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서점: 을지로 아크앤북(2021년 5월 영업종료)
책을 읽을 때 목차부터 확인한다.
책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글을 쓸 때도 목차부터 구성하는 것이 좋다.
목차는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것과 같다.
글을 짓는 것과 집을 짓는 것은 서로 닮았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글의 내용과 방향을 어느 정도 정해두면 글을 쓰다 길을 잃는 일은 없으며,
어느 정도의 글감을 확보해 두었기에 완성할 확률도 높아진다.
물론 목차는 중간중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거창하거나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에 대해 간단한 단어들로 기록해 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의 첫 책이었던 <과거 있는 공간>은 나의 오랜 연구주제였던 근대건축물의 활용 사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수집했던 수십여 개의 사례 중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적어보았다.
그렇게 모인 사례들을 한눈에 보니 비슷한 내용의 그룹을 만들 수 있었고,
근대건축물로 가장 많이 남아있는 기차역, 창고, 은행, 가옥, 공장으로 이야기를 묶을 수 있었다.
만약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소재들을 먼저 적어보자.
그 안에서 '아, 나는 직장인의 퇴근 후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구나.' 또는 '나는 가족을 위한 요리에 관심이 많았네.', '나는 주말을 기다리는 사람이구나.' 등 나만의 글쓰기 재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글감을 모두 적어본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마음이 가는 글감으로 글을 써본다.
글이 막히는 날은 모아둔 글감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 작업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은 아니니 생각날 때마다 글감을 추가하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한다.
그러다 눈에 띄는 글감으로 또 글을 쓴다.
글도, 글감도 어느 정도 모였을 때, 목차를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서로서로 모아지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글감들을 소분류하여 걸맞은 이름을 지어준다.
글로 쓰면(또는 보면), 참 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