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적으면 적을수록 지루하다고!
건축, 디자인계에서 힙합 배틀 못지않은 대결이 있었다는 것 아세요?
그 주인공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입니다
독일 출신의 건축가 미스 반데어 로에는 '적으면 적을수록 많다'라고 하였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공간과 건축에 필요한 기능 외에 장식을 최소화해야 더 많은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주장했던 것이죠. 미니멀리즘과도 비슷하죠.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다는,,,
그의 작품에도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납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의 독일관으로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이 공간에는 오브제 같은 대리석 벽이 서 있을 뿐입니다. 이 공간을 무엇을 쓸지는 쓰는 사람 마음입니다.
(이곳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의자'가 궁금하다면 ↓)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시그램빌딩은 이제 흔한 도시숲을 이루는 빌딩 중 하나처럼 보이지만, 현대 고층 업무용 빌딩의 시조새 격이랍니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은 네모 반듯한 건물.
이곳에 어느 회사가 들어와 있는지 겉만 봐서는 선뜻 알기 힘듭니다. 그러나 어느 회사가 들어와도 회사의 분위기가 드러나도록 매번 건물을 장식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더니즘은 합리성과 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반기를 드는 이가 있습니다.
미국 출신의 로버트 벤추리는 '적으면 적을수록 지루하다'라고 반격합니다.
그는 집은 집처럼, 회사는 회사처럼, 학교는 학교처럼 보여야지, 집인지 회사인지 헷갈리는 공간은 지루하다고 하품합니다.
그의 작품 또한 그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벤추리 하우스의 파사드입니다. 우리가 집을 그릴 때, 집의 형태와 닮지 않았나요?
우리는 대부분 아파트에 살지만, 집을 그리라고 하면 세모 지붕아래 네모난 집 몸통을 그리고 그 안에 문과 창문을 그려 넣잖아요.
스치듯 보더라도 저 건물은 집처럼 보입니다.
시애틀 아트 뮤지엄의 파사드는 어떤가요? 길을 걷다 만나게 된다면 한 번쯤은 뭐지? 하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시애틀의 원주민인 인디언을 상징하는 문양과 색상으로 장식함으로써 '여기 시애틀이야!‘라는 인상을 팍팍 주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개인적으로 좀 더 위트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모더니즘에 한 표를 던지는 이가 있습니다.
독일 브라운사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디터람스는 '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라며 좋은 디자인에 대한 그의 생각을 펼칩니다.
애플의 전 디자인 디렉터였던 조너선 아이브는 그를 존경하였으며, 아이팟, 아이폰 안의 계산기 앱 등을 오마주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모더니즘 vs 포스트모더니즘
생각보다 흥미로운 배틀 아닌가요?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모더니즘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재치 한 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