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 식당

-여행자 거리 시리즈: 인도 빠하르간지 5

by 황근기


IMG_5291.JPG


빠하르간지는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시끄럽다. 이런 곳에서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의외로 빠하르간지에는 꽤 괜찮은 식당들이 포진해 있다.


배낭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식당-싸고, 양 많고, 맛있는-도 꽤 많다. 취급하는 메뉴도 양식, 중식, 멕시코식, 영국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일본식 요리 등 다양했다. 전문 한식당도 있어서 신라면이나 김치찌개도 먹을 수 있었다. 과연 세계 각국의 배낭 여행자들이 찾는 여행자 거리답다.


메인 바자 로드를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첫 번째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 삼거리 주변에 루프 탑 레스토랑이 많다. 그 루프 탑 레스토랑에 앉아서 사람과 차와 동물들이 한데 뒤엉켜 북적거리는 메인 바자 로드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라 가격대가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로컬 식당에 비해 향신료의 향이 세지 않아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식이 댕긴다면 인도 방랑기, 쉼터, 더 카페 등의 식당을 찾아가면 된다. 쉼터는 빠하르간지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이다. 실외와 실내에서 모두 식사가 가능한데, 삼겹살은 실외에서만 먹을 수 있다. 내가 쉼터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김치찌개이다. 고기와 김치의 양은 조금 적지만, 김치끼개만의 칼칼한 맛을 잘 살렸다고나 할까. 전통 한국 음식이 그리운 여행자라면 추천!


인도방랑기는 빠하르간지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식당 위치가 바뀌고 있는데, 요즘은 시티은행 ATM 이 있는 옆 골목에 위치해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SBB호텔이 보인다. 그 호텔 꼭대기 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인도방랑기에서는 심카드 개통 서비스, 기차표 예매 서비스 등의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어 인도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된장찌개, 제육덮밥, 김밥, 쭈꾸미 볶음 등 메뉴도 다양하다. 빠하르간지에 이틀 이상 머무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르는 곳이다.


더 카페는 알이즈웰 호텔 로비에 자리 잡고 있다. 사장은 인도인이지만 한국 요리를 매우 잘하는 편이다. 에어컨도 있고, 인터리어도 제법 감각적이어서 나름 카페 분위기가 난다. 빠하르간지의 공해와 소음을 벗어나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더 카페만한 곳이 없다. 볶음밥 등 한식 요리는 빠하르간지에서 최고라고 정평이 나있다. 단, 가격은 착하지 않다.


로컬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격도 싸고 의외로 먹을 만한 음식도 꽤 있으니까. 하지만 빠하르간지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위생은 포기해야 한다.

한번은 걸레처럼 보이는 천으로 접시를 쓱쓱 닦는 모습을 보고 입맛이 뚝 떨어져 식사를 못 한 적도 있다. 혹시나 해서 숟가락을 휴지로 닫아보니까 시커먼 먼지가 묻어나와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예전에는 메인 바자르 삼거리 근처에 골든 카페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그 식당에서 있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식탁 밑으로 뭔가가 쓰윽~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밑을 내려다 봤더니, 세상에! 쥐 가족들이 내 신발 위에서 뜀틀 경기를 하고 있지 뭔가!


처음 인도 여행을 왔을 때 빠하르간지는 북인도를 여행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들른 불편한 곳이었다. 하지만 몇 번 인도 여행을 하면서 빠하르간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생지옥처럼 느껴지던 빠하르간지가 요즘은 여행을 시작하기 전이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처럼 느껴진다.


역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가 보다.

keyword
이전 11화빠하르간지의 골목 풍경과 룸 컨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