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까지의 그 머나먼 여정
-여행자 거리 시리즈: 인도 빠하르간지 2
- 빠하르간지2 -인도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출입구 앞에서 쭈뼛거리고 있자 택시 운전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헬로 택시?"
"웨어 아유 프럼?"
"제페니스? 코리아?"
"컴 온 베리 베리 칩"
그런 경험을 처음 해 본 난 혼이 쏙 빠져버렸다. 그 상황은 마치 동물의 왕국을 연상하게 했다. 수 십 마리의 하이에나가 토끼 한 마리를 둘러싸고, 군침을 질질 흘리며 이빨을 드러낸 채 가르랑~~~ 거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과연 이 아수라장 속에서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지가 있긴 한 걸까? 그때 한 오토릭샤 운전수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내 손을 확 잡아당기며 물었다.
“빠하르간지?”
“(어, 어떻게 알았지?) 예, 예스, 빠하르간지!”
“얼른 내 오토릭샤에 타. 여긴 위험한 곳이야. 너 이렇게 멍하니 서 있다가는 큰 코 다쳐.”
오토릭샤는 나를 태우자마자 불이 나게 출발했다. 난 아비규환 속에서 나를 구해 준 운전수에게 여러 번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인도가 어떤 나란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난 목적지를 수차례 확인했다.
“야, 고맙긴 한데. 지금 빠하르간지 가는 거 맞지? 빠. 하. 르. 간. 지!”
그때마다 운전수는 “노 프라브럼”을 연발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때만 해도 난 ‘노 프라브럼’이라는 말속에 내재되어 있는 진짜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운전수는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골목으로 오토릭샤를 몰고 들어갔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으니까,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해 볼 수도 없었다.
“데얼 이즈 빠하르간지?”
“예스! 노 프라브럼.”
운전수는 오토릭샤를 골목 입구에 세우더니, 호텔까지 안내를 해 주겠다며 나섰다. 오, 이런 친절한 인간을 봤나! 나는 “땡큐! 땡큐! 유 베리 카인드 맨.”를 연발하며 운전사의 꽁무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에는 홈리스들이 담요로 몸을 돌돌 만 채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추위를 쫓기 위해 개를 끌어안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밟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운전수는 홍콩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골목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 좁은 골목 입구에는 담요를 머리 위로 뒤집어쓴 사람들이 모닥불을 쬐고 있었는데,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모닥불 때문에 그들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동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 보였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운전수는 3층짜리 건물로 올라가며 나에게 손짓을 했다.
“헬로 마이 프랜드, 팔로우 미~~”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새벽 1시가 넘었지, 골목 입구에는 눈빛이 심상치 않은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지, 무엇보다 이 시각에 다른 호텔을 찾아 낯선 거리를 헤매고 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운전수를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베리 베리 친절한(?) 그 오토릭샤 운전수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호텔은 지금 당장 유네스코 고대 문화유산에 등재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정말이지 어엄청엉~~~ 낡은 호텔이었다.
오토릭샤 운전수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인도어로 뭐라 뭐라고 하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호텔 주인이 은밀하게 지폐 몇 장을 건넸다. 돈을 받자마자 베리 베리 친절한 운전수는 빛의 속도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호텔비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쌌다. 2000루피! 당시 빠하르간지의 여행자 숙소가 200루피 정도였으니까 대충 열흘 치 숙박비였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전투력을 상실하고 2000루피를 고스란히 기증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꽤 비싼 수업료를 물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아침, 난 눈을 뜨자마자 도망치다시피 호텔을 빠져나왔다.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누런 이불과 베개의 충격적인 비주얼, 공포 영화 세트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구, 시커먼 곰팡이가 켜켜이 쌓여 있는 벽,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은 화장실...
호텔 주인은 방값에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라며, 조식을 권했지만,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호텔 밖에서 난 또 한 번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저기요. 잠깐만 말 좀 물어볼게요. 여기가 빠하르간지 맞나요?”
“빠하르간지? 여기서 한참 더 가야 하는데. 여긴 ***(어디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야.”
지금까지 많은 여행자 거리를 다녀봤지만, 델리의 빠하르간지처럼 찾아가기 힘든 곳은 정말 처음이었다.
“으아, 도대체 빠하르간지는 어디에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