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eftain Chair, 1949
이름부터 거창하다.
치프테인(chieftain)은 사전적 의미로는 지도자, 우두머리, 족장, 추장 등 한 지역 또는 사회의 리더를 뜻한다.
정면의 가로가 1m에 달한다. 그리고 시트까지 높이는 일반적인 식탁의자 보다 낮은 345mm이다.
이 의자는 핀 율이 본인 집 거실의 벽난로 옆에 놓을 라운지 의자로 스케치했다.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것이라 그런지 단시간 안에 디테일까지 완성하였다고 한다.
이후 1949년에 열린 코펜하겐 가구장인 길드전(Copenhagen Cabinetmakers Guild)에 출품하였는데 개막식에 방문한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Frederik) 9세가 직접 앉은 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 의자를 '왕의 의자'라고 부르자고 했지만, 핀 율은 '치프테인 체어'라는 이름을 붙여졌다고 한다.
이 의자는 닐스 보더 공방에서 총 78개만 생산되어 주로 덴마크 대사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흠, 구할 수 없는 의자라... 가질 수 없고 볼 수만 있는 의자다.
지난 2012년 대림미술관에서는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 북유럽 가구이야기' 전시가 진행되었다.
이 전시에서 치프테인 의자를 처음 보았고,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잠시 엉덩이만 걸터앉아 사진을 찍으려는 생각으로 가볍게 앉자마자 시트의 경사에 의해 안쪽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시트와 등받이 그리고 넓게 제작된 팔걸이의 가죽 질감이 나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특히 팔만 올려두기에는 과하게 넓은 팔걸이 가죽은 아마도 아래 핀 율의 사진처럼 비스듬히 다리를 걸쳐놓아도 편하게끔 디자인된 듯하다.
새로운 소재와 대량생산으로 우리 곁에 가까워진 의자와 함께 장인의 손길로 나무와 가죽을 어루만지며 느리게 탄생하는 의자 또한 매력적이다.
핀율 Finn Juhl 1912.1.30 ~ 1989 5.17
덴마크 건축가, 산업디자이너
사진출처: https://finnjuh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