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 입구 통과하는 법

-여행자 거리 시리즈: 인도 빠하르간지 3

by 황근기

빠하르간지 3 -인도 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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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나는 물어 물어서 겨우 뉴델리 역까지 찾아갔다. 길에서 만난 한 현지인이 뉴델리 역 바로 앞에 있는 골목이 빠하르간지라고 귀띔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빠하르간지 입구에서 또 사기꾼의 손아귀에 걸려들고 말았다. 참 희한하지. 사기꾼들은 초짜 배낭 여행자를 귀신같이 알아본다. 머리에 흰 터번을 쓴 사기꾼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세상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야야, 어딜 그렇게 바삐 가는 거야? 잠깐 거기 서 봐. 지금 빠하르간지에는 무슬림
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들어갈 수가 없어. 위험해! 내가 안전한 곳을 알려줄게.”

그렇다! 요즘은 누구나 다 아는 낡고 낡은 수법이다. 하지만 2001년도에는 나름 신선한 사기 수법이었다. 사기꾼의 실감 나는 연기력은 나를 속이기에는 충분했고, 나는 그를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녀야만 했다. 난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탈출을 감행했다. 양탄자 가게에서 뛰쳐나와 허겁지겁 큰길을 찾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온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겨우 탈출에 성공한 나는 빠하르간지 입구까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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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하르간지 입구에 모습을 나타내자, 호객꾼들이 아이돌을 발견한 사생팬들처럼 죽자 사자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때처럼 수많은 인파에 둘러 싸여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들은 날 빙 둘러싸고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너 여기 처음이야? 어느 나라에서 왔니?”
“내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믿을 만한 여행사를 알고 있는데, 빨리 따라 와라.”
“호텔? 어느 호텔?”

나는 이들을 완전히 무시하기로 했다. 난 무조건 앞만 보고,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 사람처럼, 눈과 귀를 막고, 간혹 들리는 한국어에도 일절 반응하지 않고, 럭비선수처럼, 보조 배낭을 가슴에 꼭 품고, 불도저처럼 앞으로, 앞으로, 사기꾼들이 다른 먹이(다른 여행자)를 발견하고 떨어져 나갈 때까지, 무조건 전진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다른 먹이(여행자)를 발견한 사기꾼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겨우 혼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얼른 가까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하필 그 골목에 공중변소가 있을 줄이야. 남자들이 공중변소 앞에 일렬로 쭉 서서 바지를 까고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 골목 입구의 지린내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했다. 난 거의 뛰다시피 골목 안쪽으로 도망쳤다. 얼마나 지린내가 심했던지 계속 코 끝이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골목 안쪽에는 짜이를 파는 작은 노점상과 구멍가게, 음식점, 호텔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골목 끝에 나마스카르 호텔이 있었는데, 난 그 호텔 앞 계단에 앉아 겨우 한숨을 돌렸다.

완전히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하긴, 1박 2일 동안 그렇게 호되게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난 배낭을 등에 짊어진 채 계단에 앉아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해 봤다. 그 골목에는 확실히 서양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헐렁한 바지와 치마를 입고 있었고, 너나 할 것 없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여유롭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간혹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나를 향해 "헬로~~" 하고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는 여행자들도 있었다. 그제야 나는 겨우 배낭을 등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다.

“휴우~~ 여기가 진짜 빠하르간지인가 보네.”

얼마나 오래 배낭을 메고 있었던지 등받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마스카르 호텔에 체크 인을 하고, 짐을 풀자마자 얼른 신발 가게로 달려가 슬리퍼부터 사 신었다. 운동화를 벗어 버렸을 뿐인데 갑자기 진짜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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