씨도 중국보다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판국에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아가씨는 영업용 미소를 띠고는 다가와서 주저주저하는 영범의 손을 잡아 샤워 부스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익숙한 손길로 영범의 몸에 물을 뿌리고 비누를 문질러 거품을 낸 후 영범의 몸 곳곳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윽고 영범의 양물이 힘을 받기 시작하자 아가씨는 영범의 양물을 자신의 성기 입구에 대고 문질렀다. 그러더니 아무도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물건이 크네..."

아가씨의 말은 너무나 성의가 없어 세 살 먹은 아이가 들어도 곧이들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아가씨가 곧바로 헉! 하더니 솜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범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양물을 아가씨의 성기에 뒤로부터 집어넣자 양물의 감각이 급변했기 때문이었다. 양물은 별도의 생명을 가진 존재처럼 부르르 떨며 아가씨의 몸 깊은 곳으로 마치 촉수를 뻗어 가며 내달이듯이 달려갔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영범에게는 자신의 양물이 한 1미터는 되게 늘어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양물은 몸을 부풀리며 맥동 쳤다.


양물이 심장 박동에 따라 두근두근하는 리듬으로 맥동치자 아가씨는 아앗! 하는 소리를 내더니 '어 흐어 흐'하며 정신이 없어하였다. 영범은 이러다 큰 일 나겠다 싶어 아가씨를 붙잡고 물었다.

"어이어이! 괜찮아?"

"흑.. 흑.. 흐흑..."

"아가씨 괜찮은 거지?"

영범은 물으면서도 자신의 양물을 뺄 생각은 없었다. 사내의 본능인가?


아가씨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는 피스톤 움직임을 하고 다시 몸을 부르르 떨다가는 피스톤 움직임을 하였다. 그런 아가씨의 움직임을 보면서 영범은 안도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양물을 통해 들어오는 쾌감을 느끼고자 하였다. 그렇다. 확실한 쾌감이 양물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강물이 우물로 역류하여 들어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영범은 오늘 밤이 어쩌면 자신의 일생에 마지막 섹스가 될지도 노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50대의 나이, 대머리에 배불뚝이, 주머니에 문자 그대로 돈 한 푼이 없는 신세. 그렇다. 오늘 밤이 나의 마지막 섹스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컸다. 영범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흐느끼며 양물을 흔들어 댔다. 마치 세상의 마지막이라기도 한 것처럼. 그렇다. 다른 이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그에게 오늘 밤은 이 세상의 마지막 밥이었다.


그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해 갈 때 그는 자신의 양물이 부르르 떨리며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양물은 마치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잠에서 깨어난 용이 눈을 반쯤 뜨고 부르르 떠는 것처럼, 물을 만난 덩굴 식물이 촉수를 뻗는 것처럼 알지 못할 본능에 사로잡혀 안으로 안으로 뻗어나갔다. 그는 숨이 버거웠다. 헉헉대며 호흡을 하려 애쓰면서 그는 아가씨의 움직임이 멈추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는 대답이 없었다. 영범은 아가씨의 젖가슴을 부둥켜안고 아가씨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아가씨의 얼굴 반쪽을 볼 수 있었다. 아가씨는 두 눈을 뜨고 있었지만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두 눈동자가 없었던 것이다.


영범은 허걱! 하고 놀라며 아가씨의 젖을 손에서 빼고는 아가씨의 등을 냅다 떠밀었다. 하지만 그의 양물은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 마치 아가씨의 음부 속에 뿌리를 내린 듯 확고하게 아가씨의 몸을 받치고 있었다. 영범은 순간 뭔가 잘 못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의 양물의 감각은 그와 공유되고 있었지만 그의 신체 부위라기보다는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된 개체처럼 여겨졌다.


아가씨는 슈욱 슈욱 하며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끄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영범과 영범의 양물도 클라이맥스에 올랐다. 영범과 양물과 아가씨는 꼬치구이처럼 하나로 꿰어져서 비명을 질렀다. 쾌락의 비명을...


그리고는 무엇인가 양물 속으로 꾸역꾸역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영범은 에너지가, 뜨거운 에너지가 그의 양물을 통해 아래 배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눈의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에너지의 맥동과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아가씨는 눈을 뒤집으며 허리를 꺾었다. 그녀의 눈은 핑크 빛으로 물들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핏줄인지 양물인지 알 수 없는 붉은 선들이 그녀의 몸의 이곳저곳으로 이어져 나갔다. 그리고 두 사람, 아니 두 사람과 양물은 축 늘어졌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것은 영범이었다. 그가 눈을 떠보니 역시 안마시술소 안이었다. 그러나 전과는 달리 그렇게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밝은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을 다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아가씨가 널브러져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영범의 마음이 평온해졌다는 것이고 더 이상 앞날이 불안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영범은 손을 뻗어 아가씨를 깨웠다. 아가씨는 눈을 뜨고 두리번거리더니 놀랍게도 영범의 품 속을 파고들었다. 그러더니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와. 아저씨 대단하네."

"?"

"사실 이런 데서 일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는데 아저씨 같은 사람은 처음이야. 어쩌면 그렇게 잘해?"

영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범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의 양물이 아직 그의 몸에 붙어 있었고 조용히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개처럼 다소곳한 자세로 다리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렇다. 그의 양물은 아직 그의 다리 사이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 모양이었다. 


영범이 양물을 두 손으로 잡아 보니 크기가 이전의 두 배는 되게 변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래 배에는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글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일까? 영범은 알 수 없었다. 아가씨는 영범이 양물을 만지며 들여다보는 동안 옆에서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영범이 양물을 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영범의 양물을 작은 두 손으로 붙잡고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입안에 집어넣었다. 아가씨는 영범의 양물을 쪽쪽 빨면서 놀란 영범의 얼굴을 향해 두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였다. 아가씨의 눈은 웃고 있었다. 안마시술소 아가씨가 자원해서 양물을 입에 넣다니! 영범은 어쩌면 자신에게 놓여 있는 앞날은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에게 붙어 있는 이 양물은 특별한 양물임에 틀림없어. 누가 알아? 이 양물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지? 영범은 그렇게 생각을 정하자 갑자기 남은 인생은 정말로 살만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어가씨는 어리둥절해했지만 그의 양물을 입에서 뺴지는 않았다. 아가씨는 정말 정성스럽게 그의 양물을 물고 빨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T시의 뒷골목에 있는 안마 시술소에서 영범의 새로운 인생은 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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