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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조 Mar 31. 2022

삶의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전

이른 아침, 잠에서 깼다. 반쯤 뜬 눈으로 몸을 뒤척이며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시간을 확인해봤더니, 출근하기 3시간 전이었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눈 뜨기 직전까지 꿨던 꿈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잠이 들기 어려웠다. 꿈속에서 나는 퇴사를 했다. 직장 상사 세 분에게 퇴사를 이야기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회사를 막 나왔을 때, 그 순간의 희열은 꿈속에서도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짜릿하고 선명했다.



평일 대낮에 홀로 창원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내내 유지될 것 같았던 들뜬 마음은 혼자 있는 시간에 금세 휘발되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온갖 걱정이 대신하여 머릿속을 뒤죽박죽 어지럽혔다.


부모님께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지.

할머니는 엄청 놀라시겠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먹고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사업을 시작해야 하나.

내일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꼬리의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머리가 아파져 올 때쯤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퇴사하는 꿈을 꾸기 전날, 애인과 전화 통화를 하다 일이 너무 힘들고 회사도 재미없다며 한참을 칭얼거렸다. 사실 그것보다는 지방발령으로 낯선 경상도에서 혼자 사는 것이 무척 우울하고 외로웠다.

딱 1년 전 오늘이었다. 원하던 회사에 들어왔고 원치 않았던 지방발령을 오게 된 것이. 그 당시에는 첫 독립생활과 부푼 회사에 대한 기대로 몇 주간은 생기 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어려운 상황과 사람들. 불타는 금요일마다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 서울에 살 때는 버스에서 두 시간 남짓 푹 자고 일어나면 강원도 고향 집에  도착해 있었지만, 창원에서는 버스 두 번과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야지 겨우 도착하는 고향 집과의 거리.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없는 서울 사는 애인과의 장거리 연애.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겪으면 겪을수록 더욱 어렵고 슬프게만 느껴지는 것뿐이었다.



지방발령 생활 1년 동안 종종 내 삶을 비관했고 그로 인해 자주 퇴사를 생각하다, 생생한 꿈까지 꾸는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변하지 않는 상황을 붙잡으며, 슬픔과 우울로만 허비해 버린 지난 시간이 떠올라 씁쓸하기도 했다. 물에 젖은 수건처럼 무겁게 축 늘어진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지금, 어떻게 하면 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멍하니 누워 멀뚱멀뚱 창밖만 바라봤다. 창밖 어둠 속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달이 보였다. 그날 처음 알았다. 평소 누워 있는 자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방 창문으로도 밝게 빛나는 달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괴로워하던 중 만난 달빛은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이 되어 주었다.



달빛으로 살짝 기분이 나아진 김에, 남쪽에서 사는 삶의 좋은 점에 대해 생각해볼까 싶었다. 오래 생각하지 않아 하나둘 떠올렸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동네에 사는 이방인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인생에 한 번쯤 오롯이 혼자가 되어 보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전부 지나가 버릴 현재의 아쉬움에 대해.

결국, 슬픔과 한탄으로 매일을 살아갈 이유는 없었다. 낯설고 신선한 기회들로 가득하다는 것만이 느낄 수 있는 사실이라 생각했다.



달빛도 약해지고, 어둠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불속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출근 준비를 하기 전, 일기장을 펼쳤다. 그리고 오늘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우울해 있지 말고, 내가 하고 싶었던 즐거운 일들을 하나씩 해보자 다짐하는 글을 적었다. 달리기, 디자인 툴 배우기, 영상 제작, 기타 치기, 원어민 친구 만들기, 글쓰기, 스티커와 포스터 제작 등.



하고 싶은 것들 쭉쭉 적어 내려가다, 문득   하나만 골라서 30 동안만 지속하는 챌린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뭐하나 제대로 끝내기 어려운 성미를 가진 나였기에   달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질리지  삶의 새로운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퇴근 후 일기장에 적어 놓은 하고 싶은 일 목록 중 하나를 골라 실천해보기로 한 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삶의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30일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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