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의 골목 풍경과 룸 컨디션

-여행자 거리 시리즈: 인도 빠하르간지 4

by 황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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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지는 사람과 동물, 차, 사이클릭샤, 오토릭샤, 오토바이가 뒤엉켜 북적거렸다. 기하학적으로 꼬여 있는 전깃줄과,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캐한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는 골목...


“아, 여기가 바로 그 말로만 듣던 빠하르간지구나.”

처음 빠하르간지에 왔을 때는 이 거리의 풍경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었다. 오토릭샤, 오토바이, 자전거 릭샤, 자동차 등의 모든 교통수단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광란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지, 뒤에서는 종이 박스를 우걱우걱 씹고 있는 소가 배낭을 쿡쿡 찔러대지, 싸구려 악기를 연주하는 잡상인은 악기를 한번 불어 보라며 끈질기게 따라오지, 릭샤왈라는 "굿 프라이스!" 라고 소리를 지르며 따라오지, 사방에서 경적을 울려대지..... 좋게 말하면 활기차 보였고,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의 빠하르간지는 꽤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원래 빠하르간지는 포장도 안 되어 있던 골목이었다. 비만 오면 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했기 때문에 발에 밟히는 게 흙인지 소똥인지도 모른 채 걸어 다녀야만 했다. 지금도 이 거리는 쓰레기 천지지만, 예전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길바닥이 안보일 정도였다. 상인들은 문을 열자마자 가게 앞에 있는 쓰레기를 다른 가게 앞으로 쓸어버렸다. 옆 가게 주인이 있으면 그냥 길 한가운데로 쓰레기를 밀어 버렸다. 그 쓰레기들이 길 한가운데 차곡차곡 쌓여 마치 중앙 분리대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그러다 2010년도에 인도 정부에서 영연방경기대회를 치르기 위해 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빠하르간지의 도로 폭을 넓히고 포장을 하면서 겨우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한결 말끔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정비가 된 느낌이다.


내가 큰 배낭을 짊어진 채 빠하르간지 골목을 서성거리고 있자, 지나가던 일본인 여행자가 충고를 해 주었다.


“이봐요!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 다니면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에요. 얼른 숙소부터 잡고 배낭을 내려놓는 게 좋아요.”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빠하르간지 골목 골목에는 고만고만한 싸구려 숙소가 밀집해 있었다. 호텔 간판이 걸려 있지 않은 골목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싸고 깨끗한 숙소를 발견하는 건 청렴한 국회의원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냥 싸기만 한 숙소는 많았고, 깨끗하고 비싼 숙소도 많았지만, 싸고 깨끗한 숙소는 찾을 수 없었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볼 요량으로 그 골목에서 가장 싼 알파 호텔을 선택했다. 화장실은 당연히 공용이었고, 좁은 방에는 달랑 침대 하나만 놓여 있었다.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창문으로 도마뱀이 들락거리는 게 좀 신경이 쓰였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봤더니, 도마뱀이 천장에 착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내 얼굴로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도마뱀이 안 보이자 더 신경이 쓰였다.


‘설마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온 건 아니겠지...’


이런저런 심란한 생각이 들어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아, 그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어야 하는데....

다음 날 아침, 오른쪽 종아리 전체가 두드러기처럼 붉게 부어올라 있는 걸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자면서 얼마나 긁었던지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호텔 주인에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항의를 해 봤지만, 자기 호텔에는 빈대가 없다며 박박 우기는 게 아닌가.


"아, 이래서 다들 인도 인도 하는구나.”


내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기로 했다. 싸구려 여행자 숙소가 밀집해 있는 골목에서 가장 싼 호텔을 선택한 내가 바보지. 짐을 싸서 나마스카르 호텔로 옮겼다. 나마스까르 호텔에는 빈대는 없었지만, 샤워를 하려면 30분 정도를 기다려야만 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숙소에 순간온수기가 달려 있어서 정해진 시간에 한해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2001년도에는 순간온수기가 달려 있는 숙소는 없었다. “핫 샤워 플리스!” 라고 외치면, 30분 정도 지난 후에 일하는 아이가 양동이에다 뜨거운 물을 받아다 주었다. 나는 그 뜨거운 물이 식을까 봐 얼른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샤워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이 식기 전에 부랴부랴 물을 끼얹어야만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아라카샨 로드에 있는 고급진(?) 숙소에 짐을 풀고, 볼일은 빠하르간지에서 보는 여행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아라카샨 로드에 있는 중급 비즈니스호텔에는 푹신푹신한 침대와 뽀송뽀송한 침구류가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인터넷도 빠르고, 심지어 호텔 입구에는 각종 차와 커피가 늘 구비되어 있단다. 아직 낸 눈으로 본 게 아니라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델리 여행자 거리에도 그런 숙소가 생기다니! 아라카샨 로드는 빠하르간지 입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혹시라도 또 빠하르간지에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꼭 아라카샨 로드에 숙소를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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