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의 역사
주방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아니, 주방은 원래 집 안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주방이 집 밖에 있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아궁이가 있었어요.
그 위에는 커다란 까만색 가마솥이 올려져 있었죠.
아궁이에 마른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이면,
방안이 뜨끈뜨끈해졌죠.
그리고 가마솥에서는 구수한 밥냄새가 났습니다.
부엌의 역할은 취사와 저장입니다.
한옥에서는 이 부엌이 부뚜막과 장독대였습니다.
부뚜막은 아궁이와 가마솥 등이 있는 곳으로 실내와 실외의 중간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는 음식재료들은 장독대에 있습니다.
장독대는 보통 뒷마당에 두는데요.
제사나 잔치 때는 음식준비를 해야 하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보니 마당을 이용합니다.
그러다 아궁이를 대체하는 석유곤로, 가스레인지 같은 가열기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부뚜막은 주방으로 실내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주방의 역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부뚜막과 장독대 → 입식 부엌의 보편화 → 시스템키친 (조립식 붙박이형)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방가구는 시스템키친이라고 하는데요.
인체공학적으로 모듈화 되어 공간 크기에 맞게 설계하고 설치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주방 작업대의 폭은 약 600mm로 정해져 있는데요.
사람이 팔을 벌려 작업할 때 무리하게 팔을 뻗지 않아도 되는 가장 적절한 폭입니다.
위 사진은 부뚜막이 실내의 주방으로 들어오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모습입니다.
장면 가옥의 부엌인데요.
어떤가요? 가마솥도 보이고, 서서 설거지가 가능한 싱크대도 있는
부엌이 실내화, 입식화되는 그 과정이 잘 남아 있습니다.
지금 보면 불편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해온 익숙한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지금은 시골집의 아궁이도 없고, 외할머니도 안 계시지만,
가마솥에 솔잎을 넣고 송편을 쪄낼 때 그 냄새는 기억에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