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 클로버를 찾는 과정
나른한 주말 오후,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산책을 나섰다. 가을볕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만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오후였기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웠으니까. 아이와 산책의 끝은 늘 동네 마트다. 동네마트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나 먹거리를 한 두 개씩 사 오면,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어준다.
아이의 행복은, 결코 거창하지 않은 동네 산책과 마트 쇼핑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힘이 되어준다.
"엄마 여기 세 잎 클로버 많아. 우리 네 잎 클로버 찾아보자."
"좋아."
"이모가 원래 네 잎 클로버는 잘 없대. 지난번에 하수구 근처에서 네 잎 클로버 찾은 적 있는데."
"정말? OO이는 네 잎 클로버가 좋아?
"응. 네 잎 클로버가 더 없으니까. 엄마는?"
"엄마는, 세 잎 클로버가 좋더라."
"왜?"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하고,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하니까."
"둘의 차이가 뭐야?"
아이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세 잎 클로버 무리를 만났다. 옹기종기 모여 우리에게 다정히 손짓하는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이와 나는 세 잎 클로버 무리 앞에 쪼그려 앉아, 혹시 네 잎 클로버가 있지는 않을까, 요리조리 한참을 살펴보았다. 나는 네 잎 클로버를 갖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두 눈을 있는 힘껏 크게 뜨고 찾아보았지만, 네 잎 클로버는 끝까지 눈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네 잎 클로버 찾기는 실패했다. 하지만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 잎클로버들 사이에 마주 앉은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었다.
"행운과 행복의 차이는, 예를 들면 이런 거 같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 잎 클로버보다 네 잎 클로버를 좋아해. 그 이유는 아마, 네 잎 클로버는 흔하지 않고 특별해서,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올 거 같다는 생각을 해. 행운은 내가 바라던 바가 갑자기 이루어진다거나 성공을 하거나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이런 것. 어쨌든 인생에서 아주 몇 번의 기회로 특별하게 주어지는 거야.
하지만 세 잎 클로버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어. 지금 우리 옆만 봐도 세 잎 클로버는 수북하게 쌓여있잖아. 이것처럼 행복은 우리 옆에 있어서 우리가 잘 못 느끼는 거야. 하지만 우리가 숨을 참고 깊게 들여다보면 그때 볼 수 있어. 지금 우리가 가을 햇살을 쬐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가서 만두를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계획이라는 것. 너랑 나랑 이렇게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이런 게 행복 같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 행복이 되지만, 매일 내 옆에 있으니까 행복이라고 여기지 못하면 행복이 될 수 없는 그런 것들."
아이는 내 얘기를 조용히 듣더니, 잔뜩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럼 나도 세 잎 클로버가 더 좋아. 나는 엄마가 오늘도 건강해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거든. 행운보다 행복이 더 좋은 거 같아."
"맞아. 행운이 있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그저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그게 최고지."
아이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에게 해준 이야기는,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나이를 먹으며, 오늘의 행복보단 어떤 행운이, 성공의 운이 내게 있어주기를 바랐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었고, 더 나은 환경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이런 바람들은 현재의 감사함을 이따금씩 빼앗아갔고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만이 내게 더 깊숙이 뿌리내리게 했다.
오늘의 감사함을 잊고 일상의 행복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경제적 여건이나 삶의 환경이 더 윤택해진다 한들 내 삶도 진정 윤택해지지는 못하리라. 20대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았지만, 내 마음은 더 많이 지쳤고 병이 자라났으니까. 지난 8년 간 몸소 느낀 바다. 가난하지만 꿈을 좇으며 꿈꿀 수 있는 오늘에 감사했던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더 건강하고 빛났던 순간이다.
오늘이 없다면 내일이 있을 수 있을까.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행운이 의미가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오늘의 특별하지 않은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오늘은, 아이와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행복과 행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좁디 좁아진 가슴을 가득 채우는 기쁨이 느껴졌다. 가슴이 뻥 뚫려 가슴의 크기가 두세 배는 커질 만큼 파-란 하늘 아래, 아이와 눈 맞추며 이야기할 수 있는 오늘이 참 좋았다. 내게 아직 이런 감정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내가 순수하게 눈 맞추고 대화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어 좋았고, 아이가 많이 자라 행복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우리가 자주 종종 주위를 살펴보고 감각을 깨운다면, 우리 옆에는 늘 세 잎 클로버가 존재한다. 행복은, 고개를 돌리고 마음의 눈으로 지그시 현재를 바라본다면, 오늘의 시간 속에서도 무수히 많이 만날 수 있다. 오늘 당신 옆에, 그리고 내 옆에 존재하는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이란 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특별함보다는 평범함 속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범하게 하루를 잘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와 당신의 어깨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