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공간, 마당
오늘은 한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옥은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의미합니다.
한옥에 살았던 가장 가까운 과거는 언제일까요?
네, 조선시대입니다.
조선시대의 주거는 양반의 주거와 서민의 주거로 나뉩니다.
먼저, 양반의 주거는 여러 채로 분리, 연결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채는 행랑채, 사랑채, 안채, 사당로 구성됩니다.
행랑채는 대문 근처에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이 묵는 곳입니다.
사랑채는 남자 어른이 손님을 접객하는 곳,
안채는 말 그대로 안주인의 공간이며, 가족들의 생활공간입니다.
사당은 조상의 위패 등을 모시는 곳입니다.
서민의 주거, 민가는 부엌, 방, 대청이 공간의 기본이 됩니다.
저는 한옥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는데요.
바로 마당입니다.
마당이라는 글자도 참 예쁘지 않나요?
마당을 영문으로 번역하면
garden, yard이지만, 아,,, 이 느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마당은 서양문화권에서도 동양문화권에서 볼 수 없는 공간입니다.
마당과 비슷하게 중정이 있습니다.
이는 건물로 둘러싸여 천장 없이 뚫려있는 공간인데요.
서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이 공간은 대부분 정원으로 꾸밉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마당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고 비워두었습니다.
나무나 꽃들은 건물의 뒤편, 뒷마당, 뒤뜰에 심었습니다.
그럼 왜 넓은 공간을 비워두었을까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기 위함입니다.
곡식을 털거나, 말리는 작업공간
잔치를 벌이는 행사공간
아이들의 놀이공간 등
작업, 행사, 휴식 등 다목적 공간으로 말이죠.
재미있는 것은 전통한옥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도
이 마당공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근대시기에 2층 양옥집, 연립주택 등이 들어오게 되는데요.
우리의 전통한옥도 변화의 흐름에 따라 콤팩트한 모습으로 변화해 갑니다.
이를 도시형 한옥, 근대한옥이라고 부르는데요.
분리되었던 채들이 연결되고 담장이 그대로 외벽이 됩니다.
또한 창호지가 붙어있는 창살에는 유리가 끼워집니다.
이는 한정된 토지에 더 많은 집을 짓기 위함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의 공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시형 한옥은 ㄷ자형태랍니다.
마당에는 장독대도 들어오고, 꽃밭도 두고, 물을 쓸 수 있는 수돗가도 놓이게 되지만,
이들은 주인공이 아닙니다.
적당히 남겨둔 빈 공간이 여전히 마당의 주인공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팍팍하고 고된 삶에서도 빈 곳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무엇으로도 쓸 수 있는 복합공간을 좋아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