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에서 해야 하는 일

-여행자 거리 시리즈: 인도 델리 빠하르간지 6

by 황근기



빠하르간지에서 여행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환전

2. 기차표 예약

3. 유심칩 구매

4. 편하게 입을 옷과 슬리퍼 구매


빠하르간지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전을 할 수 있다. 시티 카드 소지자라면 메인 바자르에 위치해 있는 시티 은행 ATM에서 루피를 뽑으면 된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건 달러를 가지고 가서, 루피로 환전하는 방법이다. 빠하르간지 메인 바자르 로드에는 두 집 건너 하나씩 환전소가 있기 때문에 쉽게 환전을 할 수 있다. 사설 환전소도 많은데, 옷가게 같은 곳에서도 환전을 해 준다. 물론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할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돈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100루피 수 십 장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사들이 종종 있으니까.


어떤 환전소에서든 환전을 했으면 그 자리에서 꼼꼼하게 세어 봐야 한다. 환전한 돈을 확인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하자.


1. 환전한 액수가 맞는지 확인하자.(직원이 계산기에 친 숫자와 돈의 액수가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 위조지폐가 섞여 있는지 확인하자.(조악한 위조지폐가 많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3. 구멍 난 돈은 없는지 확인하자.


인도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돈뭉치를 스템플러로 찍어서 보관하는 습관이 있다. 그 바람에 귀퉁이에 구멍이 생긴 지폐가 꽤 많다. 아주 작은 구멍이 난 지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가끔 손톱 절반 크기 만한 구멍이 나 있는 지폐가 있다. 이런 지폐는 안 받는 곳이 많기 때문에 환전을 할 때 반드시 구멍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

어떻게 구멍 난 지폐를 바꿔달라고 하냐고? 그냥 조용히 미소를 띠며 구멍 난 지폐를 돌려주면, 환전소 직원은 ‘뭘 좀 아시는 분이네.’라는 얼굴을 하고 새 지폐로 바꿔 줄 것이다.


인도 여행은 기차표 예약으로 시작해서 기차표 예약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차표 구입하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 바로 인도다. 그중에서도 뉴델리 역 2층에 있는 외국인 전용 매표소는 악명이 자자하다.

뉴델리 역 2층에 있는 외국인 전용 매표소에서 기차표를 예매하려면 무엇보다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일처리가 너무 느려서 기차표 한 장 예매하는데 한 사람당 족히 5분 정도는 걸리는 것 같다. 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든 말든 이곳 직원들은 언제나 느긋하다. 보통 십 여 명 정도가 대기표를 뽑아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략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게다가 도중에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직원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창구 문을 닫는다거나,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 나서 복구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던가, 직원이 표를 팔다 말고 느긋하게 전화를 하고 있다거나 하는...


그래서 나는 빠하르간지에서는 무조건 메인 바자 로드에 있는 여행사에서 기차표를 구입하고 있다.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 편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시간도 절약하는 길이다. 인도에서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유심 구매도 인도 방랑기에서 하는 게 속 편하다. 몇 년 전에는 빠하르간지 초입에 위치해 있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유심을 구매했는데 개통도 늦게 되었고, 충전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심지어 델리를 벗어나자마자 인터넷이 안 터졌다. 그 바람에 3주 내내 옛날 방식으로 여행을 해야만 했다. 옛날 생각도 새록새록 나고 나름 신선했지만, 역시 좀 불편했다.


인도 방랑기에서 유심을 구매하면 한 3-4시간 정도 기다려야 개통이 된다. 인도는 유심 개통이 다른 나라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빠하르간지에는 머플러, 옷,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파는 가게가 꽤 많다. 난 이번 여행을 위해 알라딘 바지를 하나 사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못 느꼈는데, 인도에 오기만 하면 왠지 바지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빠하르간지 옷가게에서는 거의 대부분 알라딘 바지를 판다. 색상이나 스타일이 다 고만고만해서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사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빠하르간지에서 쇼핑을 하려면 일단 가게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사고 싶은 물건의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물건에 정해진 가격이 없다. 물건 가격은 가게 주인의 기분 상태, 그날의 날씨, 손님의 첫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해진다.


난 알라딘 바지를 사기 위해 몇 군데 가게를 들락거리며 가격 흥정을 했다. 인도 상인들은 흥정을 통해 물건을 비싼 가격에 팔수록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게다가 인도 상인들은 사람마다 가격을 다르게 부른다.


“사람마다 경제력이 다른데,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있나? 돈이 좀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비싸게 팔고,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좀 싸게 팔아야지.”


이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정찰제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는 꽤나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상인들이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데, 이때 굳이 깎아 달라고 조를 필요는 없다.


그럴 때는 아무 대꾸도 하지 말고 그냥 씨익~ 웃어주자. 물론 그 미소 속에는 ‘이 양반아! 나는 그 물건의 가격을 이미 알고 있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상인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당신이 원하는 가격이 뭐냐?’라고 되물을 것이다. 만약 사고 싶은 물건의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 가격을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절대 성급하게 가격을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상인이 팔고 싶어 하는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는 수가 있으니까. 그럴 때는 ‘인디언 프라이스 디지예!(현지인들이 사는 가격에 사고 싶다)’라고 말해 보자.


인도에서 흥정을 할 때는 적절한 할리우드 액션이 필요하다. 만약 두 사람이 동행했다면, 한 사람은 흥정을 하고, 또 한 사람은 다른 가게로 가자며 흥정하는 사람의 손을 세차게 잡아당길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가게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십중팔구 깜짝 놀랄 정도로 물건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혼자 물건을 흥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가격이 형성되었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가게 밖으로 나가는 동작을 취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때 상인이 달려 나와서 붙잡지 않는다면, 방금 전 그 가격이 그 물건의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알라딘 바지를 사기 위해 세 군데 옷 가게를 돌아다녔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 그동안 인도 여행을 하며 익힌 화려한 흥정 기술을 총동원했다. 결국 만족할 만한 가격에 바지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바지의 질이 문제였다. 며칠 뒤 바라나시에서 바지를 빨았더니, 세상에! 물이 얼마나 빠지던지.... 함께 빤 옷에 전부 알록달록한 물이 들어버렸다.


내 생각엔 인도에서는 쇼핑을 안 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keyword
이전 12화빠하르간지 식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