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즐겁게 살기에도 아까운 시간들
건강검진 결과가 집에 도착했다. 평소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도 먹지 않는 편이라 건강검진 결과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 걸. 몇 년 새 내 몸엔 많은 혹이 자라나 내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지에, 나는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다.
공황도 모자라 내 작은 몸 곳곳에 주렁주렁 자라난 혹들이 미웠다. '왜 나에겐 자꾸 안 좋은 일들만 생기는 걸까'란 생각이 고개를 드니, 다리에 힘이 조금 빠지는 느낌이다. 최근에 잇몸이 많이 약해져 대학병원 여러 군데 검사를 다녀왔다. 일단 수술날짜를 잡고 돌아왔지만, 수술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되던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몸 여러 군데 자리 잡은 혹들의 존재까지 알고 나니, 도무지 기운이 나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하며 내 인생의 감사한 지점을 찾아 일상에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왜 자꾸 여기저기 아픈 걸까. 최근 짧은 기간 동안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일까. 몸에 나쁜 습관이 많은 편도 아닌데, 왜 여기저기 아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인생에 찾아든 고난을 생각하면, 하늘이 원망스럽고 내가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 세상을 바라보면 나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을 버텨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바라보면, 내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하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 대학병원에 갔을 때, 휠체어에 탄 20대 초반정도의 여자 아이를 봤다. 앙상하게 마른 몸에, 핏기 없이 하얀 피부, 생기 없이 바싹 마른 머리카락. 그 여자아이는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였는데, 합병증으로 잇몸이 약해져 추가 검사를 받으러 왔던 것이다. 아직 봉우리조차 틔우지 않은 앳된 얼굴의 그 여자아이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여자 아이를 본 순간, 이혼 후 나를 찾아온 공황을 원망하며 내가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냥 슬퍼했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쨌든 나에겐 오늘도 내일도 허락되어 있는데, 그 시간들을 슬퍼하고 우울해하며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걸까. 문득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에도 아까운 시간들. 내게 찾아온 약간의 불행에 절망하지 말자고.
내 몸속에 주렁주렁 자라난 혹들에게 또 삶의 기운을 빼앗길 뻔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을 잃지 않을 생각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행복으로 채워가고 싶으니까. 원망과 우울로 내 시간들을 채워간다면, 내 마지막 날에 얼마나 많은 후회가 남을까, 하고.
앞으로 더 건강하게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내 몸과 마음을 챙겨야겠다. 내게 주어진 삶은 결코 두 번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결국 결론은, 그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조금은 가볍게 인생을 바라보기.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부디 당신도, 당신의 오늘과 당신의 몸을 아끼고 아껴 더 오래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